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아군찾기
직장은 때로 전쟁터와 같다.
서로가 서로를 짓밝고 올라가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
실제로 내가다닌 회사에서는 한 명이 고가를 좋게 받으면 나머지 두 명은 안 좋은 고가를 받게 된다.
이는 월급의 삭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날 선 칼날을 세우고 일을 하게 된다.
동료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존재하고, 누가 내 편인지, 누가 나를 견제하는지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하영은 중견 광고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 팀에서 일했다.
그녀의 팀은 10명으로 구성된 팀이었고, 매 분기마다 한 명만 ‘A’ 평가를 받아 성과급과 승진 기회를 얻었다.
나머지 인원은 B~C를 받고, 두 명은 ‘D’로 평가받아 월급 삭감의 위협에 시달렸다.
이런 구조 속에서 팀원인 도현과 소연은 하영에게 동료이자 경쟁자였다.
도현은 팀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는 늘 농담을 던지며 “하영 씨, 이번엔 우리 셋 다 잘해봐요!”라고 말했지만, 평가 시즌이 되면 자신의 작업물을 부각시키기 바빴다.
반면 소연은 조용히 자신의 일을 했지만, 그녀의 기획안은 늘 날카롭고 완성도가 높았다.
하영은 소연의 침묵을 견제로 느꼈다.
하영은 혼자 되내었다
“소연은 늘 혼자 자료 준비하고 내가 얘기하면 비판적으로만 얘기해서 나를 따돌리려는 것 같아”
하영은 소연을 자신과 대적하려는 적군으로 여겼고, 도현을 아군으로 믿었다.
중요한 제약회사 캠페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팀은 새로운 광고 콘셉트를 제안해야 했고, 하영은 심혈을 기울여 기획안을 준비했다.
도현은 하영의 아이디어를 칭찬하며 “이거면 계약은 확정입니다!”라며 그녀를 격려했다.
하지만 소연은 회의에서 하영의 콘셉트에 대해 한마디를 던졌다.
“고객의 보수적인 성향을 고려하면 너무 파격적이에요”라며 반대했다.
하영은 화가 났다.
“소연 씨, 자꾸 이러면 팀워크가 깨져요!”
소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프로젝트 마감 직전, 도현이 갑작스럽게 자신의 추가 콘셉트를 제안하며 하영의 기획안을 보완하겠다고 나섰다. 하영은 도현의 적극적인 태도에 고마움을 느꼈다.
고객 프레젠테이션 날, 도현이 자신이 기획안 보완에 대해 상세하게 발표하고 싶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하영의 기획안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자신의 보완안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고객은 도현의 보완안을 듣고는 기획의도와 어긋난다고 하며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하영은 당황했다.
갑작스러운 기획의도 변경으로 인해 프로젝트의 수장이었던 자신에게로 모든 책임이 전가됐다.
더 충격적인 건 도현의 반응이었다.
그는 팀 회의에서 “하영 씨가 보완점을 저에게 맡겼고, 저는 그대로 했을 뿐이니 책임은 하영씨에게 있는 거 아닌가요?"라며 슬쩍 발을 뺐다.
평가 시즌이 되자 도현은 이리저리 윗선에 아부를 늘어놓으며 자신의 실적만 내보였다.
하영 때문에 계약체결을 잘못했다고 은근슬쩍 끼워 넣어 말했다
도현은 평가 시‘A’를 받았고, 하영과 소연은 ‘D’ 평가를 받았다.
평가 후, 하영은 소연과 단둘이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소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하영 씨, 미안했어요. 제가 회의에서 자꾸 반대했던 거… 사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니 걱정이 돼서였어요.” 소연은 자신의 노트북을 열어 보여주며 말했다.
“하영 씨 기획안이 워낙 좋아서, 조금만 수정하면 완벽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자료 정리해 뒀었는데… 말로 잘 못 전했어요.”
소연의 노트북에는 하영의 기획안을 기반으로 한 상세한 데이터 분석과 수정 제안이 가득했다.
소연은 하영의 콘셉트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조언하려 했던 것이다.
“왜 진작 말 안 했어요?” 하영이 묻자, 소연은 쑥스럽게 웃었다.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하영 씨가 워낙 잘하니까 주눅 들었어요.”
회사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몇 가지 교훈이 있다.
첫째, 말만 화려한 사람은 경계하라. 진정한 아군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둘째, 비판을 두려워하지 말라. 진정한 아군은 때로 불편한 진실을 말하며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한다.
반면 적군은 갈등을 피하며 자신의 이익만 챙긴다.
셋째, 위기에서 누가 곁에 남는지 보라. 진정한 아군은 위기에서도 함께 싸운다.
직장은 경쟁과 협력이 얽힌 복잡한 공간이다.
겉으로 보이는 호의나 비판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오해에 빠질 수 있다.
진정한 아군은 화려한 말이나 즉각적인 동의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은 팀의 성공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말하며 더 나은 길을 제시한다.
회사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려면 그들의 행동과 의도를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결국, 진정한 동료애는 신뢰와 헌신으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