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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해 Jun 26. 2024

중고 거래 판매글 작성의 요령 1-사진 3

문제는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럴 듯한 대표 사진을 찍었다면, 이제 추가 사진을 찍을 차례다. 대표사진만으로 모든 설명이 끝나는 경우라면 사진은 더 찍지 않아도 상관없다. 변질될 이유가 없고 내용물 정보가 명백하거나 글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경우, 혹은 완전한 설명을 링크로 대신할 수 있는 경우가 그렇다. 주로 쇼핑몰에서 찾기 쉬운 새 제품, 도서, 디지털 상품이 여기 속하며, 그밖에 망치나 아령, 사다리처럼 외관이 좀 상해도 기능만 멀쩡하면 상관없는 제품도 있겠다. 물론 제품 상태가 좋다는 사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서 손해볼 일은 없으니, 그런 제품이라도 사진을 많이 찍으면 좋다. 정보는 많을 수록 좋지 않겠는가. 예전에 세컨웨어(구 헬로마켓)에선 아예 동영상까지 올릴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제품이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하기 좋아서 대단한 강점으로 여겼는데 지금은 내가 알기론 동영상까지 지원하는 플랫폼은 없다. 사진을 열심히 잘 찍는 것보다 더 나은 설명과 홍보 방법은 없는 셈이다.


- 어디를 찍어야 하나

대표 사진을 제외하고 설명용 사진은 여섯 장이 이론적 기본값이다. 우리가 3차원에 존재하므로 위, 아래, 상, 하, 좌, 우 여섯 면에서 보면 사물의 거의 모든 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기본값이 그렇다는 얘기고, 실제로는 예외가 많다. 앞서 말했듯이 의복이나 도서, 음반처럼 납작한 물건은 두 면만 찍어도 될 때가 많고, 반대로 가방처럼 안쪽도 봐야 하는 물건은 사진이 더 필요하다. 게다가 손상 부위같은 특이 사항을 설명하려면 두어 장이 더 들어간다. 의류와 신발을 자주 거래한 내 경험으로는 적게는 네 장, 많게는 열 장까지 찍곤 했다. 


그렇다면 어디를 얼마나 찍는 게 적절할까? 여기서 다시 한번, 중고 판매글의 작성의 핵심은 구매자의 위험 부담을 줄이는 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과연 괜찮을까 싶은 의문이 남으면 그 물건을 선뜻 살 수 없다. 채팅으로 물어서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 구입할 때 어차피 채팅을 거칠 경우가 대부분이니 판매자는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묻겠거니 생각하기 쉽지만 채팅 문의를 거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쇼핑몰에서 품절 직전인 물건을 사려다 게시판에 문의를 남기고 기다리는 것 이상으로 귀찮고 번거롭고 꺼려질 때도 많다. ‘그냥 안 사고 만다’는 마음을 먹고 나가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따라서 제품 사진은 일말의 의문도 남기지 않겠다는 작정으로 찍어야 한다. 이를 위해 포함되어야 할 사진을 범주화하면 다음과 같다.

- 제품 외관에 대한 기초 정보 사진

- 제품을 사용하면서 접하게 될 부분에 대한 사진

- 제품 사양을 담은 사진

- 제품 사용으로 인해 변화한 부분을 설명하는 사진


이 범주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1. 제품 외관에 대한 기초 정보 사진

제품의 디자인이 어떤지 겉보기를 설명하는 사진이다. 여기선 대표사진에 담지 못한 다른 면들을 추가하면 된다. 예를 들어 재킷이라면 겉에서 볼 때 바로 눈에 들어오는 앞뒷면이고, 신발이라면 전후좌우상하가 된다. 이렇게 멋진 물건이라는 구체적 홍보 차원의 사진들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제품을 사용하면서 접하게 될 부분에 대한 사진

