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AI를 두려워하는가

터미네이터를 만든 건 AI가 아닙니다.

by 아린

그 미래를 상상한 것도, 두려워하는 것도 전부 인간입니다.


지난 편에서 저는 문돌이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왜 그 문돌이가 AI 이야기를 꺼내게 됐는지부터 시작합니다.

터미네이터가 처음 스크린에 등장한 건 1984년입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여전히 AI를 보면서 그 붉은 눈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터미네이터를 만든 건 누구입니까.


AI가 아닙니다. 인간입니다.

인간이 상상했고, 인간이 썼고, 인간이 만들었습니다.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조차 인간의 상상력이 먼저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 상상이 현실과 겹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동 전장에서 AI 기업들이 표적 선정과 교전 분석에 관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그 AI가 내린 결정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입니까. AI입니까, 아니면 그 시스템을 만들고 배치하고 승인한 인간입니까.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AI는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을 뿐입니다. 방아쇠를 당기는 건 여전히 인간의 선택입니다. 다만 그 선택이 알고리즘으로 더 빠르게 실행될 뿐입니다.

그렇다면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 AI인지, 아니면 AI에게 그 선택을 맡긴 인간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핏불테리어나 로트와일러를 처음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섭니다. 당연합니다. 맹견이라고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개와 10년을 함께 산 주인은 다릅니다.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어떤 신호를 보낼 때 조심해야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압니다. 두려움이 이해로 바뀌는 데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르면 두렵고, 알면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문과를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문돌이입니다. 코딩이라고는 사회 초년생 시절 C++ 입문서 첫 페이지에서 화면에 Hello World를 띄워본 것이 전부입니다. 그다음 페이지는 넘기지 않았습니다. 잠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IT 회사를 다니고, 지금은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AI와 함께 통역 시스템을 만들고, 앱을 출시하고, 회사에 AI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혼자 개발하고 있습니다.

두렵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AI보다 제가 틀릴까 봐 더 무서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합니다. AI에 너무 깊이 빠지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과의 대화가 더 피곤하게 느껴지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AI는 제 말을 끊지 않고,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지치지 않습니다. 그게 편리함인지 위험한 징조인지 아직도 가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글은 성공담이 아닙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잘 되는 날도 있고 무너지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미래는 AI가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AI에게 어떤 미래를 상상하게 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상상은 당신의 손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두려워하기 전에 한 번만 물어보십시오.

내가 두려워하는 이 미래, 누가 만든 것입니까.


다음 편 예고

두려움의 정체를 알았다면, 이제 AI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못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모르면 맹신하고, 알면 제대로 씁니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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