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글/D4
오늘은 일상에서 좋아하는 순간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매일 좋은 일만 가득할 수는 없고 매 순간 즐겁기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간간히 좋은 순간들이 있어서 그렇게 또 하루를 잘 마감할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퇴근하고 귀가하여 식탁에 앉아 맥주캔을 탁, 따서 한입 꿀꺽, 들이키는 순간. 캬아-
맥주는 스텔라 아르투아 또는 페로니 희망합니다.(아 지금 마시고 싶지만 마시면 오늘 안에 글 마무리 못하겠지요.. 참아야 하느니) 한 번에 한 캔이지만 어느새 주 4-5회쯤 마시다 보니 줄이라는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순간을 줄여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어요. 지못미 ㅠ_ㅠ 한 캔 용량 500ml를 330ml로 줄이되 횟수를 유지하는 건 어떨까요? 괜찮은 아이디어죠?
그리고 퇴근 버스에서 내려서 길을 건너면서 듣는 이어폰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의 볼륨을 높이는 순간.
음악은 주로 EDM이 쿵쾅쿵쾅, 마음은 여유롭고 음악은 신나고- BPM이 최고조로 올라가면 소름 돋으면서 음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요. (언젠가 EDM찬양글을 한번 적어야겠네요 풉)
그다음은 집에서 혼자 우쿨렐레를 연습하는 순간.
손이 꼬이는 부분을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머리 속에 잡념이 떠오를 틈이 절대 없답니다. 스트레스가 올라오거나 감정이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을 때 그런 진행을 멈추어주는 효과도 있고요. 게다가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대충 박자를 맞춰서 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코드를 읽기 전에 손이 먼저 나가기도 하고요. 그렇게 무언가를 연습해서 몸이 익히게 되는 그 느낌이 성취감을 주더라고요. 정신도 맑아지고요.
그리고 자기 전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책을 읽고 있는 순간.
요샌 회사 밖이나 특히 집에서 휴대폰을 거의 안 쓰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도 아직도 자기 전에 휴대폰을 가장 많이 쓰기는 하죠. 주로 SNS 확인하면서. 그런데 휴대폰을 보다가 잘려면 생각도 많아지면서 잠도 잘 안 오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대신에 베드사이드 테이블에 책을 여러 권 올려두었어요. 자기 전에 책을 한 챕터라도 읽으면 휴대폰 보는 것보다는 머리 속이 정리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너무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밤을 새우고서라도 끝까지 보게 된다는 단점이 있고, 재미없는 책을 읽으면 잠을 빨리 자게 된다는 의외의 장점도 있답니다. 다만 백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로는 그 시간에 매우 긴박하게 글을 쓰고 업로드 후 바로 잠에 빠져듭니다. 책 읽기와 글쓰기는 저에게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순간들인가 봐요.
마지막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는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이와 빅 허그를 하는 순간이에요.
그 순간에는 정말 마음이 너무 포근해지고 안심이 되고 위안이 되고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평온의 순간입니다. 다만, 그 평온이 대략 5초 정도 유지된다는 것... 제 품이 안긴 채로 그리 오래 있어주질 않아요. 아이는 곧 자기 갈 곳으로 빠져나가려 하고, 전 안 놓아주려고 하고, 그렇게 실랑이가 시작되면서 모아놓은 평안이 용을 소환하고 난 뒤의 드래곤볼처럼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하하
좋은 순간들을 적어놓고 다시 읽어보니, 이 순간들은 어쩜 하루의 힘들었던 마음을 위로해주는 그런 순간들이기도 하네요.
그런데 하루의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는 좋아하는 순간을 아직 떠올리지 못했네요. 음... 있겠죠? 설마... 없을까요? 그냥 지금 기억이 안 나는 거겠죠? (뭉크의 절규를 붙여 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