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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부인 Nov 30. 2023

나는 계산도 제대로 못 하나

엄마는 마트에서 일한다 (3) 

처음 마트 근무를 하기 전날, 잠이 안 왔다. 사수는 무섭지 않을까. 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여직원들이 생각났다. 나는 기존의 여성 직무와는 다른 업무를 위해 입사했었고, 적응하는데 꽤 많은 시간과 마음 앓이가 필요했다. 마트의 선배 직원들은 일을 잘 가르쳐줄까. 드라마에서 보듯이 혼내지는 않을까. 내가 잘하지 못하는 일을 모르는 사람에게 배운다는 게 무서웠다. 


처음 간 매장, 선배들의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휴, 다행이다. '청소부터 할까요?' 신입사원의 패기를 가득 끌어올려 씩씩하게 물었다. 다른 일 하지 말고 우선 매장을 잘 돌아보라고 어떤 물건이 어디 있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휴우~ 그래도 무섭지 않은 매장 선배들 덕분에 일을 하나씩 배울 수 있었다. 


직원의 가장 기본 업무는 물건 계산이었다. 바코드를 찍어서 나오는 금액에 대해 신용카드를 긁으면 되는 기본 업무는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새로운 일을 해냈다!'는 쾌감까지 느껴졌다. 바코드 인식기, 계산 프로그램이 있는 컴퓨터, 카드 계산기까지 합한 시스템을 '포스'라고 불렀다. 이 포스 업무의 1단계는 물건의 바코드를 인식하고, 회원 번호를 넣고 나온 금액을 고객의 카드로 계산하는 것. 


그런데 그 간단해 보이는 1단계, 회원 번호를 입력하는 과정부터 어떤 순서로 버튼을 누르고,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지 외워야 했다. 계산할 때는 (반드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회원 번호를 입력해야 일반 가격에서 회원 가격으로 바뀌었고, 핸드폰 번호를 한자라도 잘못 누르면 다시 처음부터 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어떤 포스 기계는 손가락 면이 아니라 손톱으로 눌러야 입력이 되었고, 실수로 회원 정보 입력 버튼을 다시 누르면 다시 회원 번호를 처음부터 고객에게 물어봐야 했다. 마스크를 쓴 고객의 발음으로 번호가 3인지, 4인지도 헷갈렸다. 떠듬떠듬 누르고 있으면 불호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아이, 몇 번이나 이야기하냐고!' 


근무 첫 주차에 일이 터졌다. 카드 계산을 했는데 어찌 되었는지 두 번 계산이 되었다. 황급히 환불처리를 했는데도 고객에게 알림이 가지 않았다. 내가 계산 중에 어떤 버튼을 잘못 눌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리가 하얘졌다. 천만 다행히도 고객이 전화번호를 주고, 처리해 줄 것을 믿어 주어서 시간을 가지고 알아볼 수 있었다. 먼저 포스 회사에 전화를 걸었고, 카드 회사에 문의를 했으나 개별 매장에서는 취소가 불가능했고, 본사 담당 과장님께 혼이 한번 나고서야 본사 결재 담당자와 연락이 되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해결이 될 때까지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겨울인데도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이렇게 혼자 쩔쩔 매고 있는데 한 매장 선임자가 한마디 하며 지나갔다. 


-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그 말이 '계산도 알려 준 대로 못하는 모자란 직원'이라는 말로 들렸다. 갑자기 눈앞이 뿌얘졌다. 올라오는 눈물을 목으로 꿀꺽 삼켰다. 퇴근을 하고 아이들 치과 치료를 받고 온 저녁때에야 문제가 해결되었다. 안방에 철퍼덕 누웠다. 눈물이 울컥 나왔다. 


- 나는 계산도 제대로 못하나.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데 왜 나는 못 외우지. 나는 매장 직원으로 자격이 있는 걸까. 이 일도 못하는데 앞으로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남편은 집에 와서 누워 있는 나를 보더니, 원래 노가다가 힘든 거라고 무심히 한마디 하고 지나갔다. 처음 하는 일은 내가 서툰 일이니, 결국 나 스스로 다시 힘을 내서 배우고 익혀야 했다. 내일 하루 또 힘을 내 보자.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 이를 앙 물고 일어났다. 나는 신입 사원에게 친절히 가르쳐 줘야지. 다짐을 하며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엄마의 원기력 힘을 다시 모아 아이들 저녁을 차리러 부엌으로 나갔다.



힘들 때면 '그럴 수 있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는' 친구의 위로가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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