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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커피 Oct 23. 2021

사례 : 이미커피로스터스의 인테리어


뭐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냐?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하냐?


이렇게 물으실 분들은 없겠지만, 아무튼 남구로 이미 커피로스터스의 사례를 통해서 인테리어에 대한 저의 생각이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희 공간을 경험한 분들이라면

‘아 그런 거였어요?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대목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와보지 못한 분들도 최대한 이해하실 수 있도록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그전에 우선, 저 역시도 첫 매장부터 세 번째 매장까지는 공간을 통해 ‘비일상’을 주어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보통 인테리어 할 때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시각적으로 멋있을 것, 일하기 편할 것(효율적일 것)

거기에 조금 더 신경 쓴다면 파사드를 어떻게 할까 정도겠죠.

파사드는 건물의 출입구로 이용되는 정면 외벽 부분으로 건물이나 상점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 내곤 하는데 독특한 파사드로 대박을 낸 집도 있긴 하죠.


아무튼 저 역시도 인테리어에 대한 철학이나 방법론에 대해서 이렇게 해야겠다는 방향이 정립되지 않았었어요.

사실 그런 게 없어도 창업 자금이 많으면 사람을 혹하게 할 정도로 인테리어를 해 주기도 합니다.

브랜딩 작업까지 해 주어서 멋진 이미지도 연출해 주거든요.


그런데, 저는 돈이 없었기에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돈이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으려고 정말 온몸으로 부딪혀 배우면서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끼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나 디저트 공부는 아니고요

경제, 경영, 브랜딩, 마케팅, 비즈니스, 인문학 등을 공부했습니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전문가들을 만나고, 모임을 하면서 세상과 이 업을 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관점이 달라지면 문제의식도 달라지고 해결책도 달라집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것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가령, 어디서나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맛인데, 왜 JMT가 되고 줄을 서서 먹는지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의 분석과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런 과정을 거쳐서

카페는 ‘비일상’을 전달하는 공간으로 기획되고 설계되어야 하고 인테리어 역시 그런 바탕 위에서 해야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아요.



이미커피로스터스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이 많이 하는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희 매장이 있는 남구로역 주변은 서울이지만 변두리인 데다가 한국 사람들 만큼이나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분들이 많은 지역입니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정착해서 살고 계셔서 한자로 된 간판도 많고 중국음식점, 상점도 많아요.

오래된 상점들 사이에, 카페가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기존의 카페랑은 많이 다르거든요.


시각적인 것을 말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으니 특징적인 것과 그 의미에 대해서 전달해 드릴까 합니다.

너무 궁금하시면 오세요 :)


저는 앞선 글에서 내내 카페에서 중요한 것은 ‘비일상’을 주는 것이다.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미커피로스터스가 드리고 싶은 비일상은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서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는 입니다.


친구 집 거실에서 탁자에 둘러앉아서 커피와 케이크 혹은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노는 일.

사실 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상은 아닐 겁니다.

거실이 있어야 하고 큰 식탁도 있어야 하고 커피도 케이크도 아이스크림과 쿠키도 늘 있어야 하는데 꼭 그렇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일부러 카페에 가는데 저희는 그 거실을 온기와 정다움을 전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런 비일상을 위해서 저희는 공간에 주거의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일반적인 커피 바와는 달리 큰 테이블을 두고 둘러앉아있고 한 켠에서는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주고, 케이크를 준비해 줍니다.

커피를 내리는 공간과 서브를 받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손님들이 보는 벽면에는 아무런 장식이나 표시가 없습니다.

보통 카페에는 어느 곳이든 이곳에 대한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 이름이든 로고든 그것을 사인이든, 네온이든, 배너든, 족자든 표기를 해 놓는데

어느 가정집도 집 벽면에 ‘홍길동의 집’이라고 표시해 놓지 않잖아요.

저도 정말 조그맣게 라도 벽에 이미커피로스터스 여덟 글자 아니면 ‘음’이라는 로고라도 하나 박고 싶은 것을 꾹 참았습니다.


이곳은 거실이니까요.


그리고 저희는 돈통이 없습니다.

저도 현금 좋아합니다.

돈통은 없고, 카드리더기는 안 보이는 곳에 둡니다. 그래서 그런지 결제를 깜빡하시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친구야 결제는 하고 가야지)

주문하고 바로 계산을 하면 실수하지 않겠지만, 그러면 친구 집이 아니잖아요. (꼭 결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테이블은 높고 의자는 낮습니다.

보통 카페와는 많이 다릅니다.

물론 저희처럼 높은 테이블을 쓰는 경우가 있지만 의자까지 낮은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처음에는 이 높이 차이가 다소 어색한데, 시간이 지나면 릴랙스가 됩니다.

허리를 잘 세우고 바른 자세로 커피를 기다리시던 분들이 어느새 턱을 괴기도 하고, 아예 엎드리다시피 하기도 하세요.

몸도 이완시키지만 몸이 가려져 있을 때 느껴지는 심적인 편안함 때문인지 때때로 한 공간에 머무는 낯선 타인과도 대화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러다가 절친이 된 사람들도 있지요.



우리 집 주방이 이랬으면 좋겠어요.



매장에 오시는 손님들이 이런 칭찬을 해 주시곤 하거든요.


그런데 생각을 해 보면 아무리 잘 꾸며 놓는다고 해도 만약 업장용 제빙기나 냉장고가 있으면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요?

사실 카페에 특화된 제품을 쓰면 업무효율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러나 주거의 로망을 보여주고 싶은 공간이기에 이미커피로스터스에서는 테이블 냉장고 대신 가정에서 쓰는 타워형 냉장고를 씁니다.

제빙기도 기계실이 보이지 않는 제품을 씁니다.

