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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아 Jun 08. 2024

인생이란 자주 알 수 없어!

때론 공허감이 새로운 선택을~

6개월 만에 이 브런치북으로 돌아왔다. 


도시의 외로운 도넛이었던 나는 이젠 외로울 틈이 없이 이 도시 저 도시를 돌며 일하는 사람이 되었다. 정말 인생이란 자주 알 없어! 를  말할 수밖에 없다. 6개월 동안 나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직업, 활동반경의 변화, 직간접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아짐, 단발머리에서 쇼트커트로의 스타일 변화, 캐주얼에서 정장으로의 옷차림까지.


혼자 있는 시간이 줄어들자. 자연히 생각을 하고 정리하고  더 정직히 말하자면 읽는 행위로부터 멀어졌다. 쓰는 건 읽는 거에서부터 나오고 시작한다고 믿는 나였는데 지난 반년간 종이 책 한 권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 듯하다. 책을 안 읽는 대부분의 인구 중의 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글을 읽고 쓰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글이 머릿속에 넘쳐나 책을 만드는 게 자연스럽고 가장 나다운 일이라 여겼었는데 40대의 생활이라는 무게가 글을 내게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생활이 글을 이겨버린 것이다.


 글을 읽고 쓰던 게 전부였던  어느 한 시절에는 정말 그거 외에는 눈에 마음에 다른 게 들어오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들, 교류하던 사람들 또한 작가, 서점 사람들이 다였고. 한때는 그랬었는데 지금은 주변에 영업과 돈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만 있고 나 또한 그 무리에 속해 있다. 이전과의 간극을 이야기하면서 뭐랄까 슬프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책을 만들던 시절에는 꿈에 충만했지만 생활에 일부러 눈을 감았던 적이 많았다. 대책 없는 낙관으로 현실에 널브러져 있던 많은 문제들을 못 본 척했다. 그땐 글과 몇 개의 알바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아니 점점 살아가면 갈수록 특히 예술 파트에 있어 자신의 재능이 어느 정도의 시장성이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가 그 시장성 어필할 수 있는지를 아는 혜안이 재능보다 먼저인걸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버틸 인내심이 어느 정도 일지. 가끔 성공한 영화배우들이 무명시절 버틴 에피소드들으면 경외심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백하자면 글을 쓰는 걸 포기는 안 했지만 출판사나 어떤 곳에 어필하는 건 중단한 지 오래다.

음 명예가 아닌 책으로 돈을 버는  어렵다는 건 여러 가지 경험으로 진즉 깨달았고 책은 들인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너무 안 나온다. 시간을 돌려 반년 전까지도 난 출간기획서를 제대로 갖춰 돌리고 그게 아니면 언젠가 좋은 소재가 생각나면 책으로 만들어야지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고 내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자. 시나브로 생각이 바뀌었다. 꿈을 꾸는 나이는 이제 지나가 버렸다고

이젠 글보다 생활의 힘이 세다는 걸 알았다고.

지금은 글보단 생활에 집중하는게 맞다고.



공허감이라는  감정 나를 인생의 여러 장면 속에 데려다주었다. 그 막막하고 심연과 같은 감정을 벗어나고자 나는 럭비공처럼 세상에 부딪혀 갔다.

해서 남들보다 많은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많은 책을 읽게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드라마 공부를 하고 책 또한 만들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때 아싸 중에 아싸라 친구가 별로 없던 나였는데 이젠 지인들이 고민 상담하면서 찾는 사람이 되었다. 참 인생이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또한 나 정도의 나이면 주변 생활 인프라가 안정화가 되어가 지루해질 수 있는데 난 도전과 변화가 잦으니 지루해질 틈이 없다. 그리고 난 오늘 이 브런치북으로 발행할 생각이 없었는데 어제 엊그제 긴 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글감이 생각나 글을 썼다. 그러니 인생이란 정말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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