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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Feb 26. 2024

서로 다른 삶의 무게를 집어던지며,

7년 전 처음 얼굴을 마주했던 이들과 오랜만에 갖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제도 만난듯한 익숙한 얼굴과 행동과 목소리였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때는 같은 곳에서 비슷한듯 존재했던 이들이 각자가 서로 다른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구나 했다.


비슷한 하루하루들을 보낸다 생각하고 지나버린 7년동안, 나는 늘 비슷한 자리를 걷고있는 듯 했다. 마치 런닝머신 위를 걷듯.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몰랐고, 그래서 내 자리가 변한지도 몰랐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그러다 문득 한 자리에 함께 있던 이들이 다르게 위치한 곳들을 보았을 때. 아, 나도 저들처럼 많이 달라졌구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나는 더이상 회사를 다니지 않고 혼자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고, 첫번째 친구는 어느덧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있었다. 두번째 친구는 평생의 반려자와 함께 할 시간을 코 앞에 두고 있었고, 마지막 늘 앳됐던 친구는 어느새 후배를 잔뜩 둔 멋진 선임으로 자리잡았다. 늘 그렇듯 반갑고 시끄럽고 우스꽝스럽게 웃으며 먹고 마시며 놀았지만, 저녁에 만나 밤으로 가는 와중 점차 잦아드는 웃음소리와 깊어지는 목소리를 듣고있자면 아 시간이 정말 많이 지났구나 싶었다. 어쩐지 7년 전에는 감히 근처도 가지 못했던 묵직한 고민들을 들고 있었고 그것들을 무탈하게 지나보내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멋졌고 대단했고 그들이 이야기를 하는 내내 간절히 응원했다.


7년 후 우리는 각자가 서로 다른 삶의 무게를 들고 만나, 한바탕 어린 아이들처럼 그 무게를 서로에게 집어던졌다. 그러면 우리는 혼자 짊어질 때는 사뭇 무겁고 버거웠던 그 짐들이 결코 별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해 다시 서로에게 돌려줬다. 묵직했던 그것들은 한껏 가뿐해졌고, 어쩐지 조금 빠르게 지친 몸뚱아리에 반해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각자의 터로 돌아갔다.

소리없이 다시 무게를 더하여, 그것들이 무거워지는 순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 때가 되면 우리들은 다시 얼굴을 맞대며 서로에게 웃음을 집어던지며 깔깔대겠지.
그러면 그 무게들은 또 다시 소리없이 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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