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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커피 Oct 23. 2021

끝맺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간중간 언급했지만, 이 책은 창업실무서가 아닙니다. 명쾌하게 해답을 제시해주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질문과 고민을 던져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카페 하는데 이런 것 까지 해야 하는 거야’ 싶은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제가 건넨 화두와 질문들, 그리고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누군가 알려주었다면 정말이지 저는 족히 몇 억을 아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제가 좋아하는 커피를 단골들과 나누면서 소박한 행복 속에서 살고 싶었는데,

그건 내 조건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고, 늦은 깨달음의 결과로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성공스토리가 결코 나에게 도움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실패했던 경험, 그리고 그것에 깨달은 것들,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한 이야기들은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우 선명하게 현실적으로 쓰려고 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의 존재 이유는 ‘카페 창업을 최대한 막는 것’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오면서, 커피산업 혹은 카페에 대한 미래를 생각해볼 때 그렇게 밝지가 않습니다.

이런 오래된 산업에는 혁신이란 게 있기 어렵습니다. 기술과 장비에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본질적인 큰 변화가 없습니다.

여전히 사람 손에 의지하고 있는데, 이 업에서는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부가가치는 한정되어 있지요.

한 사람의 개발자가 100만 명이 쓰는 앱을 개발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커피의 양은 한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확장성에는 많은 제한이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고민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영감을 주는 하나의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영국에 브루독(Brewdog)이라는 맥주 회사가 있습니다.

개가 뭘 했는지는 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만, 한 마리의 개와 두 사람이 함께 시작한 작은 맥주회사입니다.

영국에는 이렇다 할 맛있는 맥주가 없었다고 합니다. 흔히들 맥주뿐 아니라 영국 음식은 맛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얘기도 있지요.

암튼 맥주 덕후였던 두 사람은 안 되겠다 우리 손으로 만들어 먹자 해서 맥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더니 반응이 좋아서 다음번 만들 때 자기 것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고 가지고 있는 시설로는 양을 맞출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비용을 보탤 테니 양조시설을 늘리자며 나섰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움직임이 커지며 다양한 관계들이 모여 지금은 시가총액 1조 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브랜딩을 강조하고 관계 맺기를 얘기하는 것이 이런 맥락입니다.

이미가 시가총액 몇 조를 이야기하는 회사로 성장할지, 여러분의 브랜드나 카페가 시애틀에 진출할지, 이태리에 분점을 낼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것이 어떤 형태의 생존이나 성장이 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팬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유하고 싶은 우리만의 가치,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경험했고, 공감하고, 믿고, 때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브랜드의 가치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은 소비자에서 팬이 되고, 팬들 사이에는 유대감이 형성합니다.

그리고 그 힘들이 모이면 지금은 할 수 없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죠.


주식회사가 되어,

포틀랜드에 진출하고,

국내 곳곳에 우리의 가치에 공감하는 다양한 오프라인 공간들을 만들어내고,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비즈니스를 설계하고,

팬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그런 꿈. 어쩌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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