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길
‘사장이 되면 뭐가 좋을까요?’
아직 사장이 아닌 분들은 이런 답을 하십니다.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내 가게니까 비교적 시간 사용이 자유롭지 않을까요?
일과 쉼을 잘 조율하면 워라벨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니까 좀 더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장에서는 조직 안에서 일하다 보니까 간섭도 많아서 때때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아쉬울 때도 있었어요.
내 자본이 투입되었으니 내 몫이 클 것이고 직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보상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장의 길을 걸어온 저는 이런 답을 합니다.
‘손님은 왕이라는 이야기가 있죠? 상사는 없지만 사장은 수많은 왕을 모셔야 합니다.
일과 쉼의 경계가 점점 없어져요. 영업은 끝났는데 걱정은 안 끝나요.
매장 운영시간은 제 권한이지만 고객과의 약속이니 지켜야 하고, 그런데 매출이 저조하면 주 6일도 하고, 명절에도 열고, 더 일찍 열었다가 더 늦게 닫기도 했었죠.
하고 싶은 일을 간섭 없이 할 수 있지만, 또 조직의 지원이나 동료의 협조 같은 것이 없어서 한계도 있더라고요.
돈.. 많이 벌고 싶은데, 내가 투자했으니 버는 족족 내 돈이지만, 반대로 적자일 때도 있고요.
적자라도 직원은 급여가 보장되지만, 사장은 안 그렇잖아요. 투자비용 회수는 사실 무척 어려워요'
이것은 몇몇 자영업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일이에요.
게으르거나 운이 나빠서 겪는 일이 아니라 자영업을 하면 겪게 되는 안타깝지만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실입니다.
몇 가지는 경우에 따라서 피해 가실 수 있지만 아예 안 겪을 순 없을 겁니다. 사장이 되면 거의 예외 없이 이런 현실에 처하게 됩니다.
좋은 선수가 반드시 좋은 지도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스포츠계에서는 선수 시절의 기량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지도자로서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선수생활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지도자로서 성공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선수 때는 경기력이 중요하지만 코치는 지도력이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커피를 많이 마셔보았고, 카페를 많이 다녀봤고, 바리스타로써 경력이 많아도
카페 사장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일단은 카페의 현실과 창업에 대해서 몇 가지 착각들을 하고 계세요.
각자의 사정과 경험이 다른데도 내용이 비슷하고요.
업계의 현실을 몰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업 종사자들 역시 비슷한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착각을 가지고 준비하면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기가 어렵습니다.
한번 잘 살펴봐 주세요.
흔한 착각 1. 커피가 맛있으면 장사가 잘 될 것이다.
커피에 집중하고 있는 바리스타와 함께 카페 투어 중 나눈 대화입니다.
어느 날 투어로 장사가 매우 잘되는 카페에 들렀습니다.
가서 주문한 커피가 맛이 있었습니다.
그 바리스타는 ‘역시 커피가 맛있으니 장사가 잘 되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다른 날 들른 모 카페의 커피가 맛있는데 장사가 안 되는걸 보더니
‘역시 사람들은 커피맛을 잘 몰라. 왜 여길 안 오는 거야'라고 하지요.
그리고 인기가 좋아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를 하는 카페에 갔습니다.
가서 커피를 시켜 먹는데 맛이 없었나 봅니다.
이 친구는 ‘역시 사람들은 커피맛을 잘 몰라. 이런 델 왜 오는 거야'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리고 어떤 장사가 잘 되지 않는 매장에 가서 커피를 시켜 먹는데,
‘역시 커피가 맛없으니 장사가 안 되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외로 많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커피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기호와 커피 경험이 다 다르기 때문이지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커피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특별한 커피를 맛보기 위해서, 맛있는 커피를 찾기 위해서 카페를 선정하는 사람도 물론 있습니다만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그 많지 않은 소수의 사람이 우리 가게에 오게 하려면 얼마나 커피가 맛있어야 할까요?
단연코
커피가 맛있다는 이유만으로 장사가 잘 되는 매장은 없습니다.
줄을 서고, 웨이팅 있고, 커피가 다 떨어져서 조기에 마감해야 하는 그런 곳이 있던가요?
가격, 위치, 전망, 메뉴, 매너, 무드, 인맥, 사진 등등 고객들이 특정 매장을 찾아가는 이유는 너무나 다양합니다.
커피는 카페의 한 요소이지 전부는 아닙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커피만 맛있으면 장사가 잘 될 거라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 되고, ‘커피맛도 모르면서'라는 생각은 고객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흔한 착각 2. 유명한 카페의 커피를 사용하면 장사가 잘 될 것이다.
이런 경우도 많습니다. 아마도 첫 번째 착각과도 연결된 것이겠지요.
커피를 잘하고 이미지가 좋은 로스터리 카페의 커피를 사용합니다.
