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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Hee Sep 01. 2024

조코비치에 대한 사적인 기록

돌이켜보니 어쩌면 그건 본능적인 이끌림이었는지?

몇 년 전, 일상이 너무 무료해서 뭔가 내가 해보지 않은 걸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한평생 내가 할 거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테니스를 급 시작했다. 지금까지 레슨을 주에 1회씩 받고 있는데, 아직도 실력은 테린이 수준이다. (게임이야 이제 어느 정도 내 비슷한 구력들과야 가능하지만 겜돌이가 그렇든 레슨 받은 폼은 늘 무너지고, 파워는 약하고... ㅠ).

 

원체 운동신경이 없는 데다가 평생 스포츠에 관심도 없이 살아왔던지라 특히 실력이 더디게 느는 것 같다. 심지어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도 테니스 영상도 잘 안 보고 선수들에 대해서도 무지했달까. 뭐 오며 가며 나달, 페더러, 조코비치 정도의 이름만 스쳐 지나가다 들어본 정도이고, 이 선수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도 딱히 찾아보지도 않았던 거다 (생각해 보니 나 같은 애는 뭘 제대로 배울 자세가 안되어 있는 거 아닌가?!)


그런다가 어느 순간, "아 조코비치가 혹시 내가 옛날에 기사를 읽어봤던 그 선수인가?" 하고 문득 깨닫게 되었는데 (이름이 특이해서), 알고 보니 아주 예전에 내가 우연히 신문에서 조코비치에 대한 기사를 보고는 너무 감명 깊어서 무려 스크랩(!)을 해두었던 거다.


심지어 놀랍게도, 내가 이 브런치에 무려 2016년 초에 이 선수에 대한 글을 쓰다가 저장해 둔 글이 있었다. (아마 그 신문기사는 2016년보다도 훨씬 전에 접했던 것 같고, 2016년에서야 그 기사에 대해 글을 쓰다 마무리하지 못한 채 저장해 둔 것 같다. 그 후로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안 썼다는...) 그 글을 문득 현시점에서 다시 방문하여 이렇게 서문을 쓰고 있는 것인데, (심지어 그때는 이 선수 이름을 한국식으로 어떻게 표기하는지도 몰라서 네이버로 찾아봤던 거 같은데, 이 글 저장된 제목이 "노바크 조코비치"였던 걸 보면 그때는 한국에서 그렇게 불렸었나 보다.) 최근에 조코비치가 올림픽에서 거의 은퇴에 가까운 나이에 신흥강자 알카라스를 꺾고 테니스 금메달까지 따내며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너무 감명받아 이렇게 기록을 해두고 싶었다. (옛날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이런 신의 경지에 오른 운동선수들은 정말 대단하구나,라는 걸 문득 깨닫고 있다. 물론 이런 선수들은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타고난 능력치가 기본적으로 있겠지만, 거기에 더해 일단 저 경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훈련과 수련과 역경을 견뎌냈을지 상상도 안 간다.)


그리고는 내가 예전에 조코비치 기사를 스크랩해 두었던 이유가 자기 관리가 투철해서였다는게 떠올라서, 개인적 궁금증에 그의 식단 혹은 생활 루틴에 좀 찾아보았고, 아래가 그의 식단과 루틴에 대해 알아낸 것을 간략하게 메모해 놓은 것이다. 물론 내가 뭐 운동선수는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인간인지라 아래처럼 살지는 안(못하)겠지만, 그냥 좀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 참고차 기록.


gluten-free, dairy-free, low in sugar

quinoa, lentils, seeds+ energy bombs (dates & cashews)

warm water only

vegetables, lean protein, complex carbs

herbal tea (chamomile, valerian root)

no meat, no anmial-based products (소화에 오래 걸리는 음식은 안 먹음)

gym: 4-5 hours a day, 6 days a week (tennis drills, practice matches, comprehensive physical fitness workouts)

puts on his socks/shoes while standing on one leg (to improve balance and core strength)

Sunday: "active rest" (stretching & yoga)

mental fortitude: pre- and post-workout regime; always includes meditation

mental training: visualization. mindfulness and meditation (15 minn. in a meditatitve state both before and after physical training)

