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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omeNa May 13. 2021

이사를 갔다 3

기나긴 여정의 마무리 1

2개월 동안 이사 준비에 대한 여정을 끝내고 드디어 이사를 갔다. 기존 집의 진금 수령, 근저당 해제, 가구 폐기, 아이들 전학, 대출, 이삿짐, 분단위로 쪼갠 이삿날 스케줄 등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사를 자주 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울 정도로 힘든 여정이다. 2개월이라는 시간이 긴 줄 알았지만,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인식이 안될 정도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지금은 새로 이사한 집에 있다.


10년 정도 묶은 추억을 정리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한 여정이 이렇게나 힘든 줄은 몰랐다. 하루하루가 이슈의 연속이고,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거의 없었다.




가장 큰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머니다. 대출 승인 여부는 고사하고 대출을 위한 서류 준비가 구시대적 시스템에 젖어 있다.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에 온갖 서류를 국세청 홈텍스, 정부24, 은행, 행정센터 등에서 각종 서류를 다 발급받아서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이메일이나 휴대폰 고화질 메시징을 사용하지 않고 팩스로 전달하는 방식도 구시대적 시스템의 찌꺼기다.


가정마다 팩스기기를 설치한 곳도 없을뿐더러 회사에서도 팩스를 철거하는 시기에 문서를 화질도 나쁜 팩스로 송달하는 것 자체가 서류 문화에서 벗어나질 못한 듯하다.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 주민초본, 소득증명, 연말정산 카드 사용내역, 재직증명 또는 건강보험 가입증명 등 대부분 온라인에서 조회, 발급이 가능한 문서지만, 프린트해서 종이 문서를 원한다. - 우리나라는 결코 IT강국이 아니다 -


대출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IT 실체를 봤다. 매스컴이나 정부에서 떠드는 첨단 행정 시스템은 온데간데없고, 그냥 집에서도 프린트할  있다 정도였다. - 첨단 자동화 또는 페이퍼리스 행정 시스템이면 모든 정보가 개인정보 동의 승인하에 신경  것도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


본격적으로 행정 시스템에 실망한 건 전학이다.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욕을 한 바가지 하고 싶은 심정이다. 상식을 떠나 업무처리 돌리기의 진수를 맛본 듯하다. 전자정부 2.0은 고사하고 학생에 대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는 업무처리 돌리기의 진수를 맛 본듯 하다.


중학교는 무리 없이 진행했지만, 교과서를 왜 반납해야 하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복은 고급 옷감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해리포터의 교복처럼 멋스러운 것도 아니고, 일반 츄리닝 보다도 못할 것 같은 옷이 왜 비싼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부 지원으로 구매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상하위 한벌 정도의 수준이지 다른 것들은 다 구매를 해야 한다. 제일 돈 주고 사기 아까운 건 가디건이다. 옵션이지만 반 강제 옵션이다.


중학교 전학 처리는 여전히 문서로 제출해야 하지만, 별 무리 없이 진행됐다. 문제는 고등학교 전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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