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성과 반복의 미학
우리는 종종 반복(repetition)을 단순하고 기계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반복은 단순한 복제의 개념을 넘어, 변주(variation)를 통해 새로운 패턴과 창의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프로그래밍에서 반복문(loop)은 단순히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조건과 규칙 속에서 유기적으로 변화하며 예측 가능성과 변화를 조화롭게 결합하는 도구다.
프로그램의 반복문
프로그래밍에서 반복문은 같은 동작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면서도, 조건에 따라 변화를 가미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다. 반복문은 단순히 코드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패턴을 만들고 최적화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화면에 동일한 요소를 반복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경우, 반복문을 사용하면 수작업 없이도 일정한 규칙을 유지하면서도 미묘한 변화를 가미할 수 있다.
for (let i = 0; i < 10; i++) {
console.log(`Pattern ${i}: Rococo Design`);
}
코드를 실행하면 ‘Pattern 0: Rococo Design’을 시작으로 ‘Pattern 9: Rococo Design’까지 출력된다. i라는 변수가 반복 증가(i++)하면서 i가 10보다 작을 때까지 반복(for)하라는 의미다.
for (let i = 0; i < 10; i++) {
let colorValue = 255 - (i * 20); // 점점 어두워지는 색상
console.log(`Iteration ${i}: Color ${colorValue}`);
}
위의 코드는 조금 더 응용한 코드다. colorValue의 값을 점차 차감시킨다. 컴퓨터의 색상은 RGB각각 255 단위로 나뉘고, 255가 최대치이며, 0이면 해당 색상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해당 코드를 응용하면 그러데이션 효과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이처럼 반복은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면서 유기적으로 값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반복과 패턴을 활용해 우아함과 장식성을 극대화한 예술이 로코코(Rococo) 양식이다.
로코코는 대칭적인 구조와 엄격한 질서를 강조했던 바로크에서 벗어나, 곡선과 패턴을 반복하며 자유롭고 장식적인 미학을 발전시켰다.
극적 감동에서 섬세한 우아함으로
바로크(Baroque)가 웅장하고 극적인 감동을 목표로 했다면, 로코코(Rococo)는 가볍고 우아한 장식성을 추구했다. 바로크가 강렬한 감정과 극적인 명암 대비를 활용하여 신비롭고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로코코는 밝고 경쾌하며 장식적이며 세련된 미학을 강조했다.
17세기 바로크는 주로 가톨릭 교회와 절대왕정의 권력을 과시하는 도구였다. 하지만 18세기로 접어들면서, 사회 분위기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바로크 건축과 예술의 중심이었던 루이 14세(Le Roi Soleil, 태양왕)는 프랑스 왕권을 절대적으로 강화하고, 그 상징으로 베르사유 궁전을 건설했다. 베르사유의 바로크 스타일은 웅장하고 대칭적이며, 국왕의 권위를 강조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1715년, 루이 14세가 사망하면서 그의 후계자인 루이 15세(Louis XV) 시대에 새로운 미적 감각이 대두했다.
루이 15세 시대에는, 절대왕정의 엄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귀족 중심의 사교 문화인 살롱(Salon) 문화가 형성되었다. 살롱(Salon) 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귀족과 지식인들이 모여 사교와 예술을 즐기던 문화의 중심지이며, 당대의 예술, 문학, 철학, 정치 담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특히 귀족 여성들이 살롱의 주최자(Salonnière) 역할을 하며, 문화와 예술을 후원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살롱에서는 귀족들의 사적이고 감각적인 삶이 중요했기 때문에, 로코코 회화는 바로크의 종교적이고 장엄한 표현에서 벗어나 사랑, 유희, 자연 속의 가벼운 감정 표현을 강조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로코코 화가인 앙투안 바토(Antoine Watteau)는 귀족들의 목가적인 연애와 가벼운 유희의 순간을 그림에 담아냈고, 프랑수아 부셰(François Boucher)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는 낭만적이고 관능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부드러운 색채와 섬세한 붓터치를 활용했다.
앙투안 바토는 로코코 회화의 창시자로 불리며, 대표작 <향연으로의 출발>은 로코코 미학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제목이 ‘키테라(Cythera) 섬으로 출발’ 이지만, 키테라는 사랑과 낭만의 상징적인 장소이다. 바토는 이처럼 신화적 요소를 포함하면서도, 귀족들의 낭만적인 유희를 묘사하는 장르를 창조했다.
작품에서 보듯이 나무그늘에서 배에 오르기까지 시간적 흐름과 이동을 담아냈다. 마치 연속된 프레임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반복적으로 배치된 듯한 효과를 준다.
퐁파두르 부인은 루이 15세의 공식적인 애인이자, 프랑스 예술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후원한 인물이다. 프랑수아 부셰는 그녀의 후원을 받으며 여러 초상화를 그렸고, 그중에서도 이 작품은 그녀의 지적, 문화적 후원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한 작품이다. 반복적인 패턴의 화려함이 돋보인다.
로코코 그림하면 떠오르는 작품이다. 화려하고 섬세한 묘사를 통해 당시 프랑스 귀족 사회의 우아함과 가벼운 연애 풍속을 담아냈다. 오른쪽의 남성은 공식적인 남편이나 후원자로 보이고, 왼쪽의 젊은 귀족 남성을 향해 여인이 흩날리는 드레스 사이로 다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이 비밀인 듯 왼쪽 천사 석상이 입에 손가락을 대고 있다.
구름과 나뭇잎들은 곡선적인 형태로 반복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는 자연 속에서 부드럽고 유기적인 리듬을 형성한다.
로코코는 단순한 화려함이 아니라, 반복 속에서도 변화와 개성을 강조한 미학이다. 프로그래밍의 반복문 역시 단순한 루틴이 아닌, 규칙을 응용해 창의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도구이다. 반복은 단순한 기계적인 과정이 아니라, 창의성을 위한 하나의 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