8-hr sleep

7 am: wake-up & 15 min. meditation

Box breathing


여하튼. 아래 글을 쓸 당시만 해도 내가 먼 훗날 테니스를 이렇게 꾸준히 (빈도가 잦지는 않아 주기라도 꾸준히 가져가고 있다) 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그래서 신기해서 이 글을 다시 소생시켜 본다. 아래가 내가 예전에 쓰다 말았던 그 원글. 이 글은 그 당시 끝내지 못한 채로 지금까지 잊혀졌기 때문에 갑자기 끝난다. 물론 지금 저 아래에 이어 쓰고 마무리 지을 수도 있겠다만, 한참이 지난 이 시점에 저 때 내 생각이나 느낀 그 날것의 느낌을 이제는 낼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그대로 두기로. (사실은 어떻게 매듭지어야 할지 좀 애매해서 그럴싸한 핑계를 대본다.)


내가 제일 관심 없는 분야 중 하나는 단연 스포츠다. 웬만한 국민들이 다 좋아하는 축구나 야구에 대한 기본적인 룰도 전혀 모르고, 선수들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그냥 관심이 없다. 그나마 노출이 많이 되는 축구나 야구에 대해서도 이렇게 모르는데, 테니스에 대해서는 알리가 있나.


그러다 작년, 그냥 무심코 아파트 1층에 매일 놓여있는 월스트릿저널을 들고 와서 밤에 막 넘겨보는데,

노바크 조코비치 (Novak Djokovic)이라는 테니스 선수의 인터뷰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돌이켜보니 그때 하도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라, 혼자 사람들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고 위안과 힘을 얻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인터뷰" 기사라는 점에서 그 기사를 정독하게 되었던 거겠지. Novak Djokovic. 어떻게 읽어야 되는지도 모를 정도로 생소한 이름의, 난생처음 보는 테니스 선수였다. 그런데 그 인터뷰 내용이 상당히 감명 깊었는지, 그 일부를 가위로 오려내서 내 다이어리 맨- 앞장에 붙여놓기까지 했다. 잘은 몰랐지만, 최근 몇 년 간 성적이 상당히 좋아 현재 세계 랭킹 1위다.

내 다이어리의 맨 앞장


이 선수에 대한 인터뷰를 접한 후 한 달 정도 후였나, Financial Times에서 매주 토요일 보내주는 저명한 인물들과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조코비치를 다시 한번 접하게 됐다. 아- 그리고 다시 한번 감명받아 즐겨찾기 해두었다. 이 인터뷰 기사에 대한 대다수의 댓글들이 찬사 했듯이, 정말 "훌륭한" 인터뷰 기사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댓글로 "Great piece on a great (and gettin greater) player"라고 내 생각을 대변해 줬다^^)


내가 이 선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단순히 이 선수가 최근 몇 번이나 우승했는지, 누구와 대결해서 이겼는지 등의 경기 기록이 아니다. 이 선수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왜 내가 이 사람을 동경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정확하진 않지만, 두 인터뷰 기사를 통해 파악한 바로는 사실 조코비치는 처음부터 뛰어났던 선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 찾아보니 재능이 있어 테니스 선수의 길로 입문은 하였지만-) 일단 이 선수는 세르비아 출신이다. 최근 조코비치가 꺾은 세계 1, 2위 챔피언 선수들이었던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은 각각 스위스, 스페인 출신 선수들이다. 특히 로저 페더러는 역대 최장 랭킹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언론에서도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찬사 하는 듯하다. (이 두 인터뷰 기사에서 이 두 인물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조코비치가 이 두 선수들을 각종 대회에서 꺾어 현 랭킹 1위까지 오게 되었으니, 아마 몇몇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별로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느낌을 정확히 어느 대목에서 받았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일단 조코비치는 자기 관리가 엄청나게 철저한, 정석의 "프로페셔널"이다.

몸 관리를 위해 gluten-free 식단으로 변경하고, 정신 수련을 위해 늘 명상도 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 책도 발간했다.) 더불어서, 자신이 입는 옷도 상당히 신경 쓰는 것 같다 (아 나로선 정말 이 선수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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