맛있는 커피도 제공할 수 있는데 브랜드의 유명세가 있으니 사람들의 관심도 끌 수 있으니 나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품질과 이미지를 모두 이용하겠다는 거죠.
카페를 창업하면서 유명한 로스터리의 커피를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매장과의 거리도 멀지 않아서 납품 상담을 받으러 가기도 수월했고 참고하기 위해서 매장에도 자주 가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커피 원두를 사용합니다.라고 포스터도 붙였습니다.
좋은 원두라서 가격은 좀 비싸니까, 주변 카페보다는 커피 가격은 높게 정했습니다.
그래도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픈하고 몇몇 손님들이 이 커피를 알아봅니다. 크진 않지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근처에 우리 카페보다 더 넓고 멋있는 카페가 새로 생겼는데 우리 카페와 같은 회사의 원두를 씁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까요?
애초에 이 유명한 커피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 테고 이 유명한 커피를 아는 사람들도 맛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같은 커피를 마신다면 이왕이면 더 넓고 멋지고, 직접 커피를 볶는 곳으로 사람들이 찾아가지 않을까요?
창업을 할 때는 저마다 무언가 강점을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선택한 강점이 남들도 따라 하기 쉬운 것이라면 그건 결코 강점이 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내가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유명 로스터리의 원두 사용은 그냥 아무나 쓸 수 있는 강점이었을 뿐이었죠.
흔한 착각 3. 입소문만 나면 장사가 잘 될 것이다.
‘장사는 입소문이 중요하다.’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죠.
‘홍보 신경 쓰지 말고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자.”
‘진정성을 가지고 묵묵하게 우리의 것을 하다 보면 손님들이 알아볼 것이고 그분들에 의해 입소문이 날 것이다.’
‘한 때 반짝하고 사라지기보다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카페가 되어야 하고 처음부터 너무 잘 되는 것도 안 좋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정성을 가지고 하다 보면 손님들이 알아보는 것 맞습니다.
그런데 입소문이라는 게 확산되어야 의미가 있는데 사실 상 입소문의 파급력은 매우 약하다는 커뮤니케이션 관련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A가 어떤 식당에서 밥을 먹고 B에게 알려주었습니다. B가 팀원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팀원 5명 중 C와 E는 만족을 했고 F는 큰 감흥을 못 받았습니다.
E는 2주 후에 자기 친구들에게 소개고, C는 만족했지만 성격상 그런 것들을 막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F는 당연히 얘길 안 했고요.
입소문이라는 것은 이런 한계가 있습니다.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도 느리고, 정보의 양도 적습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통신기술의 발달로 한 사람이 뿌릴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큽니다.
매스미디어가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전파하는 정보의 양도 크지만, 이제는 개인 미디어가 가진 힘도 대단합니다.
특히 SNS에 많은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은 정말 큽니다.
실제로 음원이 출시된 후 별 주목을 못 받던 곡을 유명한 아티스트가 SNS에 올리면서 엄청난 히트를 하는 경우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걸그룹의 동영상이 시즌이 한참 지난 후 화제가 되면서 차트 역주행의 신화를 썼던 일이 있었죠.
한 때 반짝하고 사라지기보다는 오래 사랑받는 카페가 되고 싶고 오히려 처음부터 잘 되는 게 안 좋을 수도 있다고요?
카페가 반짝 일 수 있는 기간은 정말 짧습니다. 주목받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아무리 예쁜 카페라도 새 카페에게 시선과 고객을 빼앗기게 되거든요.
우리가 가진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점입니다.
처음부터 너무 잘 되면 초심을 잃는다 생각하실 수 있는데 초심은 지키되 너무 잘 되어야 다음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잘 되어야 합니다.
이 시대에 대한민국에서 카페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활용도가 높고, 비용이 적게 드는 홍보매체는 인스타그램입니다.
다른 대책이 없다면 홍보를 위해서 인스타그램을 꼭 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세상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특히 한 동안은 인스타그램이 카페를 하는 데 있어서 계속 중요한 미디어가 될 것입니다.
흔한 착각 4. 인테리어가 예쁘면 장사가 잘 될 것이다.
인테리어가 잘 되면 장사가 잘 된다는 사실 그 자체는 착각이 아닙니다.
그런데 인테리어도 앞서 언급한 커피 맛과 마찬가지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테리어라는 것은 없습니다.
프랜차이즈 매장들처럼 대체로 거부감이 들지 않을, 보편적인 무드와 콘셉트를 가질 순 있어도 어떤 사람은 빈티지가 좋고,
어떤 사람은 인더스트리얼이 좋고, 어떤 사람은 귀여운 게 좋고 큰 카페가 좋은 사람, 작은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 각양각색이니까요.
요즘은 엄청난 자본을 들여서 만드는 기상천외하고, 으리으리한 초대형 카페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콘셉트도 특이하고, 인테리어도 개성이 넘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실제로 매출도 놓습니다.