제품을 겉에서 슬쩍 봤을 때 보이지 않는 부분을 설명하는 사진이다. 재킷이나 가방의 안쪽 면, 신발 안쪽 뒤축 사진이 여기 들어가는데, 이 부분이 부실하면 기껏 팔고 나서 기대와 다르다고 비난받기 쉽다. 우리가 디자인만 보고 새옷이나 가방을 샀을 때를 생각해보자. 안감이 너무 싸구려거나 마감이 한심하거나 주머니가 없어서 짜증이 났던 때가 있을 것이다. 이럴 때 구매자는 물건을 환불하면 그만이지만, 판매자라면 환불처럼 난처한 일이 드물다. 거래를 역순으로 다시 거쳐 물건을 회수하고 또 팔아야 하니 제품이 안 팔리는 것보다 두 배 이상으로 성가신 문제다. 이런 비극을 피하려면 겉에서 안 보이는 안쪽면 등을 세심하게 찍을 필요가 있다. 설명과 다르거나 문제가 있다고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을 만나는 것보다 그런 고객에게 물건이 걸러지는 게 낫기 때문이다.


등산 용품을 여럿 뒤적인 내 경험으로 얘기해보자면 가방류는 특히 주머니 위치나 갯수 따위가 중요한데 알기 쉽게 사진을 찍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포기한 물건이 제법 되었다. 마찬가지로 바람막이도 ‘핏 집’이라고 해서 겨드랑이에 환기용 지퍼가 달린 것을 찾느라고 엄청난 시간을 죽였는데, 이건 해당 부분이 흔히 찍는 재킷 앞면 사진에서도 뒷면 사진에서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런 예를 보더라도 한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찍은 사진 한두 장을 추가해서 제품의 특징이나 매력을 잘 드러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고, 약간 번거로워지더라도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의 시간을 아끼는 지름길이 된다.




(판매자가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지 않으면 구매자가 이런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3.제품 사양을 담은 사진

판매할 물건의 겉모습과 안쪽 모습을 모두 찍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사양에 대한 사진이다. 슬슬, 혹은 이미 한참 전부터 뭐가 이렇게 복잡한가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남의 지갑을 연다는 게 쉽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합리적인 성격이라면 물건을 살 때 따지는 것들이 적지 않기 마련이다. 하물며 중고 장터에서 물건을 싸게 구하려는 사람은 더욱 깐깐할 테니, 이들의 마음을 열기란 얼마나 어렵겠는가.


당장 우리 자신만 해도 제품을 구매할 때 뜻밖에 많은 것을 따지고 있다. 옷이나 신발을 살 때 디자인만 보는 게 아니라 사이즈도 본다. 게다가 운동용처럼 특별한 목적을 가진 제품을 살 때는 원단 정보도 보게 된다. 요컨대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는 제품 사양도 명시해야 제품이 팔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그러니 옷이나 신발처럼 정보가 적힌 태그 사진은 꼭 추가하자. 그리고 크기가 상식에서 벗어나는 물건이거나 크기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의복, 신발, 가구 등은 크기를 잰 사진까지 추가해야 한다. 물론 사진으로 남기지 않고 설명에 써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기장을 옷깃부터 쟀는가 깃 아래부터 쟀는가’ 같은 사소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남는다.


의복 사이즈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대충 걸쳐 입기만 하면 그만인 티셔츠나 고무줄 반바지, 판초우의 정도는 L, M, S 따위 간단한 표기로 넘어가도 괜찮지만, 맵시가 중요한 그밖의 의류는 모두 실측을 해야 한다. 가슴반품(납작하게 편 상태에서 겨드랑이 사이의 거리), 어깨(어깨 재봉선 사이의 거리), 기장(옷깃 밑에서 하단까지의 거리), 허리반품 따위를 모조리 재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대단히 귀찮은 짓이라는 걸 나도 알지만, 사이즈가 조금 어긋나는 것만으로 안 사느니만 못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게 옷이라 어쩔 수 없다. 특히 외국 기준으로 만들어진 ‘자라’ 따위 브랜드는 인치 표기와 센티미터 표기가 단위 변화과 전혀 맞지 않기도 해서 반드시 실측을 해야 한다.


참고로 이 사실은 극히 최근에, 결혼식 가기 30분 전에 바지를 인치만 믿고 샀다가 실패해서 알아낸 것이다. 전에 친형의 결혼식 때는 출발 직전에 구두 밑창이 박살나서 가수분해의 공포를 깨달았으니, 나는 어째 결혼식 때마다 뭘 깨닫게 되는 모양이다. 어찌되었든 그  자라 바지는 결국 다시 팔아버릴 수는 있었지만, 이런 시행착오는 또 겪고 싶지 않다.


