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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해 Jun 05. 2024

중고 거래 판매글 작성의 요령 1-사진1



돌고 돌아서 드디어 판매글을 어떻게 작성하면 좋을지 이야기할 차례다. 원래 이 시리즈는 이 내용을 다뤄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인데, 물건 처분의 과정을 하나씩 따라오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나 원 참.


아무튼 어떤 물건을 어디에 팔지 선택했다면 중고 거래 판매글을 쓸 차례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대충 사진 한 장 찍어 올리고 이름 적어서 사 가라고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물론 그것도 틀린 방법은 아니다. 그렇게 올린 물건이 아주 가치 있는데 비해 저렴하다면 누군가는 사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짜리 한정판 콘솔 게임기를 사진만 한 장 찍고 ‘선물 받아 몇 번 해보고 더 안 써서 처분합니다’라며 10만 원에 올리면 연락이 빗발칠 것이다. 물건의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나 잡다한 사정으로 물건을 최대한 빨리 치우려는 사람의 매물을 매의 눈으로 노리는 사냥꾼들이 매순간 암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물건을 대충 처분하려는 게 아니라, 처분도 하면서 돈도 최대한 회수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돈을 더 받으려는 만큼 판매글도 정성들여 써야만 한다. 귀찮다면 위에 예로 든 것처럼 돈을 덜 받으면 된다. 요컨대 잘 쓴 만큼 돈을 더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다만 중고 거래를 위한 판매글을 잘 쓴다는 건 일반적인 쇼핑몰의 상품 소개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새 상품을 주문할 때는 그 상품이 내가 생각한 용도에 잘 맞는지,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으며, 그에 합당한 가격인지 고려하는 반면에, 중고 상품을 볼 때는 매물이 정상적인지도 주의 깊게 살펴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 옷을 살 때는 디자인과 사이즈가 가장 중요하지만, 헌 옷을 살 때는 손상 유무가 가장 중요하다. 새 옷은 문제가 있으면 대체로 환불하거나 교환할 수 있지만 헌 옷을 개인 판매자에게 살 때는 환불이나 교환이 잘 될 거라는 보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매글을 작성할 때는 쇼핑몰의 새 상품 소개처럼 제품에 무슨 특징이 있고 어떻게 쓰면 아주 유용한지 홍보할까 궁리하기 이전에 매물의 위험부담부터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매물의 위험부담은 판매자의 입장에선 실감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멀쩡히 잘 쓰던 물건이면 문제에 대해 설명할 게 없으니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사진도 대충 찍고 판매글도 간략히 써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려면 철저히 구매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신이 그 글을 보고 물건을 중고로 살 만할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어텍스 바람막이를 올렸다면, 브랜드는 무엇이지, 보기에 흠은 없는지, 모자가 달려 있는지, 방수 투습 기능에 이상은 없는지, 사이즈가 잘 맞는지, 주머니나 겨드랑이에 지퍼가 있는지, 믿고 거래할 수 있는지 따위를 점검해볼 수 있다. 구매자가 그 판매글을 보고 가질 의문이나 의심이 해소되는지 되짚는 것이다. 이런 의문 중에서 해소되지 않고 남는 것은 곧바로 위험부담이 된다. 과연 진짜 괜찮을지 알 수 없는 물건이 되는 셈이다.


물론 잡다한 의문을 채팅으로 물어볼 수도 있는 일이지만, 구매자 입장에선 채팅으로 질문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이것저것 물어보고 안 사기로 정하는 것도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라 의문 하나하나가 커다란 장벽이 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경할 때 본인 인증 같은 절차가 하나씩 추가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쇼핑몰을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 눌러봤더니 본인 인증을 하라고 하면 그 물건을 살 의욕이 절반은 날아갈 것이다. 이 때문에 유수의 쇼핑몰이 구경부터 구매까지 쉽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걸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쇼핑몰의 새 물건에 비해 품질 보장이 압도적으로 형편없는 중고 매물을 팔면서 구매자를 귀찮게 만드는 건 거래가 되든 말든 별로 상관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기 마련이다. 그게 가능하면 세계평화는 진작 달성되었으리라.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에 기초해서 세상을 볼 수밖에 없으므로, 입장을 바꿔보기로 작정해도 자기가 당연히 생각하는 부분은 놓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이어질 내용을 보며 판매글을 작성할 때 가볍게 넘긴 부분이나 놓치고 있던 부분을 살펴보길 바란다.


(내가 아는 것을 남도 알 거라 생각하는 실수는 판매 실패의 지름길이다)


1. 사진

보드게임 중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커뮤니티인 보드라이프에서는 놀랍게도 사진도 없이 물건을 사고 파는 모습을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다. 보드게임 거래가 상품 설명만으로 가능한 것은 커뮤니티 게시판이 제목과 함께 썸네일을 보여주지 않는 구조이고, 게다가 사람들이 하나의 판매글에 여러 상품을 올리는 일이 보편적인 풍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좁은 마니아 시장이고 상품의 종류가 국한되어 상태를 눈으로 보지 않아도 크게 궁금할 게 없는데다 이례적으로 상호 신뢰도가 높은 덕도 있다.


그러나 당근이나 번개장터처럼 일반적인 중고거래 시장은 상품이 사진을 위주로 노출되므로 이용자의 시선을 끌려면 사진을 잘 찍어야만 한다. 상품의 종류도 제약이 거의 없으니 상태도 제각각이다. 설명도 글로 하는 것보다는 사진을 많이 올리는 게 여러모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올풀림이 조금 있지만 이용엔 지장 없어요’ 같은 소리를 백날 읽어봤자 눈으로 보기 전에는 진짜 괜찮은지 판단하기 어려우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사진은 가급적 많이 찍되, 일단은 상품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사진이자 썸네일이 될 사진부터 보기 좋게 찍어야 한다. 게시물 목록에서 일단 이용자 눈에 띄어야 사람이 들어와 구매를 하든가 말든가 할 게 아닌가. 간혹 이 부분을 놓치거나 설정을 실수해서 제품 박스, 신발 밑창, 옷 소매 따위 부차적인 사진을 대표 사진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수백 개의 상점이 즐비한 상가에서 장사를 하면서 간판은 내걸지 않는 것처럼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래서야 아무리 좋은 상품을 올려봤자 헛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멋진 대표 사진을 찍는 방법에 엄청난 절차나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촬영용 조명이나 배경이 따로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된다. 그러나 너무 무심하게 찍으면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도 적지 않은니 여기선 실수를 피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얘기해본다.



*추신

테일크루의 최애 공모전에서 단편 SF소설 ‘아이의 최애'로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mofic.io/novels/LkQWjnegZ6dwZ1p0?tab=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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