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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Sep 05. 2020

황금보기를 돌같이.. 아니, 책 읽기를 드라마 보듯이.

영어책 읽는 게 두려운 분들께

이번에는 책을 읽는 태도에 대해 말씀드려 볼까 한다.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는 쉽게 접근하면서 책은 조금 더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영상 매체를 볼 때보다 더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소모되기는 한다. 더 많이 집중해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가만히 있어도 정보가 전달되는 영상 매체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책을 대하는 방법이나 태도에 관해서는 드라마를 볼 때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책 읽기를 드라마 보듯이 해야 한다는 거다.




진짜 재미있는 책은 폐인 드라마 보듯


드라마 중에는 정말로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것들이 있다. 흔히 인생 드라마라고 부르는 것들, 수많은 폐인을 양산하는 드라마들. 그런 드라마들은 한 번만 보고 끝나지 않는다. 재방송도 보고, 감독판 DVD가 발매되면 사서 또 보고, 해마다 다시 보고, 몇 번이나 보면서도 볼 때마다 감동을 받는다. 대사를 다 외우는 건 물론이고, 방송이 끝나도 온갖 블로그며 카페를 전전하면서 서로의 감동을 나누기도 한다.


어떤 책들은 이렇게 폐인 드라마 보듯이 읽는다. 글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읽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그 감동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읽었던 책이지만 또 읽고, 몇 년 지나서 또 읽고. 다른 사람들의 독후감도 찾아보고, 책이 영상으로 만들어졌다면 해당 영화나 드라마도 잊지 않고 찾아본다.


물론 이렇게 찾아보는 책이라면 아주아주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모든 드라마를 다 정성 들여 보지 않는 것처럼.



그냥 그런 책은 띄엄띄엄 일일드라마 보듯


어떤 드라마는 띄엄띄엄 보기도 한다. 하루이틀 빠진 후에 다시 봐도 내용 전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드라마가 그렇다. 저 둘이 사귈 거 같더니 아직도 썸을 타고 있고, 저 아줌마가 이상하다 싶었더니 역시 숨겨진 친엄마였고. 내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으니까) 몇 번 빼먹더라도, 처음부터 못 봤더라도, 우연히 채널 돌리다가 보더라도 재미있게 보게 된다.


온 신경을 집중해서 보는 게 아니라, 빨래를 개면서 보고, 청소하면서 틀어 놓고, 친구랑 통화하다가 보고. 그래도 내용이 다 이해가 간다.


어떤 책은 이렇게 읽는다. 처음부터 읽지 않을 수도 있고, 중간중간 발췌해 가며 읽기도 하고, 읽다가 지루하면 잠시 덮어 뒀다가 한참 후에 읽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흥미 있는 부분만 골라서 읽기도 한다. 이렇게 읽는 것도 독자의 신성한 권리 중 하나이다.


모든 책을 다 꼼꼼히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책은 이렇게 띄엄띄엄 봐도 된다. (그리고 어떤 책을 그렇게 읽을 것인가는 순전히 독자 자신이 결정하는 거다.)



책 읽기는 즐거워야 한다. 드라마 보듯이


책 읽기는 즐거워야 한다. 드라마 보듯이. 책 읽는 것이 마치 숙제처럼 지겨워지고, 재미없어지면 안 된다. 드라마를 보다가 재미없어지면 어떻게 하는가? 2회까지만 보고 그냥 다른 드라마로 갈아타기도 한다. 세상에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재미없는 드라마를 억지로 보고 있겠는가? 책도 마찬가지다. 읽어 보다가 재미가 없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으면 그냥 덮어두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도 된다. 내가 재미있는 드라마만 골라 보듯이, 책도 재미있는 것들만 골라 봐도 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재미있는 드라마'의 특징은 다르다. 코믹, 로맨틱 코미디, 판타지, 액션, 수사물, 추리물, 공포물. 어떤 이에겐 재미있는 게 어떤 이에겐 유치하다. 어떤 이에겐 잔혹한 게 어떤 이에겐 흥미진진하다. 이처럼 책도 자신에게 '재미있는' 것을 골라서 읽으면 된다. 다른 이들의 추천사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취향을 아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단 것만 빨아먹듯 자신에게 재미있는 책만 읽으면 그게 도움이 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어느 정도 독서력이 생기면 그때는 자신이 평소에 잘 읽지 않던 분야의 책도 읽어보고, 두꺼워서 기피하던 책에도 도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독서에 내력이 생겼을 때 이야기다. 틈만 나면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이 어려운 책에 도전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책에서 멀어지는 거나 다름없다. 책이 너무너무 좋아질 때까지, 적어도 한 달에 한 권 이상은 꾸준히 읽는 습관이 생길 때까지는 '재미있는 책' 위주로 읽는 게 좋다.



책 읽는 시간이 기다려져야 한다. 드라마 다음 편 기다리듯이.


무릇 책 읽기는 드라마 보기와 같아야 한다. 그건 영어 책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다음 편 드라마를 손꼽아 기다리듯 책 읽는 시간이 기다려진다면 독서 습관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자신의 영어 실력보다 많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취향에 맞 재미있는 책을 골라서 읽어 보자. 언젠가는 드라마 후속 편 기다리듯 책 읽는 시간을 기다리는 때가 분명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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