물론 몇 푼 회수하자고 옷의 사이즈를 일일이 다 재는 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이럴 때는 해당 제품의 정보가 상세히 나온 판매 사이트를 찾아서 링크로 거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노트북 같은 IT기기나 가전제품도 관련 정보가 상당히 긴 만큼 공식 사이트나 판매처를 링크하면 편리하다. 나보다 더 제품을 잘 알고 제품을 더 잘 팔고 싶어하는 사람이 올린 정보니까 제법 괜찮은 방법이다. 기업이공식 사양을 바꿔대거나 제품 평이 엉망이라면 좀 곤란하겠지만…….


또 여담인데, 외산 고급 신발 중에는 사이즈 정보가 적혀 있지 않은 물건이 종종 있다. 이럴 때는 대체로 깔창을 빼면 숨겨진 글자가 보이거나, 깔창 밑면에 적혀 있다. 둘 다 안되면 사이즈가 확실한 신발에서 꺼낸 깔창과 사이즈를 모르는 신발의 깔창 길이를 비교하면 신발 사이즈도 유추할 수 있다. 다만 신발이란 발볼 크기도 문제가 되곤 하니, 유달리 좁고 길기로 악명이 높은 나이키 신발이나 유럽산 등산화처럼 특이 사항이 있다면 꼭 명시하자.



4. 제품 사용으로 인해 변화한 부분을 설명하는 사진

중고라서 발생한, 새 제품과의 차이도 사진으로 잘 찍어둬야만 한다. 안 그러면 본의 아니게 사기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보상이나 환불 요구에 바로 답하고 처리해주면 악플이 달리거나 점수가 떨어지는 불상사는 면할 수 있겠지만, 위에 적었듯이 팔지 못한 것보다 압도적으로 심한 손해를 보게 되니 주의하자. 특히 과도하게 깐깐한 구매자를 만나면 정말 힘들어진다. 나는 정상 작동을 확인하고 보낸 스마트 밴드가 켜지지 않아서 항의를 받은 적이 있는데, 구매 금액에 더해 시간 낭비에 대한 손해 배상까지 요구받아 진땀을 뺐다. 이 경우는 운이 없었다고밖에 할 말이 없지만, 제품의 문제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이렇게 난처해질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니 주의하자.


그런데 제품의 문제를 성실하고 정직하게 아는 대로 찍어 올리는 것만으로 만사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제품의 문제를 판매자도 파악하지 못할 때가 제법 있기 때문이다. 줄곧 사용해서 낡은 물건은 외양도 낡아서 구매자의 기대치도 낮고 판매자도 상태를 비교적 잘  알지만, 오랫동안 보관만 해놓고 사용하지 않은 물건, 또는 남의 부탁으로 파는 물건은 나중에 문제가 발견되는 일이 허다하다. 물론 자기 물건이라고 속속들이 잘 안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다. 잘 아끼고 닦으며 쓴 물건이면 모를까, 당장 자기 신발 밑창도 진창이나 쓰레기를 밟기 전에는 볼 일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그렇기 때문에 사진을 꼼꼼이 찍는 과정이 더 중요해진다. 제품의 모든 면을 사진에 담기로 작정하고 촬영을 하다 보면 찍는 과정에서든 사진을 다시 보는 과정에서든 자신도 모르던 흠을 발견할 수 있다. 옷과 가방은 안쪽에 흠이 없나 잘 보고 신발은 밑창이 얼마나 닳았나 보이게끔 사진을 찍자. 모니터처럼 손상되기 쉽고 켜기 전에 문제를 알기 힘든 가전제품은 작동하는 장면도 찍어두자. 또 내 구매 경험을 얘기하자면, 겉만 멀쩡하고 방수 테이프가 떨어진 바람막이를 환불한 게 한 번, 방수 코팅이 부슬부슬 떨어지고 허리쪽 안감이 해진 바람막이를 환불한 게 한 번, 매쉬가 찢어지고 이다. 물건을 빨리 올려 빨리 파는 건 분명 추구할 만한 미덕이지만 그 와중에 신뢰를 잃지 않게 조심하자.



*추신

테일크루의 최애 공모전에서 단편 SF소설 ‘아이의 최애'로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mofic.io/novels/LkQWjnegZ6dwZ1p0?tab=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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