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커피 Oct 23. 2021

큐레이션

기껏 다름을 만들어 놓고 알리지 않는다고?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것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잘 소화하여 충실하게 구현해 낸다면,

저는 단연코 이런 노력을 한 매장이, 브랜드가 안 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안 된다면 한 가지, 큐레이션이 잘 안 되어서 그럴 수 있습니다.

큐레이션이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는 않겠지만, 저는 간단하게 적합한 방식으로 자랑하기라고 설명합니다.

기껏 고민하여 ‘다름’을 만들어 놓고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반드시 자랑을 해야 합니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어떤 카페에서 메뉴에 대한 자랑을 장황하게 하면 뭘 저런 걸, 굳이 자랑할까 싶은 경우가 있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저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다 보니 잘 되었다는 말을 온전히 믿지 마십시오. 극소수입니다.

자랑하며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잘 되는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나는 왜 자랑을 못하는 걸까.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동종업계 종사자들을 의식하느라 자랑을 못합니다.

“이거 다 알잖아. 다들 하는 거 아닌가.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데 그 메뉴, 업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거 아니잖아요.

우리가 어떤 재료를 어떻게 쓰고, 그것의 가치는 무엇이고 왜 이렇게 힘들게 만들고, 비싼 재료를 쓰는지 알아야 할 사람은 고객들인데,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데 왜 안 말해줬을까 뒤늦은 후회가 오더라고요.


자랑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정확한 정보를 준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일종의 고객 감사라고 생각하십시다.

‘어쩐지, 다른 곳과는 좀 다르던데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 여기까지 생각하고 만드신 거군요'

‘그렇게 만들면 재료비가 비쌀 텐데 이 정도면 비싼 게 아니네' 이런 반응을 보여주실 겁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노력들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들려주세요.

매장에 대한 신뢰도 깊어지고, 이 매장을 선택한 자신에 대한 자긍심도 올라갈 겁니다.


큐레이션은 정말 중요합니다.

말해 줘야 알더라고요. 거짓말을 하라는 것이 아니고, 사실 중에서 중요하다는 부분을 강조해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더 잘 전달하는 것이 큐레이션입니다.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아주 잘 된 큐레이션을 하나 보여드리지요.







24시간 내린 커피의 눈물.

사람이 24시간 동안 스포이트로 한 방울씩 물을 떨어뜨리는 것도 아닌데, 그냥 노즐 조정하면 아무것도 안 해도 물이 떨어지면서 추출됩니다.

예전에 더치커피는 보통 커피보다 훨씬 비싸게 팔렸어요. 제품의 우수성 때문에 잘 팔리거나 가치 있는 게 아니라 큐레이션을 잘한 것이지요.

큐레이션은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입니다.


메뉴를 만드는 일만큼, 인테리어를 하는 것만큼 어렵고 중요한 일입니다.


공간을 멋지게 꾸미고,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서 전달하려는 가치와 메시지가 선명하다고 해서, 그것이 알아서 퍼지지 않습니다.

자랑을 잘하셔야 합니다. 꼭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이전 27화 사례 : 이미커피로스터스의 인테리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