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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해 Jun 12. 2024

중고 거래 판매글 작성의 요령 1-사진2

중고 거래용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점을 실수하기 쉬울까?



상품만 알아보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 쉬운 중고 거래용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점을 실수하기 쉬울까? 주요한 문제들을 알아보자. 


광량

평소에 사진을 즐겨 찍지 않는 사람은 충분한 광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은데, 명확한 정보를 담은 사진을 찍으려면 광량부터 신경 써야 한다. 집이란 햇빛이 직접 들어올 정도로 밝은 시간대가 아니면 의외로 어둡기 때문이다. 특히 거실이 아니라 방 안이면 사람 눈에는 충분히 밝아 보여도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상당히 어두운 편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 엉망이 된 경험이 있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렇게 어두울 때 한 손으로 제품을 들고 찍기라도 하면 사진이 흔들리기 일쑤다. 상품의 색감이 실제와 크게 달라지기도 하고, 표면의 질감이나 마모 정도, 박음질 상태 같은 부분이 보이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전등을 켜면 머리나 손의 그림자가 제품을 가릴 때가 많고, 무드등처럼 빛이 따뜻한 조명을 사용하면 원래 색깔을 짐작하기도 어려워진다.


그러니 제품 사진을 찍을 때는 빛이 충분히 들어오고 그림자가 가리지 않는 각도에 잘 올려놓고 찍는 게 바람직하다. 어두울 때 스마트폰에 달린 플래시를 쓰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추천하진 않는다. 제품에 빛이 강하게 반사되어 반사광이 직접 들어오는 부분은 새하얀 색으로 지워져 버리고, 과도한 광택이 고급스러운 물건도 고급스럽지 않게 만들기 쉽다. 요즘은 레트로가 유행해서 필름 카메라 시절의 과장스러운 플래시를 일부러 쓰기도 하지만, 그런 레트로풍을 살리는 동시에 멋진 제품 사진을 찍는 건 프로의 영역에 가깝다. 그러니 ‘호화 한정판 에디-숀’ ‘총천연색’ 같은 수식어구를 쓰기로 작정한 게 아니라면 스마트폰 플래시 대신 자연광이나 천장등을 쓰자.


(광량에 신경을 쓰지 못한 사진의 예시)


배경

제품 제조사가 아니니까 사진의 배경에도 심혈을 기울일 필요는 없지만 빛이 잘 드는 자리를 찾으며 배경도 함께 고려하긴 해야 한다. 일단 판매할 물건 외에 다른 물건은 적게 찍힐 수록 좋다. 팔지 않을 신발이 즐비한 현관 사진을 찍고 ‘윗줄 두 번째 신발 팔아요’ 같은 식으로 올리면 안된다는 말이다. 제품의 대표 사진에는 제품만 들어가는 게 이상적이고, 그게 어렵다면 팔 물건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드는 물건만이라도 안 나오게 해야 한다.


나는 주로 다른 물건이 없는 방바닥이나 침대 시트를 이용하는데, 바닥은 마루고 시트는 무늬가 단순해서 부족하진 않아 보인다. 코트처럼 어디에 걸어놓고 찍는 게 나은 물건은 방문이나 옷장 손잡이에 걸어놓고 찍기도 한다. 이 경우는 문틀이나 옷장의 서랍 모양이 시선을 분산하긴 하지만 이 정도는 허용 가능한 범위라 생각한다.


예전에 내가 보드게임을 만들어 팔 때는 작정하고 장사를 하는 만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사진의 배경에 깔 와인색 천을 따로 구해 쓰기도 했다. 빈티지 상점을 운영하는 전문 업자들도 그런 식으로 촬영용 간이 스튜디오를 따로 마련하고 사진을 찍는데, 아무리 깔끔해 보여도 개인 판매자인 이상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필요 이상으로 전문 업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 업자로 보이면 더 믿을 만하지 않겠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전문 업자로 보이지 않으려 하는 것은 대량의 매물을 다루는 전문 업자의 물건보다는 소량의 물건을 잘 파악한 개인 판매자의 물건이 더 믿을 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순수하게 주관에 따른 생각이라 무엇이 옳다고 하기 어려우니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구도

인물 사진이나 예술 사진도 아닌데 구도까지 따지란 말인가! 하고 황당해할 수도 있겠다. 맞는 말이다. 꼭 아름답게 예술적으로 찍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대표 사진은 제품의 매력을 적당히 담는 정도면 충분하니 구도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구도보다는 ‘각도’나 ‘배치’가 더 어울리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제품의 대표 사진은 제품 전체가 모두 보이는 거리에서 약간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게 일반적으로 보기 좋고 정갈하며 기본 정보 전달에 충실하다. 정면이 가장 많이 보이되 상단과 측면이 살짝 보이게 3면을 포함하면 입체적이라 제품 크기에 대한 감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된다. 다만 무조건 그렇게 찍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도서나 의류나 가방처럼 애초에 납작하거나 사용중이 아닐 때 형체가 불분명한 제품은 정면을 찍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제품의 실사용 사진을 찍는 것은 어떨까? 나는 다소 부정적이다. 자기 자신이나 가족을 이용해 실사용 사진을 찍어도 구매 의욕을 자극할 만한 사진을 잘 찍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 모델까지 동원하지는 않는 선에서 좋은 사진을 찍는 정도를 권하고 싶다.


