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평론가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

AI 시대, 당신은 구경꾼입니까 선수입니까?

by 아린
단톡방에 AI 답변을 복사해서 붙여넣는 그 순간,
우리는 무엇이 되는 걸까요.


언제부터인가 모두가 전문가가 됐습니다.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치가 왜 잘못됐는지,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 뉴스 기사 하나, 유튜브 영상 하나, 단톡방 메시지 하나로 사람들은 확신을 갖습니다. 그리고 그 확신을 가지고 말합니다. 열정적으로, 자신 있게, 때로는 공격적으로.


AI가 등장하면서 이 현상이 더 빨라졌습니다.


AI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몇 초 만에 그럴듯한 답이 나옵니다. 출처도 있고, 논리도 있고, 자신감도 있습니다. 그것을 복사해서 붙여넣으면 나도 전문가가 됩니다. 아무것도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직접 만들지 않아도, 아무것도 직접 책임지지 않아도.


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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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틀린 말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가 없습니다.


실행입니다.


평론가는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을 봅니다. 왜 저렇게 뛰는지, 저 패스가 왜 나쁜지, 감독이 왜 저런 전술을 쓰는지 압니다. 정확하게 압니다. 그런데 경기장 안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들어가면 틀릴 수 있으니까요. 들어가면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들어가면 땀을 흘려야 하니까요.


AI 시대에 평론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AI가 분석을 대신해주고, 글을 대신 써주고, 논리를 대신 만들어주니까요. 평론의 비용이 거의 0에 수렴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실행가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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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습니다.


AI가 실행의 비용도 낮춰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뭔가를 만들려면 개발자가 필요했고, 디자이너가 필요했고, 자본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AI가 코드를 짜주고, AI가 디자인을 도와주고, AI가 문서를 만들어줍니다.


진입장벽이 무너졌습니다.


그 말은 이제 변명이 없다는 뜻입니다. 나는 개발자가 아니라서, 나는 디자인을 못해서, 나는 자본이 없어서. 이 변명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남은 것은 하나입니다.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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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문돌이입니다. 코딩을 모릅니다. 자본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AI와 함께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것이었습니다. 틀리기도 했습니다. 엉망이 된 날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계속했습니다.


평론가로 남는 것이 더 편했을 것입니다. AI가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말하는 것이 훨씬 쉬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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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는 평론가와 실행가의 격차를 역사상 가장 빠르게 벌려놓을 것입니다.


평론가는 더 정교해질 것입니다. AI 덕분에 더 그럴듯한 말을 더 빠르게 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그 말이 만들어내는 것은 없습니다.


실행가는 더 강해질 것입니다. AI 덕분에 혼자서도 팀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틀려도 빠르게 고칠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는 비용이 낮아집니다.


선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느 쪽에 서 있습니까. 경기장 밖에서 분석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이 글은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위해 쓰고 있습니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