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미사일은 누가 쏜 것인가?

조준한 자와 방아쇠를 당긴 자

by 아린


2025년, 중동 전장에서 낯선 이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산 기업도 아니고, 군수업체도 아닌 AI 스타트업들이었습니다. 표적 선정, 교전 분석, 피해 예측. 전통적으로 사람이 해왔던 판단들이 알고리즘으로 처리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AI가 사람을 죽이는 결정을 내린다고.


그런데 정말 그렇습니까.

생각해보십시오. 그 AI 시스템을 설계한 것은 인간입니다.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킬지 결정한 것도 인간입니다. 그 시스템을 전장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사용 권한을 부여한 것도, 최종 승인 버튼을 누른 것도 인간입니다. AI는 주어진 데이터와 알고리즘 안에서 패턴을 찾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AI가 결정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오해가 아닙니다. 매우 편리한 오해입니다.

책임을 AI에게 넘길 수 있으니까요.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은 늘 책임을 나눌 대상을 찾았습니다.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시스템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을 뿐이라고,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이제 새로운 변명이 하나 추가됐습니다. AI가 그렇게 판단했을 뿐이라고.


AI는 완벽한 책임 회피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결정은 빠르고, 과정은 불투명하고, 책임 소재는 흐릿합니다.

이것이 AI가 전장에 등장했을 때 진짜 무서운 이유입니다.

AI의 판단력이 아니라, AI를 방패로 삼으려는 인간의 본능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AI가 내린 결정처럼 보이는 것들 뒤에 항상 인간의 선택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알고리즘은 스스로 목적을 갖지 않습니다. 방향을 정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입니다.

미사일을 쏜 것은 AI가 아닙니다. AI에게 미사일을 쏘게 만든 것은 인간입니다.


이 구분이 무너지는 순간, 책임도 함께 무너집니다.

이 챕터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정상입니다.

AI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쓸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이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합니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AI에게 어떤 결정을 맡기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결정의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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