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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커피 Oct 23. 2021

카페의 운영 구조 만들기.

매뉴얼과 프레임 워크.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멋지게 인테리어를 하고,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가 있다고 해도 모든 것이 매끄럽게 돌아가진 않겠죠?

실제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걸 해결하는데 드는 에너지가 상당히 큽니다.

현장에선 정말 많은 일이 발생하기에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를 미리 궁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견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어떤 프로세스로 해결할지를 마련해 둔다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1. 프레임워크


프레임워크는 ‘뼈대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회사가 가진 핵심가치를 정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 카페는 고객들에게 최고급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한 곳이므로, 이를 위해서 정확한 추출 레시피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우선적인 과제이다'라고 정해져 있다면,

직원들의 업무태도, 서비스 스타일이 이것에 맞춰야 하는 것입니다.

가령 아직 치워지지 않은 테이블과 대기하는 손님과 지금 추출 중인 커피가 있다면 이런 매장에선 커피를 내리는 일을 먼저 하고 다른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맞겠지요.

실제로 어떤 커피 바에서는 커피를 내리는 동안 손님들이 주문하는 것을 금지시키기도 하고,

항상 바의 상태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 치울 것이 있는 경우는 설거지까지 다 마치고 커피를 다시 내리는 매장도 있더라고요.

핵심가치는 행동을 결정하는 이유가 되고, 원칙을 정할 때나 임기응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기준이 되어 가게의 정체성을 튼튼하게 해 줍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겠죠.

우리는 밝은 분위기와 에너지 안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카페다.라고 하면, 인사를 비롯한 대화가 우선순위가 되는 매장인 것이지요.

세상 진지한 커피 장인을 지향하는 직원이 있다면 맞지 않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프레임워크가 무엇이냐에 따라 매장의 많은 것들이 정해집니다.

그리고 사전에 세밀하게 조율하지 못한 원칙에 대해서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브랜딩과도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뼈대가 되는 이야기가 확실하게 공유된다면, 구성원들의 행동 기준이 됩니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거나 행동의 근거가 필요한 이벤트가 발생을 하면 이러한 프레임 워크가 매우 강한 기준점을 주어 스스로가 행동하는데 어려움을 줄여줍니다.

또한 고객들 역시 신뢰의 근거가 되어 더욱 멋진 브랜드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2. 매뉴얼


매뉴얼, 일단 그리 좋아하진 않으실 것 같습니다.

정해져 있는 것을 그대로 따르는 일은 심적으로 괜히 답답하고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가게의 규모와 상관없이 매뉴얼을 꼭 갖추라고 말씀드립니다.

매뉴얼은 직원 간의 업무 편차를 줄여주고, 고객들에게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희 매장에는 정말 많은 매뉴얼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지요.

지금은 이런 문제가 없는 예전에 있던 겁니다. 이건 많은 매장들이 겪을 만한 일이라 공유합니다.

종종 2명이 와서 테이블 2개를 붙여서 앉으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두었는데, 뒤에 오는 분들을 위해서 다시 떼어 자리를 만들어 드려야 해서 그냥 붙이는 것을 금지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상황은 이렇게 돌아가죠.


손님 두 분이서 2인 테이블 두 개를 붙일 때 (실제 매뉴얼입니다)


직원 : (웃는 낯으로) 실례합니다. 저희 매장은 두 분이 이용하시는 경우 테이블을 붙일 수 없습니다.

손님 : 아 좁은데, 이따가 다른 손님 오시면 뗄게요.

직원 : (약간 앓는 소리로) 죄송한데, 보시다시피 저희 매장이 협소해서 테이블을 붙이면 다른 분들도 붙이시게 되거든요. 그러면 다른 손님들이 붙이는 것을 제재할 수가 없습니다

손님 : 떫뜨름

직원 : (공손하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불편하시면 저희 매장을 이용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대화 형식의 스크립트로 매뉴얼이 되어 있습니다.

신입 직원이나 경험이 적은 직원들이 이런 경우를 접하면 매우 당황합니다.

손님들의 표정이나 말투로 인해서 조급 해지죠. 그러면 ‘손님 잠시만요. 하면서 상급자를 부르거나 물어보러 들어갑니다'

그러면 또 처음부터 상황을 설명해야 하고, 상급자가 자리에 없거나 바쁘면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죠.

그런데 미리 정해진 대응 매뉴얼이 있으면 꽤 일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매장의 원칙도 지킬 수 있습니다.



유휴시간 체크리스트.

이런 것도 있습니다. 저희는 ‘유휴시간 체크리스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솔직히 사장 입장에선 하루 종일 바쁘면 좋겠지만 가게가 늘 바쁜 것은 아닙니다.

핸드폰을 본다거나 한가한 순간이 있죠.

하지만 꼭 이럴 때 사장의 눈에는 여러 가지가 보입니다.

먼지도 쌓여있고, 무릎 담요도 헝클어져 있고, 컵도 돌아가 있고. 화장실 휴지는 곧 떨어질 것 같고,

그냥 놀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직원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꼭 하려고 했는데 반박자 빠르게 사장이 얘길 하죠. 이러면 잔소리로 들립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길동 씨 유휴시간 체크리스트 한번 확인 부탁드려요'

체크리스트에는 우선순위대로 할 일이 적혀 있습니다.

