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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커피 Oct 23. 2021

사례 : 메뉴 개발. 크리미 오렌지 빙수.


이미커피로스터스(남구로)와 이미커피(홍대)에서는 커피만 팝니다.

하지만 저의 첫 매장인 카페이미에서는 다양한 차와 음료가 있었습니다.

매년 전반기, 후반기 2가지 정도의 새로운 메뉴를 내놓았었죠.

거기에 더하여 저희에겐 매우 특별한 빙수가 있었습니다.

이 빙수로 몇 년 전 수요 미식회에 나왔습니다.

방송을 계기로, 아는 사람만 알던 저희 매장은 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안 그래도 바쁜 여름을 너무나 정신없이 보내게 되었고 저희 매장 규모에선 생각지도 못했던 매출을 올리게 해 준 일등공신이죠.

이 빙수에는 탄생비화가 하나 있습니다.

저희 매장 디저트 중에는 오치퐁이라는 치즈 케이크가 있습니다.

오렌지의 과육을 파 내고 그 안에 크림치즈와 오렌지 과육을 채워서 만들지요.

형태나 맛도 새로워서 오랜 사랑을 받았던 케이크입니다.

그런데, 오렌지 하나를 통째로 사용하여 만들지만 과육을 다 쓰는 것이 아니라서 과육이 많이 남더라고요.

다른 디저트를 만들까, 아니면 음료를 만들까 하다가, 빙수를 만들었습니다.


요즘에는 온갖 재료를 사용한 여러 형태의 빙수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만 당시에는 토핑이 조금 다를 뿐 결국 팥빙수 아니면 과일빙수가 전부였습니다.

빙수 자체가 맛없기가 힘들기도 하고, 충분히 맛있게 만들 수 있지만,

이미 빙수로 유명한 가게가 많고, 이름난 브랜드들도 차고 넘쳤기 때문에 색다른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통 빙수는 팥, 떡, 과일, 젤리, 등등 토핑이 올라가죠.

종류나 플레이팅의 방법은 다 다르지만 대체로 분쇄된 얼음이 보이기 때문에 어쨌든 빙수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빙수는 받는 순간, ‘이게 빙수야?’ 싶은 생각이 듭니다.

생크림으로 얼음을 완전히 덮어서 보이지 않거든요.

생크림이라니 느끼하지 않을까 싶지만, 아래에 상큼한 오렌지 셔벗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토핑이 없어서 심심하지 않을까 싶지만 오렌지 필의 쫀득한 식감이 맛과 재미를 줍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오렌지 필의 간격인데요.

이게 너무 적거나 너무 많거나 한쪽에 몰리면 보기에도 좋지 않고 의도된 맛이 안 나옵니다.

오렌지 셔벗과 생크림의 양, 오렌지 필 토핑의 간격으로 맛의 밸런스를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생크림과 오렌지 셔벗의 조화라니 듣고 보도 못한 이 빙수는 손님들에게 인기 메뉴가 되었고

여름이면 멀리 이사 갔던 손님들도 오랜만에 다시 찾아주시게 했던 메뉴입니다.


메뉴를 만들 때도 ‘나음보다 다름’을 추구해보세요.

크리미 오렌지 빙수는 ’다름’을 극대화했기에 이 빙수가 나온 지 거의 7년이 되었고, 많이 알려졌지만 비슷한 빙수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저희가 빙수에 다름을 준 요소는 1인분과 2인분을 구분했다는 점입니다.

보통의 다른 매장의 빙수는 혼자 주문해서 먹기엔 가격이 부담되고, 양은 좀 많죠.

저도 좀 퀄리티 높은 빙수를 먹고 싶은데, 혼자 먹기에 가격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꽤 있었거든요.

그래서 혼자 먹기에 충분한 양의 빙수를 음료 한잔 가격에 제공했어요.

그래서 혼자 와서 1인 빙수를 먹거나, 함께 와서 두 가지 종류의 빙수를 먹거나, 음료 하나 빙수 하나 이렇게 드시는 분들도 많았죠.

실제로 ‘사장님, 1인 빙수가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씀해 주신 일이 많습니다.


생크림에 흑임자를 섞어서 크림을 만든다거나

아메리카노 위에 유자 슬러시를 올린다거나

시럽 대신 연유를 사용한다거나

매운맛의 초콜릿 음료를 만든다거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존의 것들을 조금 다르게 만들면 새로우면서도 매력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더 맛있게’라는 목표는 이루기 어렵습니다. 기본적인 퀄리티에 다름을 더하면 더 많은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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