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광고를 보고 느낀 점
퇴근길 버스 정류장에 새로 게시된 배달의민족 광고를 봤다. 얼마 전까지 요기요 첫 주문 할인 광고가 걸려 있었는데, 어느새 배달의민족 광고로 바뀌었다.
요기요 광고가 있던 자리에, 배달의민족 광고라... 개인적으로는 확실히 배달의민족 광고 쪽이 더 눈길이 간다.
같은 신규 회원 유치 경쟁인데, 뭔가 달라도 다르다. 배민답다. 덩치가 커지면 자기다움을 잃기 마련인데, 배민은 자기다움을 좀처럼 잃지 않는 느낌이다.
배달의민족 안 써 본 사람 찾습니다.
배달의민족 아니면 끝까지 밀어서 집행하기 어려운 카피다. 저 광고 지역 별 앱 설치 비율이나, 주문 비율에 따라서 노출시키고 있는 건 아닌 지 궁금해진다. 아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을까?
어쨌든, 배민 광고를 보고 나서 인상 깊은 부분이 있어서, 찾아보니 오픈서베이에서 보내준 데이터가 있어서 자세히 살펴봤다.
자료를 보면, 인지도에서는 배민과 요기요 사이에 두드러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용 경험에서는 비교적 큰 폭의 차이를 보인다. 인지도가 비슷한데, 사람들이 한쪽의 서비스로 몰린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 이건 마케팅의 문제라기보다, 서비스의 아이덴티티나, 사용자 경험의 문제로 접근해서 봐야 하지 않을까?
20대의 경우, 일단 배달 서비스에 접속하고 메뉴를 고르는 경향이 확연히 높다. 반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음식점이나 메뉴를 정해놓고 배달 서비스에 접속하는 경향이 높다. 음식점이나 메뉴를 정해놓고 배달 서비스에 접속한다는 건, 단순히 주문 방법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배달 음식을 먹기 위해 전화를 하느냐, 화면을 터치하느냐의 문제는 배달 서비스의 아이덴티티나 완성도와는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인다. 반면 20대에서 나타나는 현상, 그러니까 일단 배달 서비스에 접속해서 음식이나 메뉴를 고르는 패턴은, 단순히 방법적인 변화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대에게는 배달 서비스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인 것으로 보인다. 라이프스타일에 관여하는 서비스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서비스의 아이덴티티나 완성도가 핵심적인 문제가 된다. 그렇게 보면 배달의민족이 20대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인터넷 상에서 많이 언급된 각 배달 서비스와 관련된 워드 크라우드를 보면,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둘 다 배달이라는 카테고리를 확실히 점유하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기회를 보고 있지만, 배달의 카테고리를 침투하기에 이미 상당한 카테고리 점유가 있어서, 배달 서비스 시장에 대한 공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배민, 요기요 둘 다 배달 워드를 확실히 점유하고 있는데 반해, 배민이 이미지라는 워드를, 요기요는 빨간색이라는 워드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요기요는 서비스의 아이덴티티가 빨간색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이미지로 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배민의 압도적인 이미지 퍼포먼스에 요기요가 택한 전략은 가격경쟁으로 보인다. 요기요의 장점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것은 할인 혜택이 다양한 점이었다. 반면, 배민의 경우 등록된 음식점 수와 메뉴가 다양한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결국 이벤트성 할인 혜택이(요기요), 배달 서비스 플랫폼 아이덴티티에 밀리는 모양새다. 위메프나 티몬이 쿠팡에 밀리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로 생각된다.
단점에서 눈에 띄는 건, 배민이다. 할인 혜택이 다양하지 않다는 단점이 가장 수치가 높다. 결국 할인 혜택이 없이도, 할인 혜택이 많은 서비스를 압도한다는 건, 그만큼 배민이 잘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배달 서비스 시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배민(우아한 형제들)이 연간 100프로 수준의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2016년 800억, 2017년 1600억, 2018년 3200억 수준의 매출을 냈고, 손익 역시 이미 흑자로 돌아섰다.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배달의민족의 모습을 볼 때, 향후 이런 성장세는 지속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요기요를 압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