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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Jan 06. 2021

제목은 없는 새해맞이

(12/31) 대단할 것도 없는 어제같은 오늘의 새해맞이

12월 31일


새해가 온단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같은 그런 날의 연속 속에서 탈 많던 고놈의 2020년이 지나는 길목.


신랑이 올해는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겠다고 했다. 늘 9시쯤이면 해롱해롱대서 거의 5년은 넘게 혼자 새해를 맞이했는데 올해는 왠일로 카운트 다운을...? 신랑은 아이들의 이부자리를 펴준 후 쇼파에 자리를 잡고 며칠전 부터 보던 책을 보고있었다.


나는 도망가는 아이들을 붙잡아 옷을 갈아 입히고 양치를 씻기고 아둥바둥 대는 아이를 잡아 때가 가득 낀 작은 손톱도 깎고, 책도 여러권 읽어주고, 첫째의 이어지는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주고, 두 아이의 예상치못한 싸움을 중재하고, 재잘재잘대는 이야기들을 귀기울여 들어주고 재우고 나오니 온 기운이 빠졌다.  


작은 소파가 하나밖에 없는 우리집에 소파 한 끝은 신랑의 크디큰 엉덩이가 자리했다. 아까는 책을들고 있었는데 이제는 핸드폰으로 혼자 낄낄거리며 웃고있다.


연말이라 저녁은 사먹었지만 덜어먹은 씻어야 할 그릇은 꽤 있었다. 식기세척기 돌려야지 싶었지만 그것도 여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둘째아이 젖병도 쌓여있다. 나의 육신이 나의 의지만큼만 따라주면 좋으련만 나도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한숨 소리를 들었나보다. 


"내가 그릇들 넣을까?"

(진작에 넣고있든지... ) "어- 오빠가 좀 넣을래" 

"기계 안에 그릇들은 다뺐나?"

(아효- 내가 말을 말지...) "아니, 빼야지-" 


결국 식기세척기 안에 있는 그릇들을 후다닥 정리했다. 좁은 주방에 정리할건 꽤 있었는데 식기세척기 문을 열어두고 두사람이 움직이니 내가 다른 곳을 맡아야겠다 싶었다. 거실에 널부러진 종이조각들, 장난감들, 책들, 레고들... 허리를 무한대로 접었다 폈다 하고있는데 주방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씨- 이런건 좀 치워놓지" 

먹다 남은 케익이 그릇에 말라 있었다. 


(아오... 일을 '해준다' 하면 끝까지 기분 좋게 하던지, 꼭 설거지할때 잔소리 안하고 넘어가는 날이 없지) 

욱하는 감정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한 해의 마지막날까지 굵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아 그냥 넘긴다. 


귀찮아도 씻어야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 좀 쉴까했는데 작은 쇼파에 산만한 덩치의 남자가 코를 골고누워있다. 배위에 놓여진 핸드폰에선 깔깔 거리고있는 예능이 혼자 시끄럽게 떠들고있다. 

(로맨스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카운트 다운은 무슨....) 


편하게 앉을 곳도 없고 혼자 모니터앞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틀었다. 자정 거의 30분 전. 

올해의 뉴욕의 카운트다운도 나만큼이나 없어보였다. 

얏..호...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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