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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를 베풀면 안되는 사람

호의가 권리인줄 아는 사회

by 젠틀LEE




누구나 자기만의 기준과 사람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간다.

그 기준안에서 능히 다른 이를 감싸 안으려 하는 마음이 생기면 거창하지 않은 호의라는 단어를 바라본다.


호의는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의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비추어 바라볼 때 도달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주는 깊은 내면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하지만, 이를 권리로 알고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다.


내 친구 정목은 동네에서 조그마한 빵집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주위에 조그마한 보탬이 되기 위하여 무료로 동네에서 작은 베이킹 클래스를 열었다.

정목이는 빵을 굽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 믿었고, 그 기쁨을 주위와 나누고 싶었다.

빵을 굽고 나오는 고소 하며 시큼한 그 냄새가 그는 세상에서 제일 향기로운 향수 같다고 했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빵과 쿠키 그리고 촉촉함이 담긴 부드러운 케이크를 가끔 이웃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특히 옆집에 홀로 사는 정순 할머니는 정목이의 쿠키를 받을 때마다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고 했다.

“정목아, 네 덕에 내 늙은 입이 호강하는구먼~.”

그 말에 정목이는 뜨거운 여름 앞에서도 더 열심히 오븐 앞에 섰다고 했다.

곁에서 무심코 바라봤던 그놈의 행동에는 계산이 없었다.

그저 따듯하고 고결했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미소가 그의 보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순 할머니의 며느리가 정목이를 찾아왔다.

그녀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정목 씨, 우리 어머니한테 쿠키 줄 때 좀 넉넉하게 넣어줘요.

매번 할머니만 드시게 조금만 넣어 놓으니까 가끔 우리 아기 두 명이랑 제가 찾아가는데 쿠키가 없잖아요~"


정목이는 당황하며 설명했다.

“할머니가 혼자 사시니까, 그냥 조금씩 챙겨드린 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정목이에게 얘기했다.

“어차피 주는 거 그럼 우리 애들도 챙겨줘야죠. 그게 공평한 거 아니에요?”

정목은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당연한 거라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내보인 호의를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지금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다음 날부터 정순 할머니뿐 아니라 며느리의 아이들에게도 쿠키를 주었다.

그리고 점점 지쳐갔다.

재료비는 점점 늘어났고, 빵을 만들고 쿠키를 만들어 무료로 주는 게 의무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내게 하염없는 한숨을 내쉬고 있는 까만 속을 보여주며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놓았다.

“내가 준 쿠키가 왜 이렇게 무거운 짐이 된 걸까? 이젠 쿠키를 굽는 게 기쁘지 않아.”


정목이는 그날 이후로 나눔을 없앴고, 심장으로 구운 따뜻한 쿠키를 굽지 않았다.


우리는 정목이의 사람에 대한 마음의 빛을 찾아주고 싶었다.

우리는 그날 새로운 쿠키를 만들 것을 정목이에게 제안했다.


그날 정순 할머니의 집 앞에 특별히 만든 쿠키를 놔두었다.

다음날 정순할머니의 며느리가 정목이에게 찾아왔다.

며느리는 쿠키가 너무 맛이 없고 딱딱하다고 이런 걸 왜 주냐고 물었다.

정목이가 준 쿠키는 검게 그을린 시커멓게 딱딱하고, 가운데 속이 텅 빈 오징어링 같은 요망한 쿠키였다.


정목이는 우리가 시킨 대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저의 맛있는 호의는 그걸 받을 사람에게만 드립니다.

시커멓고 속이 텅 빈 사람에게는 그와 똑같은 쿠키를 드려야죠"


순간 정적이 흐르고

정순할머니 며느리는 얼굴이 붉게 변하며 들숨날숨을 연거푸 내쉬고, 줄행랑치듯 씩씩거리며 돌아갔다.




호의가 권리로 변할 때, 우리는 잔잔한 호수가 홍수처럼 쓸려가듯 깊은 내면의 상처를 받는다.

내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빛을 향해 나아갔는데, 그곳에는 쓰라린 어둠만이 나를 비추며 비웃는다.


권리라는 이름으로 돌변한 요구는 그들의 관점에선 정당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요구는 우리의 마음을 짓누르고 하염없이 으깨버린다.


호의는 강요할 수 없는 것인데, 왜 사람들은 그것을 권리로 바꾸려 하는 걸까?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베푸는 마음에 대한 감사의 인사와 동경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호의는 선물이지, 빚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로운 마음에서 나와야 하며, 받는 이도 그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

존중이 피어날 때 비로소 심장으로 구운 따뜻한 쿠키를 맛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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