그러나 중고 의류 판매 게시물을 보다 보면 현대인이 추구하는 몸매를 뽐내듯이 찍은 사진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그 방법이 시선을 끌 수는 있어도 구매 욕구를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업자들의 시장은 환상을 팔지만 중고 장터는 현실을 파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령 나는 오픈 마켓 따위에서 전문 모델이 찍힌 사진을 보면 순수하게 옷만 보고 예쁘다는 생각을 하지만, 중고장터에서 모델인지 판매자인지 모를 사람이 멋지게 찍힌 사진을 보면 ‘저 맵시는 좀처럼 안 나오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고 장터의 판매자는 일단 나와 같은 편에 선 일반인 소비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사진을 리뷰 사진 보듯이 보수적으로 나와 비교하며 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다. 볼레로처럼 작고 실제로 걸쳤을 때 어떤 모양이 나오는지 중요한 옷은 착용샷이 있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이런 식으로 피치 못할 경우에 나는 본문에 오픈마켓에서 판매중인 해당 상품의 링크를 첨부해서 해결한다. 노력에 비해 정보 제공 효과가 큰 타협점이다.


다시 구도 얘기로 돌아가자. 나는 작년부터 신발을 자주 거래했는데, 신발은 두 개가 한 세트인 물건이라 보기 좋게 배치하기가 은근히 어려운 편이다. 길쭉한 물건 둘을 나란히 놓으면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가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주 위에서 찍자면 디자인의 매력이 다 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전문 업자들은 어떤가 살펴보니, 아예 단차를 만들어 좌우의 높이를 다르게 놓고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 역시 전문가들은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스튜디오까지 마련할 순 없지만, 이런 식으로 보기 좋은 구도와 배치는 남의 방법을 배워볼 만하다.


(밝은 곳에서 다면을 한번에 넣은 사진의 예시)


개인정보에 주의

돌아다니는 중고거래 사건 사고 중에서 절대 찍으면 안 될 것이 찍힌 경우가 있다. 옷을 입다 말고 상품 촬영을 도와주던 남편의 하반신 일부가 상품 사진에 들어가고 만 것인데, 남 일이라 웃고 넘어가지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른다. 상품 촬영에 집중한 나머지 배경을 살펴보지 않다 보면 이런 실수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당장 나만 해도 사진을 찍고 나서 올릴 때 보니 책상 밑으로 털이 수북한 허벅지까지 찍혀 있어서 재촬영을 한 경우가 몇 번이나 있다. 딱히 절대 보여선 안 될 부위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모습은 아니니 인체가 이런 식으로 노출되지 않게 할 필요는 있다.


신체 외에도 사진에 들어가지 않게 주의할 것은 적지 않다. 바코드가 모두 노출된 기프티콘 따위를 올렸다간 순식간에 강탈당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유명한 얘기다. 심지어 편집으로 덧칠해도 밝기 조정 따위를 거쳐 덧칠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신용카드도 요즘은 한면에 모든 정보가 다 들어가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하고, 별 생각 없이 찍은 사진에 회사 내부 자료가 들어가거나, 채팅창의 이름, 연락처 따위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여성 1인 가구처럼 가구원 숫자와 거주지 정보가 악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사진에 들어가는 제품 외 정보는 줄이는 게 좋다. 창밖의 랜드마크 각도나 집안 구조, 빌트인 가구 따위를 단서로 삼는 것은 물론이고 눈동자에 비친 집안 모습까지 이용해서 촬영지를 특정한 사례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상당히 극단적인 사례인 만큼 사진을 올릴 때마다 ‘누가 내 정보를 캐내면 어떡하지’ 하고 노심초사할 것까지는 없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 애초에 팔 물건만 깨끗이 나오는 사진을 찍으면 되는 일이니, 좋은 습관을 들여 상품도 잘 팔고 안전도 확보하자.



*추신

테일크루의 최애 공모전에서 단편 SF소설 ‘아이의 최애'로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mofic.io/novels/LkQWjnegZ6dwZ1p0?tab=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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