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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커피 Oct 12. 2021

제품이 아닌 경험을 파는 공간

테이크 아웃은 안되고요. 테이블은 바가 전부예요.


Bar & One Table


카페 인테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이미커피로스터스는 인테리어 콘셉트는 친구의 집,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와 다과를 나누는 것입니다.

협소한 공간에 테이블을 욱여넣으면 커피 몇 잔은 더 팔 수 있겠지만 매력적인 경험을 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차라리 적은 수의 사람이 좀 여유롭게 공간을 사용하자는 생각에 큰 테이블을 놓았습니다.


바에서 커피를 추출하여 서브하는 카페들이 많이 있지만,

저희는 손님과의 분리감이 거의 안 느껴지도록 높이 설계를 했고 테이블 위의 오브제들도 그런 느낌을 주려고 했습니다.


테이블은 하나고 한 타임에 많아야 네 사람이 앉을 수 있는데 같은 타임에 만나는 사람들이 생판 남인 경우도 있고,

일행과 오는 경우도 있고,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경험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많은 것을 준비한 공간이라서 경험을 하고 나면 얘깃거리가 많이 생깁니다.

그리고 꽤 자주 수다판이 벌어집니다.


제가 억지로 대화에 참여시키지는 않습니다.

그냥 좋은 경험을 하면 낯선 공간이 친숙해지고, 친숙해지면 마음이 편해지고, 타인에 대한 경계심도 느슨해지면서 동시에 호기심이 생기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모르는 사람끼리 대화도 하고. 서로 카페도 추천해 줍니다.

다음에 같이 카페 투어를 가자며 연락처나 인스타 아이디를 공유합니다.

때때로 커피도 디저트도 바꿔 먹고 (위생적인 방법으로)

서로 카페 추천도 하고,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자며 나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후로 더 친해져서 매주 만나고, 카페 투어 가고, 생일 파티하고, 같이 여행 가고 그리고 또 이미가 힘들 때 힘 껏 도와주시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을 모두가 원하지는 않겠지만 이 정도면 ‘소통하는 카페’의 끝판왕 아닙니까.

이미커피로스터스는 친구의 집,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와 다과를 나누는 듯한 경험을 주기 위해서 공간과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재미에 빠지면 새로운 커피와 디저트 말고도 가야 할 이유가 더 생기게 됩니다.



테이크아웃은 안 돼요.


특별한 커피 경험을 전달하기에 작은 가게라서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일단 저희는 자리가 4자리뿐이라서 뒤에 사람 신경 쓰느라 급하게 메뉴를 골라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천천히 원하는 것을 찾아가면 됩니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대로 커피를 만들기 때문에 그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것도 재밌습니다.


또 하나의 재미는 굉장히 좋은 잔에 드려요.

저와 제 아내가 좋아서 수집해 두었던 잔과 매장 무드에 맞춰 구매한 잔들을 사용하는데 커피의 맛과 향, 느낌에 따라서, 그리고 메뉴에 따라서 다양한 잔을 사용합니다.

깨지면 하루 매출 이상이 날아가는 잔도 있습니다.

그래서 좀 겁이 나지만 미적으로 수려한 잔은 행복감을 주고 또 이야깃거리가 많아져요.

손님 중에는 잔을 고르시는 분도 계셨어요.


그리고 테이크아웃이 안 됩니다. 아예 종이컵이 없습니다.

테이크아웃으로는 맛만 팔 수 있습니다. 저는 경험을 팔고 싶었거든요.


내가 원하는 커피를 고르고,

그 커피가 (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이 커피에 대한 소개를 받고 마시면서 이야기하고,

무드에 맞는 음악을 듣고,

시각적으로 예쁜 것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그 모든 것이 한 묶음입니다.






이미커피로스터스는 네 개의 이미 중 가장 늦게 시작한 이미였지만 가장 많이 알려지고 인기가 많은  ‘이미’ 일 껍니다.


물론 홍대 이미와 스퀘어이미는 TV프그램이라는 막강한 매체를 통해 단기간에 강력하게 노출되었습니다.

그래서 시즌메뉴가 나오는 철에는 웨이팅이 길고, 조기품절도 잘 됩니다.

그러나 제품에 대한 관심이기에 시즌과 비시즌의 매출차이가 큽니다.

관심과 화제성이 이어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미커피로스터스는 경험을 팔기 때문에 손님과의 소통이 활력있고, 재방문으로 이어지고,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과 화제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대이미는 남구로이미보다 공간도 더 넗고, 테이블도 더 많고, 방송에 소개된 시그니쳐 메뉴도 있는 매장인데 인스타에 잘 안 올라옵니다.

남구로이미가 오픈한지 3년 즈음  팔로워가 1만이 되었는데 10년된 홍대이미는 4천명 이었습니다.

팔로워의 수나 인스타 피드가 절대적인 척도가 될 수는 없어도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를 가늠할 수 있는 매우 핵심적이고 유의미한 지표가 된다고 봅니다.


이미커피로스터스를 시작으로

‘우리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걷다보면 언젠가 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묵묵히 나아가는 일'은 이제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왜’ 해야하는지에 에 대해서 명확해졌거든요.


이제 실행만이 남아있습니다. 지금까지 말했던 것들을 부지런히 해 나가면 되는고요.

나다움, 이미다움으로 해낼 수 있구나 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이미 10년간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초대박이 난 카페도 아니고, 무슨 원조집도 아니고 대를 이어온 맛집 이야기도 아닌데, 글이 많이 길었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저희의 이야기를 들려드린 이유는 ‘우리처럼’ 해 보라는 뜻은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자랑할 만한 것이 많지도 않아요.

다만 카페를 창업하고 운영하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버겁다는 사실을 상기시켜드리고 싶었습니다.

2부에서 본격적으로 창업 이야기를 할 껀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저희에 경험에 따른 것이라서 때론 반면교사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도 있습니다.


저는 2019년 하반기부터 약 1년 반에 걸쳐서 세미나와 강연을 70회 가까이 했는데요.

그러면서 분명하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카페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과 카페의 현실을 잘 아는 사람은 정말 없구나 라는 점.

저도 잘 몰랐고, 잘 모르는 사람 중에서 바리스타, 로스터, 카페사장님도 상당수, 아니 대부분입니다.

2부로 넘어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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