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체온이 없는 삶
따뜻하고 다정한 품이 그립지만
부쩍 새벽에 깨는 횟수가 늘어난다. 나만 빼고 모두 곤히 잠들어 있는 기분. 주위는 소음 하나 없이 조용하고 어둡기만 하다. 다시 잠을 청하지만 도시의 밤은 쉽지 않다. 이럴 때 애인의 따뜻한 품이었으면 다정한 팔베개가 있었으면 금세 잠이 다시 들 텐데 그런 존재란 먼 우주 어딘가에 사라져 버린 존재.... 사람이란 복잡하게 보이지만 뜯어보면 단순한 존재 이런 무방비의 새벽에 더욱 빈틈이 드러나 보인다. 이런 새벽엔 그저 다정한 포옹과 등을 토닥여줄 따뜻한 손바닥만 있으면 그뿐. 사람의 체온이 주는 위로가 크다는 걸 도시의 외로운 도넛이 되고 더 절실히 깨달았다.
연애.... 어쩌면 우리에겐 도시를 버틸 수 있는 면역력일 수 있겠다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일 때는 일이 할만했었고 고된 출퇴근이 그런대로 됐으며 주말의 데이트할 낙으로 주중 5일을 살아갈 수 있었다. 연애를 함으로써 체온을 나눔으로서 도시인의 공허감에 쉽게 빠지지 않고 나로 시작해 나에게로 도망가지 않고 나에게서 너에게로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아름다운 걸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알았고 세상에 대해 긍정의 프리즘을 펼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싱글이 됐다해서 금방 건조함으로 바삭하게 쪼그라들지 않고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었다.
애인의 체온이 없는 삶은 간접의 삶이다. 그리움의 시간이자, 추억이 너울거리는 시간의 총합이다. 그리고 다음 연애를 준비하는 시간일 수 있다. 다음 사람에게는이라는 노래처럼 새로운 연인과는 어떠해야지 하는. 최소한 서로를 외롭게 하지는 말자는 다짐을 해본다. 너무 뜨겁지 않게 차갑지도 않게 딱 체온 그대로의 연애를 하리라 한다.
따뜻하고 다정한 품이 가끔 그립기도 하지만 결핍의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연애를 안 하는 시간이 긴 만큼 그동안 못 보냈던 나와의 시간은 채워졌으니. 어차피 긴 시간 끝까지 나와 긴 시간을 보낼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으리라. 나와 잘 보내야지. 새로운 누군가와 잘 보낼 수 있으리라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요즘 '선재 엎고 튀어'라는 청춘로맨스드라마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던데 이 삭막한 도시에 아직은 로맨스를 꿈꾸는 외로운 도넛들이 많다는 증거 아니겠나? 그렇다. 나도 늘 꿈꾼다. 어딘가에 어느 곳에 어느 때에 우연히 비일상처럼 마주칠 나의 로맨스를. 그때를 기다리며 솔로의 밤은 지나간다. 늘 그렇듯 밤은 지나가고 아침은 온다. 당연한 말이지만 솔로가 늘 솔로일 수는 없듯이 좋은 인연도 찾아올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