리스트를 확인하며 일처리를 하면 됩니다.



컴플레인 노트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소비자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이런 업종의 경우는 반복적인 컴플레인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예시로 풀어보겠습니다.

손님이 주문한 디저트에서 작은 눈썹이 나오는 경우입니다.

의외로 자주 나오는 컴플레인 중에 하나입니다.

위생을 철저히 하려고 당연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눈에서 빠지는 눈썹까지 모두 체크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물론 매장 측이 잘했다고 하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매장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럴 때 응대하는 컴플레인 노트가 있습니다.


손님 : 케이크에서 눈썹이 나온 것 같아요. 확인 좀 부탁합니다.

직원 : (공손하게 받고 디저트를 확인 후 최대한 성의 있게 인사를 하며 죄송함을 표한다.)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 우선 중요한 건 손님의 기분을 풀어드리는 것이다. 대게 컴플레인은 보상보다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게 훨씬 중요하다.

  저희가 항상 위생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이런 일이 생겨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더 조심하고 신경 쓰겠습니다.

  - 어쩔 수 없는 일이어도 반드시 해야 한다.

  저희가 너무 죄송해서 오늘 준비된 모든 디저트 중에 원하는 디저트를 새롭게 준비해드려도 될까요?

  - 고객의 감정이 안정이 되었다면 보상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정중하게 인사)


컴플레인 노트가 중요한 점은 우선 일하는 데 있어서 쓸데없이 에너지 레벨이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매뉴얼 없이 개인의 개인기에만 맞기는 매장에서 이런 갑작스러운 컴플레인을 받아본 사람의 스트레스 지수는 잠시 동안 다른 일을 못할 정도로 확 올라갑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익숙지 않은 이에게는 정말 날벼락같은 일이 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상급자를 찾기도 하죠. 왜냐면 권한에 대한 설정도 없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이런 컴플레인 노크 같은 매뉴얼이 있으면 크게 어렵지 않게 순서대로 응대가 가능합니다.

크게 에너지가 들어갈 일도 없이 말이죠.

 


그리고 동시간대 모든 직원들이 함께 근무할 때도 있지만, 휴게시간이나 잠시 떨어진 재료를 사러 간다거나 하는 일이 있죠.

그럴 때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따로 알려주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리고 뭔가 의논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혼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결정해야 되는 일이 생기죠. 상황이 끝났더라도 저희는 기록을 해 둡니다.

손님께서 이런저런 요청을 했는데 (프레임워크에 의해) 이렇게 처리해 드렸다. 그런데 이렇게 조치하고 나니 어떤 문제가 있을 것 같다. 함께 검토 부탁드립니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기록에 남깁니다.

그래서 함께 있을 때 바 안에서 가볍게 의논하고 어떤 대처를 할지 합의하고 또 그것을 기록하여 서비스 매뉴얼에 추가합니다.


매뉴얼은 운영상 발생하는 에너지를 줄여주고 일을 수월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저는 1인 매장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게도 시작단계에서부터 매뉴얼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언제까지 혼자 매장을 지킬지도 알 수 없고, 비록 혼자 하더라도 원치과 기준을 정하면 에너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1장의 제목은 구조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입니다.


구조가 잘못되면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됩니다.

합리적인 임대료를 설정하지 못하거나, 생산할 수 있는 부가가치에 비해 인력을 더 쓰는 바람에 시작하자마자 적자가 되는 매장도 많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더 말씀드리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모 카페 사장님의 이야기입니다.

스무 평이 조금 넘는 매장인데 주로 회사원들이 이른 아침과 점심시간에 몰려오는 매장이었습니다.

주택가도 멀지 않아서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 주민들도 이용하셨고요.

주 7일 운영하는데 사장님은 일주일에 하루를 쉬었습니다.

그럭저럭 매출도 안정적이었고 수익도 나기 시작했는데 어디나 그렇듯 주변에 카페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매출도 빠지는데 인건비와 재료비는 오르니 걱정이 늘어납니다. 심신이 다 피로하죠.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사장님의 성격이 내 손을 거쳐야만 안심이 되는 그런 분인 거죠.

본인 쉬시는 날에도 자주 매장에 들르거나, 매장 cctv를 보고, 또 눈에 띄는 게 있으니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하게 된다는 겁니다.

본인에게도 직원들에게도 스트레스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구조를 새롭게 짜기로 했습니다.


주 7일 휴무 없이 운영하던 매장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운영하고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빼서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영업 날짜를 줄이고 자리가 없으니 손님이 줄면서 매출은 줄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건비도 줄고, 직장인들이 주로 재료 원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커피 위주로 먹으니 재료비도 좀 줄고 기타 비용이 줄면서 실제적인 수익에서는 큰 차이가 안 나더라는 겁니다.

게다가 온전히 쉴 수 있는 이틀이 생기면서 마음의 여유도 좀 생기고, 매장 운영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도 생겼다고 합니다.


구조는 사장만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 결코 아닙니다.

처음부터 구조를 잘 잡아야 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철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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