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애견카페가 있지만, 개들끼리 오는 게 아니죠.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들을 위한 카페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카페 역시 사람을 위한 공간이고, 그렇기에 우리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면 ‘카페 같지 않은 카페’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보다 근원적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관계, 직업, 돈, 주거, 여가 등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서 삶이 무척 다릅니다.
그러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우리는 모두 일상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밥을 먹고, 밥을 벌고,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생존을 위해서 매일 이것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반복하는 것은 참으로 버거운 일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그 일상과 차단된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비일상을 필요로 하기에,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나섭니다.
카페는 우리의 일상에서 그나마 쉽게 만날 수 있는 ‘비일상의 공간’의 공간입니다.
물론 집에서도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케이크를 사다 먹을 수 있지요.
요즘은 배달이 잘 되어서 거의 모든 맛있는 것들을 배달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어도 집에서는 그 맛이 안 납니다.
아무리 잘 꾸민다고 해도 집은 일상의 공간이기 때문이지요. 다 먹고 내 손으로 치워야 하잖아요.
사람들은 비일상을 즐기려고 카페에 갑니다.
그러나, 모든 카페들이 비일상의 가치나 매력을 선사하지는 못합니다. 일단 카페가 너무나 많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어딜 가나 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지요. 너무 흔한 것들을 누릴 때는 비일상이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침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공히 있듯이 카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가 있고, 그 위에 커피머신이 있고 홀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습니다. 화분이나 액자 등으로 장식이 되어 있고, 익숙한 듯 낯선 음악이 흐릅니다. 대부분의 카페들이 이런 식이다 보니
어느새 이런 카페에서 비일상을 경험하기엔 감흥이 좀 떨어집니다.
새 것이라는 이점 때문에 신상 카페는 잠깐 주목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새 거가 선사하는 비일상의 유지기한은 길지가 않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가게, 또다시 오고 싶은 공간을 만들려면 이미지나 메시지가 비일상적인 것이 꼭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카페 같지 않은 카페’를 어떻게 만들지는
카페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서는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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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유명세를 누리는 매장이 있습니다.
커피와 음료, 디저트가 맛이 있지만 그렇다고 여기 아니면 못 먹을만한 새롭고 특이한 메뉴는 아닙니다.
공간이 넓지 않은 탓도 있지만, 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밖에도 사람들이 많이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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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에 사람이 많으니 복잡하고, 대화하기도 불편합니다.
당연히 음악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대신에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립니다.
재밌는 것은 실내에 자리가 있어도 기다렸다가 바깥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바깥에 앉아서 사진을 찍으면 색다른 분위기가 나거든요.
커피를 다 마시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가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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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다녀온 사람들의 평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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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즐기는 유럽 감성.’
‘영국 대저택의 집사가 준비해 주는 커피를 마시는 기분'
‘서울의 작은 런던’
‘파리의 가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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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게 런던 분위기인지, 파리 무드인지 아메리칸 스타일인지, 구라파 타입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 나라도 그 카페도 가보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느끼는 비일상은 ‘여행'이라는 것을!
여행의 목적 역시 ‘비일상’이죠.
카페 투어는 여행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에 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정말 훌륭한 가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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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람들이 많이 가는 카페 중에 뷰가 좋은 카페들이 있습니다.
건물 17층에 있어서 도시의 풍경을 멀리까지 볼 수 있다거나 고층 건물들을 운 좋게 피해 남산타워가 잘 보이는 위치에 자리 잡은 카페도 인기가 좋습니다.
도심의 구석진 동네인데 창밖으로 만개한 벚꽃이 보인다거나 목련나무가 있다는 것 만으로 손님들이 가득한 카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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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테리어의 끝은 뷰입니다.
뷰 맛집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목련 맛집, 벚꽃 맛집, 햇살 맛집, 대문 맛집 등 다양한 뷰 맛집이 있는데 카페 투어를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말입니다.
보통 뷰 맛집이야 말로 인테리어의 끝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또한 비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에서는 안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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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고층빌딩이어서 서울 시내가 다 보이면 뭐합니까. 회사는 일터이고 일은 일상인 걸요.
야경이 기가 막혀도 고단한 야근에 위로가 되진 못합니다. 일상과 비일상의 차이는 이렇게 큽니다.
내 집 같은 편안함? 우리 집은 안 그런데
편안한 분위기의 거실 혹은 주방을 모티브로 한 카페들이 있습니다.
창문엔 깨끗한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창문에는 작은 화분이 햇살을 맞고 있습니다.
탁자에는 빛이 조금 바랜 식탁보가 단정하게 깔려있습니다.
벽에는 손 때 묻은 조리도구가 가지런히 걸려있고, 찬장에는 요란하지도 조잡하지도 않은, 차분한 톤의 잔과 접시가 간격을 지키며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티스푼과 포크의 촉감은 참으로 따뜻하고, 공간의 중심에는 난로가 놓여있습니다.
영국인 외할머니가 썼을 것 같은 주전자에서는 소곤소곤 소리를 내며 김이 올라옵니다.
어느 집에나 주방이 있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주방과는 많이 다르지 않나요?
주방과 살림에 특별한 관심과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만 가능한 주방일 껍니다.
실제 보통의 주방은 어떤가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조리도구는 서랍 속에 구분 없이 들어가 있고, 잔과 그릇들 중 안 쓰는 것들은 아예 보이지 않게 찬장 안에 있을 겁니다.
조미료나 소금 같은 것들은 양념통에 옮기지 않고 봉다리 째 쓰는 경우도 있겠죠?
주방의 톤과 상관없이 빨간 고무장갑이 걸쳐져 있을 거고요.
물병은 쓰이지 않고 어딘가에서 쉬고 있고 생수통 꺼내다가 따라 마실 겁니다.
가정의 주방이나 거실을 모티브로 만든 카페 역시 ‘비일상’입니다.
우리 집 주방엔 그렇게 예쁜 것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와 이런 집에 살고 싶다~’ 해도 막상 이렇게 정리하고 산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집에 온 것처럼 포근한 분위기라고 하지만, 그 앞에 ‘내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은 아닐 겁니다.
내 집을 저렇게 꾸미려면 얼마나 힘든데요.
‘빈티지’가 카페 인테리어에서 인기가 좋은 이유는 사실 집에서는 쉽게 그런 주방과 거실을 꾸미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빈티지에 쉽게 손대는 거 아닙니다.
카페 같지 않은 카페들 중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거나 일반인의 감각으로는 만들 수 없는 멋진 곳들이 많습니다.
사실 규모와 상관없이 많은 돈이 들어가긴 합니다.
뭔가 멋이 있긴 한데, 들인 돈에 비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카페답게 멋있는 카페들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사례를 더 들면, 글의 끝맺음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카페 인테리어의 핵심은 ‘카페 같지 않은 카페’를 하라는 것입니다.
고객들에게 공간을 통해서 어떤 ‘비일상’을 선사해줄지 고민하셔야 합니다.
그 고민의 결과로 커다란 창을 낼 수도 있고, 오히려 내부가 잘 안 보이는 비밀스러운 문을 만들 수도 있겠지요.
가령, 인테리어를 위해서 목련꽃이 멋지게 피는 집, 옆 건물 2층에 가게를 얻는다. 이런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창업하는 내가 목련을 너무나 좋아하거나, 목련에 대한 가슴 찡한 사연이 있으면 더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