이렇게 사용한다고 돈이 더 드는 건 아닙니다만 몸이 축납니다. 매우.

카페 업무는 생각보다 많은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한걸음이라도 동선을 줄이기 위해서 보통은 커피 머신 아래 냉장고를 두고, 근체에 제빙기를 두고 수납공간을 만들거든요.

저희는 비록 아주 작은 가게지만 커피 한잔, 케이크 한 접시를 위해서 여러 차례 움직여야 합니다.

접시와 잔, 기물 들을 바 위에 다 올려놓고 쓰면 편하지만 정해진 자리에 넣어두고, 만들 때마다 꺼내 쓰고,

바로 집어넣고 바로바로 정리하여 깨끗함을 유지하는 일이 굉장히 힘듭니다.

저희 매장에 오신 손님들은 조명을 많이 탐(?) 내시는데요.

공사를 하면서 구매한 것이 아니라 이미 1년 전에 구매해 두었던 것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조명은 아닙니다.

뭘 어떻게 할지 알 수는 없었기에 미리 사 두는 것이 좀 무모할 수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설렘을 줄만한 멋진 조명이라는 생각에 구매를 했고, 지금 보니 비일상적 공간에 참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 자리를 빌려 혜안을 가지고 조명을 사두신 이미커피로스터스의 경영지원본부장(아내)님께 감사드립니다.

잔과 접시도 좀 특별한 것들이 많습니다.

저와 제 아내가 좋아해서 모아두었던 빈티지들과 음료에 따라서, 샴페인 잔, 와인잔, 스피릿 잔 등등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같은 아이스커피라도 브루잉 커피와 아메리카노의 잔이 다르고 커피의 맛과 향, 때때로 단골손님들의 취향에 어울리는 잔을 준비합니다.


특별한 취미가 있지 않은 한 접하기 어려운 잔들도 있고 사실 어떤 것은 가격 생각하면 내 드리기 무서운 잔도 있습니다.

각자의 재산과 우선순위에 따라서 집에서도 사용 가능하지만 누구나 쉽게 이런 주방을 꾸리기란 구매와 관리 다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잔들을 저희는 거의 다 안 보이게 넣어놔요.

꺼내놓고 펼쳐놓고 자랑하면 좋은데 그러면 좀 카페 같잖아요. 비밀스럽게 숨어있다가 짠하고 나타나는 재미도 있습니다.

인테리어가 너무 이쁘다, 뭐가 너무 멋있다 싶은 곳은 정말 차고 넘칩니다.

그런데 돈이 많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데 그것으로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저희 매장의 모든 것들 메뉴, 인테리어, 규모, 서비스 방식 모든 것들은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서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는 비일상’을 위한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글로 전달하는 것에 다소 한계가 있지만 꼭 한번 ‘그 친구 집에 놀러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죠?

나중에 꼭 한번 놀러들 오세요.


그런데 그 친구네가 사실 부자가 아닙니다.

인테리어에 쓸 돈이 그리 많았던 것은 아닙니다.




10년 전 처음 카페를 창업할 때 인테리어에 대해 고려한 것들은 지금 생각하면 조금 민망합니다.

당시 저는 카페는 제가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곳이기에 저를 비롯한 일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바를 크게 만들고 동선을 잘 체크했습니다. 물론 아무리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초보 사장이었기에 고려하지 못한 문제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막연하게 따뜻한 공간이었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들어오기 편하게 친근하고 따뜻한 공간 이런 생각으로 인테리어에 착수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게 티가 납니다.

일단 인테리어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일을 할 때는 방향은 상관없이 좋은 이야기라면 그냥 그것에 귀가 펄럭입니다.

예를 들자면 위에서 저의 사례처럼 “카페에서 제일 중요한 건 거기에서 일할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편해야 자연스레 서비스도 좋아지고 오랫동안 일을 잘할 수 있습니다.”라는 인테리어 업체분으로부터 들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아! 맞아! 정말 그렇네요.”라고 공감하고 막연하게 좋은 가치라고 생각하며 그런 방식으로 인테리어를 풀었습니다. 위의 말은 생각해보면 전혀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좋은 의미와 뜻을 가져다 붙인다고 해서 모든 게 좋아질 수 없는 거죠.



카페 같지 않은 카페라는 의미는 저에게는 이런 방식입니다.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동선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당연합니다.

일의 효율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중요합니다. 다만, 동선의 최적화 효율화를 하다 보면 사실 대부분의 바의 구성은 비슷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프랜차이즈 카페의 바 형태처럼 수렴합니다. 정말 어쩔 수 없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대부분은 적은 인원으로 좋은 효율을 만들기 위해 계속 갈고닦았기 때문입니다.


그게 뭐가 문제냐 싶으신 분이 있겠죠? 좋은 효율이란 좋은 거 아니냐?

제가 위에서 이야기한 카페 같지 않은 카페라는 건 결국 비일상과 설렘을 만들어주는 그런 특별한 공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미 카페가 우리의 일상 어딘가에 들어와 있는 현대 사회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들어가면서 설렘을 느끼거나 비일상을 느끼는 분은 거의 없으실 겁니다.

즉, 너무도 익숙한 일상의 광경(효율적 동선을 위해 만들어 놓은 바의 형태와 벽에 잔으로 가득한 선반이라던지)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아무리 인테리어에 좋은 자제를 이용하고 돈을 들인다 해도 이런 광경을 보면 기대한 설렘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일할 사람들이 편안하게 일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이라는 가치와 “소비자의 설렘과 비일상을 선사하는”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이제 저라면 무조건 후자를 선택합니다.

물론 일하기에 말도 안 되게 어려운 형태를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닙니다.

당연히 동선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다만 생산자의 효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게 소비자의 기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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