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시작.

문제는 해결하려 하는 그 순간부터 문제가 된다.

by 오롯하게

문제는 해결하려 하는 그 순간부터 문제가 된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제 각각인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아왔다. 아직 얼마 살지 않았는데도 만나온 사람들은 너무나도 다양했다. 작은 일에 쉽게 화를 내고 역성을 드는 사람, 무조건 자기 이야기가 맞다며 다른 사람의 의견과 소리를 무시하는 사람. 또 반면에 상대를 지나치게 이해하려 애를 쓰다가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자신의 소중함을 찾아보려는 시도조차 않은 채 다른 이들을 향한 부러움과 자신을 향한 탄식만 남아있는 이들도 있었다. 가지치기로 사람의 다양함을 표하려 한다면 결코 끝나지 않는 짧은 선들의 연속으로 이 우주를 가득 채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같은 유형의 혹은 비슷한 모습의 문제라 하더라도 수많은 이들에게 각자 다른 냄새와 다른 느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문제의 작은 씨앗을 보고 큰 문제라 하는 이들에게는 결국 큰 문제가, 크게 커져버리려는 문제의 불씨를 별 것 아니라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결국 그 불씨가 꺼지기 마련이더라. 그렇다. 문제는 해결하려 하는 그 순간부터 문제가 된다.


가까운 주변만 봐도 나는 잘 알 수 있다. 우리 엄마는 굉장히 예민하다. 잠을 잘 때에도 같이 자는 강아지가 조금이라도 뒤척거리면 바로 깨는가 하면,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을 받기만 해도 밤새 생각을 하시느라 잠에 들지 못하신다. 또 아주 작은 일에도 ‘큰일이네’라는 네 글자를 입에 달고 사신다. 그런 나의 엄마에게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별 것 아닌 문제를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러면 엄마만 더 힘들어진다고. 하지만 이 말은 그녀의 귓가를 맴돌다 홀연히 사라질 뿐, 그녀에게 적용되지 못한다. 이것 또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다. 비단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가장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아주 가까운 나의 주변에는 극 현실주의자이자 무거운 짐들은 어깨에 얹히기도 전에 탈탈 털어버릴 수 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있다. 나는 그 친구에 비하면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편인데, 친구들끼리 흔히 털어놓을 수 있는 남자와의 고민을 털어놓거나 백수 당시 취업에 관한 고민 혹은 그 친구에게만 할 수 있는 가족 간의 일을 털어놓기라도 하면 나에게 돌아오는 건 그녀의 현실적인 날이 선 대답이다. 물론 그녀가 나를 위로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현실적으로 나에게 날아온 대답이 곧 나의 위로가 되니 말이다. 또 너무 감정적으로 치우쳐지게 되는 순간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보다 내가 생각했던 문제의 크기가 별 것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제의 작은 씨앗을 큰 불씨로 키우는 건 결국 나의 몫이고 나의 역할이었다.


작은 문제의 씨앗을 크게 키우지 않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1. 이미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문제가 성사된 과정과 결과를 머릿속에서 지운다.
2.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문제들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가까운 이들에게 털어놓는다.
3. 아직 생긴 문제가 아니라 ‘생길 것 같은’ 문제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4. 만약 이미 벌어져버린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문제들이 나타난다면 서두르거나 흥분하지 않아야 한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시선을 멀리, 그리고 낮춰서 문제를 보게 되면 또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사실 내가 말하는 이 방법들은 나에게만 적용되는 자그마한 방법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감당되지 않을 때, 더 이상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한 번쯤 떠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닥쳐오는 문제들의 크기와 무게가 덜어지고 있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니.


그러니 너무 깊게 문제들에 대해 관여하고 담아두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앞서 말했듯, 문제는 해결하려고 발을 내딛는 그 순간부터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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