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과거를 분석할 뿐, 미래를 선택하지 않는다

과거의 탐식자, 미래의 상상자

by 아린

데이터가 없는 곳에서 AI는 길을 잃는다


사람들은 흔히 AI가 미래를 예측한다고 말하며 경탄합니다.

내일의 주가를 전망하고, 다음 달의 트렌드를 짚어내며, 우리가 다음에 무엇을 사고 싶어 할지 미리 알고 추천을 던지는 모습은 마치 수정구슬을 든 예언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AI는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녀석은 철저하게 '과거의 통계'만을 봅니다. AI의 모든 지능은 인간이 남긴 궤적, 즉 데이터라는 이름의 과거 기록들로 만들어집니다.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문장과 수치들을 탐식하여, 그 안에서 확률적으로 가장 높은 패턴을 찾아내어 오늘을 설명할 뿐입니다. AI에게 내일이란, 어제의 데이터들이 겹쳐져 만들어지는 '확률적 연장선'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AI가 본질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전례가 없는 선택'입니다.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길, 인간이 아직 상상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미래 앞에서 AI는 무기력하게 멈춰 섭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녀석은 '기존의 데이터 범주' 안에서만 답을 찾으려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AI를 대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지능의 한계'입니다. AI는 역사상 가장 유능한 사관(史官)일 수는 있어도, 단 한 번도 쓰이지 않은 미래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다독임 777'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마주했던 순간이 바로 그랬습니다. 용인 보정동, 플랫폼시티 개발이라는 거대한 격변의 물결 한복판에 놓인 우리 아파트 단지. 777세대가 모여 사는 이 콘크리트 숲 안에서 저는 '현대적 디지털 서원(書院)'을 세우고 싶었습니다. 이웃의 책장에 잠들어 있는 지혜를 꺼내어 연결하고, 책 한 권을 빌리는 행위가 [기증자: 000동 000호]라는 이웃의 실명과 호의를 확인하는 따뜻한 경험이 되게 하겠다는 발상이었습니다.


이 기획을 들고 AI와 대화를 시작했을 때, AI는 성실하게 답했습니다. 하지만 녀석이 제시하는 로직들은 언제나 기존의 '효율적인 도서 공유 플랫폼'이나 '일반적인 커뮤니티 앱'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데이터상으로는 익명성을 강화하고, 더 많은 책을 더 빠르게 순환시키는 것이 정답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도서 관리의 효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품격'과 '연결의 깊이'라는, 수치화하기 힘든 인간적 가치였습니다.


AI는 제 기획안 속의 '저채도 소통'이나 '디지털 족보' 같은 개념을 데이터로 학습한 적이 없습니다. 녀석의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소통'은 대개 화려한 UI와 빠른 반응 속도를 의미했지, 미색 배경의 여백 속에서 이웃의 이름을 확인하며 느끼는 정중한 무게감을 의미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AI가 제시하는 '데이터 기반의 표준 정답'에 안주했다면, '다독임 777'은 흔하디흔한, 그리고 금방 잊히고 마는 수많은 동네 앱 중 하나가 되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인간의 역할이 등장합니다. 미래는 데이터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는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꿈틀거리는 '상상'이 실체화될 때 비로소 탄생합니다. 그리고 그 상상의 결과물이 현실이 되어 세상에 나타났을 때, 그것은 비로소 훗날 AI가 학습할 '새로운 데이터'가 됩니다. 인간이 먼저 상상하고 실행하여 데이터의 지평을 넓혀 놓으면, AI는 나중에 그 길을 따라오며 배우는 것입니다. 이 선후 관계는 인류 역사가 지속되는 한 결코 뒤집히지 않습니다.


AI는 당신의 과거를 누구보다 잘 정리해주고 최적의 경로를 제안할 것입니다. 녀석은 훌륭한 비서이자 정리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미래를 선택하고 그 방향을 180도 트는 결정은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하고도 고독한 권한입니다. AI가 "데이터상으로는 이 방향이 맞습니다"라고 말할 때, "아니, 나는 그 데이터 너머에 있는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이 길로 가겠다"라고 선언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실행가이자 리더의 몫입니다.


과거의 탐식자인 AI에게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게 두지 마십시오. 데이터가 없는 황무지에서 비로소 진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AI는 그 여정을 돕는 가장 강력한 도구일 뿐, 항해의 목적지를 정하고 새로운 대륙을 상상하는 선장은 여전히 당신이어야 합니다. AI가 학습할 '미래의 데이터'를 오늘 당신의 상상으로 직접 써 내려가 보십시오. 그 상상이 멈추지 않는 한, 당신은 언제나 기술의 주인으로 남을 것입니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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