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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Feb 15. 2024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지구

<Cosmos 코스모스 by 칼 세이건>

원서 제목: Cosmos

우리말 제목: 코스모스

지은이: 칼 세이건 (Carl Sagan)

출판사: 사이언스 북스



출처: 교보문고



유명한 책, 드디어 읽어 보다


<코스모스>는 꽤나 유명한 책이었다. 내가 과학에 관심을 갖기 전부터도 제목을 왕왕 들어 왔으니. 하지만 그 명성에는 나름의 '악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총, 균, 쇠>와 더불어, 사놓기만 하고 절대 완독을 못 하는 책으로 유명했으니까.


그러던 중 <Cosmos: A Spacetime Odyssey 코스모스: 시공간 오디세이>라는 13부짜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2014년에 만들어진 이 다큐멘터리는 칼 세이건이 1980년에 제작한 <Cosmos: A Personal Voyage 코스모스: 개인적 여행>이라는 다큐멘터리의 리메이크라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물론 모르는 내용도 많이 나왔지만, 아무래도 시청각 자료가 나오다 보니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달까.


내친김에 후속작으로 2020년에 만들어진 <Cosmos: Possible Worlds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라는 12부짜리 다큐멘터리도 봤다. 이렇게 코스모스에 한 발 담근 상태에서, 이번에는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책을 읽게 됐다. 만일 무인도에 가져갈 책을 한 권 고른다면 <코스모스>를 챙기겠다는 저자 유시민의 말을 듣고 보니 호기심이 일었다.


<코스모스>는 과연 어떤 책일까. 그동안 과학에 관한 책도 나름 읽어 왔겠다, 코스모스 다큐멘터리도 봤겠다. 이젠 책에도 도전을 해 보자 싶었다. 그래서, 드디어 읽게 됐다. 유명한 이 책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책은 꽤나 방대한 역사를 다루고 있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오랜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과학적 사고를 했고, 어떻게 지구의 크기를 측했는지를 읽고 있자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칼 세이건은 글을 굉장히 잘 쓰는 사람이다. 이과 남자면서도 그의 글에는 문학적 감성이 살아 있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내용을 읽으면서도 책장은 술술 넘어갔다. (물론, 그걸 다 내가 이해했느냐는 다른 얘기지만.)


저자는 책에서 지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다루고 있다. 우리가 과거에 어떻게 세계를 이해하고 알아내려 노력했는지, 지금 현재까지 우리가 알아낸 것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우리의 앞에는 얼마나 큰 가능성이 펼쳐져 있는지. 코스모스의 한 일원으로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멸종위기종인 인류에게, 희망은 있는가


책이 처음 쓰인 때는 1980년이다. 냉전 시대의 분위기 때문일까. 저자는 인류가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근심 어린 어조로 비판한다. 책을 읽다 보면 '인류가 지구를 멸망시키지만 않는다면, 우리가 핵전쟁을 일으켜 자멸하지만 않으면'이라는 식의 말이 자주 나온다.


그가 언급하는 문구 중에 '기술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technological adolescence)'이라는 표현이 있다. 굉장히 진보한 문명, '어른'이 된 문명이라면 스스로를 자멸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고, 그런 문명은 살아남아서 우주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문명은 아직 사춘기이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치기 어린 마음에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기도 하고,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허세를 부리며 절벽으로 차를 몰고 가는 사춘기.


이 책은 단순히 과학 사실을 나열하거나 정보를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 지구 문명은 과연 이 사춘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가. 핵전쟁과 기후 위기의 위험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바다 건너 적국으로 날려 보내는 미사일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로켓은 기본적으로 같은 기술을 쓴다. 달 탐사, 화성 탐사, 외계 행성 탐사.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살상 무기에 돈을 쓰는 대신, 우주를 탐험하는 데 자원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쉽게 말해, 인류에게 희망은 있는 것인가. 책이 나온 지 44년이 지난 지금, 과연 그때보다 우리 지구는 더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가. 책을 덮으며 고민이 깊어졌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 하는가.



출처: goodreads.com







내가 사랑한 문장


1.

Eratosthenes' only tools were sticks, eyes, feet and brains, plus a taste for experiment. With them he deduced the circumference of the Earth with an error of only a few percent, a remarkable achievement for 2,200 years ago. (p. 9)
에라토스테네스가 사용한 도구는 고작해야 막대기와 눈, 발, 그리고 비상한 머리뿐이었다. 거기에 더해 실험을 좋아하는 성향 정도. 오직 그것만으로 그는 지구의 둘레를 거의 정답에 가깝게 알아냈다. 2,200년 전의 일이라고 하기엔 놀라운 성과다.


2.

Evolution is a fact, not a theory. (p. 22)
진화는 이론이 아니다. 사실이다.


아직도 진화론을 창조론의 대척점에 놓인 이론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진화는 생명체의 출현을 설명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가 아니다. 진화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3.

Evolution works through mutation and selection. (p. 34)
진화는 돌연변이와 선택을 통해 이루어진다.


4.

When asked how he accomplished his astonishing discoveries, Newton replied unhelpfully, "By thinking upon them." (p. 71)
도대체 어떻게 이런 대단한 발견을 해 낸 건지 사람들이 물어올 때면 뉴튼은 대답했다. "열심히 생각해서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대답이다.


쯧쯧, 천재들이란.


5.

The nitrogen in our DNA, the calcium in our teeth, the iron in our blood, the carbon in our apple pie were made in the interiors of collapsing stars. We are made of starstuff. (p. 244)
DNA에 들어 있는 질소, 이 속의 칼슘, 핏속에 있는 철, 사과 파이에 들어 있는 탄소. 이 모든 것들은 전부 붕괴하는 별 안에서 만들어졌다. 우리는 별의 잔해로 이루어진 존재다.


우리의 삶도 별처럼 찬란했으면.


6.

The equivalent of twenty million books is inside the heads of every one of us. The brain is a very big place in a very small space. Most of the books in the brain are in the cerebral cortex. (p. 293)
우리 각자의 머릿속에는 책 이천만 권에 달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두뇌는 매우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만, 엄청나게 넓은 공간이기도 한 셈이다. 뇌 속에 있는 책들 대부분은 대뇌 피질에 저장되어 있다.


7.

The Darwinian lesson is clear: There will be no humans elsewhere. Only here. Only on this small planet. We are a rare as well as an endangered species. (p. 361)
다윈 진화론의 교훈은 명확하다. 다른 어느 곳에도 우리와 같은 인간은 존재하지 않을 거다. 오직 이곳. 오직 이 작은 행성에만 있다. 우리 인간은 멸종위기종인 동시에 희귀종이다.


이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생명체가 있다고 해도 그들이 우리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을 확률은 극히 낮다. 진화는 돌연변이와 환경적 선택으로 인해 우연히 발생한다. 지구 환경이 아닌 곳에서는 당연히 다른 모습의 생명체가 있을 테고, 그 말인즉 인간은 오직 이 지구에만 있다는 얘기다.


멸종위기종이자 희귀종인 우리 인간을, 이제라도 좀 잘 보살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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