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모두가 개발자가 되어야 할까?
나는 교육자가 아니다. 교사, 학자도 아니다. 다만, 20년 넘게 키보드와 함께해 온 사람이다. 개발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며 수많은 밤을 코드와 씨름했고,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환희를 맛보며 개발자의 길을 걸어왔다. 이 글은 2010년도 중반 이후 부터 시작된 '코딩 교육 열풍'을 보며 느꼈던 답답함과 고민의 기록이다.
요즘 코딩은 필수 소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세계까지 침범하고 있다. '앞으로는 누구나 코딩을 해야 한다', 'AI시대에 밀려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말들이 부모들의 불안을 자극한다. 그래서 아직 친구들과 뛰어놀 시간도 부족한 아이들이 논리적 사고력이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 컴퓨터 앞에 앉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정말 아이를 위한 일일까? 아이가 즐거워하는지, 정말 필요한지보다는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선다. 그 속에서 아이의 마음과 개성은 뒷전이 되고, 코딩은 또 하나의 입시 도구나 경쟁의 무기로 전락한다.
한편, 성인들의 세계에도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라는 가벼운 바람이 분다. 개발자는 자유롭고, 돈도 잘 벌고, 카페에서 노트북 하나로 세상을 바꾸는 멋진 사람들처럼 그려진다. 그래서 '3개월 완성', '부트캠프 후 취업 보장' 같은 달콤한 약속들이 곳곳에서 속삭인다. 하지만 현실의 개발은 유행처럼 쉽게 배워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개발은 사용자의 답답한 요구를 이해하고, 기획자의 변덕스러운 수정 사항을 받아들이며, 끝없이 변하는 기술 스택을 따라잡아야 하는 고단한 마라톤이다. 그 속엔 수많은 밤샘과 좌절이 있고, 때로는 자존심도 구겨가며 배워나가야 하는 뼈를 깎는 인내가 필요하다. 코딩을 배우는 것과 개발자로 살아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두 가지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하나는 미성숙한 상태에서 코딩을 강요당하는 아이들에 대한 우려, 다른 하나는 너무 쉽게 이 길에 들어서려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이 글은 '코딩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진정한 이해와 각오 없이 이 길에 발을 들이는 것이 개인에게는 실패와 상처를, 기술 생태계 전체에도 혼란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을 나누고 싶다.
개발은 기술 이전에 사람의 이야기다. 단순히 문법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마음을 읽고 동료와 호흡하며 세상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코드 한 줄 한 줄을 써내려가며 조용히 생각해본다. 정말 모두가 개발자가 되어야 할까?
연재를 수요일로 지정했지만, 요일에 구애받지 않고, 글이 완성되면 등록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