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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Jan 06. 2021

미안해, 정인아

(1/4) #정인아미안해

연휴를 맞아 집에서 답답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산책을 했다. 시원한 공기에 숨통이 트이는지 아이들은 꺄르르 웃으며 그 작은 발들을 굴려댔다.

언제 저렇게 컸을까. 아이들이 뛰고 걷는 뒷모습만 보아도 행복하고 감사했다. 기저귀를 차서 더 볼록 튀어나온 둘째의 귀여운 엉덩이는 연신 '나 신남!'을 표현하고 있었다.


조용한 밤이 되어 작은 콧구멍으로 들락거리는 들숨날숨을 가만히 숨죽여 듣노라면 내 옆에 누워있는 작은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씹고 꿀꺽 삼키고선 자기 배가 제일 많이 튀어나왔다고 자랑하는 모습이란.. 한참 후에 배변훈련을 하는 둘째가 앉은 변기에 마주 앉아 오만 재롱잔치를 벌여주면 코를 찡긋거리며 '배, 힘!'하고 힘을 주는 모습은 참 귀하다.


아기는 그 존재만으로도 힘이 있다. 힘듦 속에서도 웃게 만들어준다. 지저분한 것도, 귀찮은 것도 모두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그 아이가 힘들어 기대어 있는 유치원의 작은 씨씨티비 화면을 나는 더 볼 용기가 없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 핸드폰을 보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


멀리서나마 할 수 있는 작은 일이지만 강하고 귀한 생명을 그렇게 짓밟아 버린 악마들이 꼭 제대로 처벌받길. 간절한 마음으로 진정서를 썼다.


그냥 하나님, 바쁘신 거 아는데요, 이번엔 다른 거 멈춰주시고 정인이 한참 좀 안아주세요. 꼭 안고서 사랑스러운 눈으로 '어쩜 이리 이쁠까' 하고 얼굴도 쓰다듬어 주시고, 이마에 뽀뽀도 마음껏 해주시고, 아직 가시지 않았을 아기 냄새도 '하아-, 참 좋다, 사랑스럽다' 하고 맡아주세요.




존경하는 판사님,


생명의 소중함은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겠지요. 아이를 키워 보신 분이라면 더더욱이 작은 아이가 주는 생명력의 힘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알 겁니다. 그 강력한 힘이 정인 의의 활짝 웃는 사진에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너무 예뻐서 빛이 나는, 비록 온전한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했어도 활짝 웃는 미소에 어느 아기에게나 있는 그 생명의 힘 말이지요. 8개월이면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16개월이면 아마 포근한 아기 냄새도 미쳐 빠지지 못했을 그런 나이입니다. 


저는 정인이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은 아직도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볼 용기가 날 것 같지 않습니다. 그 영상의 한 조각이 사진으로 담긴 기사의 헤드라인으로 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주저앉아 밤새 울었습니다. 


얼굴도 존재도 몰랐던 한 아기의 마지막 모습은 그런 생명의 힘이 있습니다. 태평양 건너 이방인으로 사는 저에게도 모든 것을 제치고 이 진정서를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입니다. 하지만 이 양부모라는 사람은 이렇게 강력한 생명의 힘을 짓눌렀다고 하지요.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아기는 그 아픔의 힘을 마지막 가진 생명이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었을 겁니다. 그 아픔을 무시하고 그 작은 몸의 장기가 찢어질 만큼 폭력을 행사한다는 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어떤 변명과 핑계로도 덮어질 수 있는 무게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이 살인 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할 수 있는 한 무기징역보다 더 강력한 처벌로 작은 아기라도 하나의 생명의 무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주십시오.


이 세상에 소리도 없이 묻혀버린 수많은 아기들이 얼마나 많을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희망컨대 이 사건으로 인해 고통 속에 묻혀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아기들의 생명들에게 제도적인 희망이 생기길 기도합니다. 제가 멀리서나마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이 작은 편지 한 통과 하나님에게 그곳에 있을 정인이를 오래도록 꽉 안아 달라고 기도하는 것 밖에 없지만, 판사님의 판결은 많은 생명을 살릴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생명의 가치를 알려줄 힘이 있습니다. 


부디 이번 사건만큼은 법의 힘이 올바르게 사용되어 피고인이 사형죄로 평생 갚지도 못할 죄를 반성하게 해 주십시오.


#정인아미안해 #우리가바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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