그런데 이런 매장들이 잘 되니까, 여기저기 새로운 대형 카페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가볼 만한 곳이 많아지니 골고루 다니겠지요.
누구나 할 수 없는 규모이기에 일반 카페들처럼 빠르게 생겨나진 않겠지만 이런 모델도 경쟁을 피할 순 없을 겁니다.
더 크고 더 새롭고, 더 특이한 카페들이 생길 테니까요.
인테리어를 아무리 이쁘게 해 놓아도 시간이 지나면 낡기 나름입니다.
예쁜 것은 새 것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시각적으로 이쁘고 멋진 것을 인테리어의 경쟁력으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인테리어 관련해서는 나중에 다시 다루겠습니다.
흔한 착각 5. 오래 하는 것을 보니까 그래도 돈을 잘 버나보다.
어떤 카페가 계속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해서, 즉 '생존'하고 있다고 해서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장사가 잘 된다고 해서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매장에 손님이 제법 많습니다. ‘손님이 많으니 많이 팔고 많이 벌겠네’ 싶지만 카페에 손님이 많더라도 안심할 수가 없습니다.
식당은 식사가 용건이지만, 카페는 카페인 섭취가 용건이 아니거든요. 밥은 다 먹으면 일어나지만, 커피는 다 마셔도 앉아있잖아요.
카페는 테이블 회전이 다른 외식업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집니다. 가끔 리필까지 해 주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경우는 더 어렵죠.
카페는 객단가도 낮습니다. 물론 요즘은 밥값보다 비싼 커피도 많습니다. 분식집에서 먹는 한 끼보다 비싼 커피도 많습니다.
고급 커피를 팔면 객단가를 높일 수 있지만 역시나, 느린 테이블 회전이 발목을 잡습니다.
한 끼 식사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면서 후루룩 마시고 일어날 사람 많지 않습니다.
결국 카페는 느린 테이블 회전과 낮은 객단가가 두 가지 이유로 매출이 높지 않고 다른 외식업에 비해서 돈 벌기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 또 이상한 게 말이죠. 동네를 지나다 보면 장사가 정말 안 되는데도 꽤 오랫동안 망하지 않고, 여전히 장사하는 카페도 있습니다.
어떻게 오랜 세월을 버티고 있는 걸까요.
이렇게 버틸 수 있는 이유 첫 번째, 커피는 재료 원가가 아주 낮습니다.
카페에서 마진을 남기려면 재료 원가는 30프로 미만이어야 하는데 커피는 그보다 훨씬 낮습니다.
꽤 좋은 원두를 사용해도 다른 음료나 음식에 비해 재료 원가가 아주 낮은 편입니다.
게다가 또 다른 장점은 로스율이 굉장히 낮다는 겁니다.
사용할 양만큼의 구매하여 상태가 좋을 때 사용할 수 있고, 직접 로스팅을 한다면 재료 원가를 낮출 수 있을뿐더러 로스를 거의 제로에 맞출 수 있습니다.
재료 원가와 로스율의 강점으로 인해 인건비와 임대료만 합리적이면 카페는 다른 외식업에 비해서 망하지 않고 버티기에 매우 유리합니다.
장사가 잘 안 되어도 사장이 적게 먹고 적게 싼다는 생각으로 해 나가면 생존을 하기에는 다른 외식업에 비해 유리한 조건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페는 경쟁이 너무 심합니다. 카페가 끊임없이 생기고 사라지고, 사라진 자리에 또 새로운 카페가 들어섭니다. 새로운 카페가 규모가 적고, 실력이 부족하고, 좀 촌스럽더라도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매출에 영향을 줍니다.
‘사장님은 언제 행복하세요?’
제가 세미나나 상담, 강연에서 현재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제가 드린 한잔의 커피를 손님께서 맛있게 드셨을 때’라는 답이 가장 많습니다.
‘돈 많이 벌 때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태생이 청렴하고 검소하여 세속의 부귀와 재물에 관심이 없는 순수한 분들이라서 그런 걸까요?
그만큼 돈을 못 번다는 뜻입니다.
카페로는 돈을 벌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꿈꿔왔던 것들은 매출 걱정에 잊게 되고, 돈도 벌지 못한 체로
스스로 지어놓은 예쁜 감옥에 갇혀서 출소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버티다 버티다 이제 완전히 돈을 다 쓰고 나서 폐업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지도 못하고,죽을 것 같이 힘든 상태도 만성이 되어서, 끝없는 제자리걸음을 걷는 기분이 들다가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나. 지금 여기서 가게를 지키는 것보다 다른 일을 하면 지금보다는 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끝을 냅니다.
카페 창업을 위한 준비단계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안된다’는 얘기만 줄창 했네요.
어쩔 수 없습니다. 카페로 생계를 이어가야 할 사람들이고 현실을 잘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