안미선 고양이 화가 interview
길고양이 한 마리가 어느 날 나의 작업실 자리를 차지했는데, 내 안으로 들어온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 그 아이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내 모든 그림의 모티브가 됐다. 동양화를 전공해 처음에는 인물화 위주로 많이 그렸지만, 이보다는 인물화 기법을 가지고 고양이를 의인화하는 작업을 선택하게 됐다. 지금과 달리 그 당시에는 고양이를 선호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혐오 동물이라 인식할 만큼 고양이 그림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양이 마니아만 아는 고양이의 매력이 있다. 나는 그 매력을 충분히 알았기에 나만의 독특한 동양화 기법을 통해 그것을 표현함으로써 고양이 작가로서의 경쟁력을 갖게 된 것 아닌가 한다.
내 공간에서 무심히 잠자는 고양이를 보면서 이런저런 영감을 많이 얻었다. 그냥 자는 게 아니라 자기 만의 놀이터에서 자기 만의 꿈을 좇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선을 이용해 양감을 표현하는 동양화 기법을 쓰지만 결국 재료와 소재의 차별화다. 아주 예민한 전통 비단 위에 분채와 아교 그리고 물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한국화의 초상화 기법을 고양이를 통해 극대화할 때 나만의 독특한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분채를 활용한 작업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분채를 쓸 때만 살아 숨 쉬는 듯한 고양이가 표현된다.
그리고 전통 자수를 직접 놓고, 다루기 쉽지 않은 자개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손이 너무 많이 가는 일종의 노동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최적화되면서 나만의 작품을 가능하게 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생각을 고양이를 통해 좀 더 친근하고 가볍게 전하고 싶어 꿈꾸는 고양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 잠자는 고양이가 자기 만의 꿈을 꾸듯이 이 시대를 살면서 꿈꾸는 우리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이전처럼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관객들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의 공감도 시도해보고 싶었다. 이전 작품보다 다소 라이트해 보일 수는 있지만, 이것 또한 관객과의 벽을 낮추려는 의도였음을 알아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