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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29. 2016

독일 아이들과 만든 추억의 달고나 뽑기


아이들과 요리 강습을 할 때면 식재료부터 요리 방법에 대한 고민을 어른들의 요리강습에서 보다 서너 배는 더 하는 것 같다. 

자라나는 아이들이니 가급적 더 건강한 식재료에 요리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한국요리가 뭐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거기다 방학 특강에는 아이들에게 예쁜 추억도 하나 얹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게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었다.

지난번 한국에 다니러 갔을 때 어머님이 사시는 아파트 앞의 문방구에서 몇 세트 들고 온 추억의 달고나 뽑기 세트.

작은 국자부터 사람 모양, 로켓 모양, 병아리 모양 등의 모양 틀과 동그란 누르개, 설탕 녹인 것을 탁 털어놓을 수 있는 작은 판 그리고 모양 틀로 찍은 달고나를 판에서 떼어 낼 수 있는 작은 긁개가 담겨 있는 아기자기 한

세트는 흡사 소꿉 장난감 같이 생겼지만 있을 것은 그 작은 박스 안에 다 들어 있다.

부엌 서랍장 속에 고이 넣어 두었던 작은 박스를 볼 때마다 언제 독일 아이들과 달고나 뽑기 한번

만들어 봐야 하는데 늘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재료 자체가 설탕이다 보니 핑계 김에 대놓고 달고나를 만들어 볼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이번 방학 특별활동 프로젝트의 테마가 소금과 설탕이었다 덕분에 이보다 맞아떨어지는 타이밍은 없다 싶어 그동안 고이 모셔 두었던 달고나 세트를 꺼내 들었다.

학교 실습실 주방에 모인 아이들은 달고나 세트 박스 안에서 작은 국자를 꺼내 들자마자

오늘은 무엇을 만들 것이지 궁금해서 난리 가 났다.



나는 아이들에게 오늘 우리가 만들 것은 선생님 어렸을 적부터 있던 한국의 추억의 간식

달고나 뽑기라고 부르는 설탕 과자라고 소개를 해 주었다.

한국에서 들고 온 식소다 도 함께 보여 주며 이 국자에 설탕을 담고 하얀 설탕이 녹아서 갈색의 걸쭉한 캐러멜 이 되었을 때 젓가락에 하얀 소다를 살짝 묻혀서 갈색의 설탕이 고소한 과자 색으로 연하게 변하면서 부풀어 오르고 그것을 판 위에다 부어서 그 위에 모양 틀을 찍고 누르 개로 누르면 그 모양이 굳어지면서 먹을 수 있는 과자가 만들어진다고 말이다.


그런데 독일의 학교 실습실이나 문화센터 요리강습 주방에는 불꽃이 보이지 않는 검은색 전기 레인즈 또는 인덕 셔으로 되어 있다

우리의 달고나는 불꽃이 보이는 가스렌즈 위에 작은 국자를 대고 만들어 야 하지 않는가 

아이들에게 진짜 달고나를 만들어 주고 싶어 집에 있는 한국 가스버너까지 이고 지고 들고 갔다.

설명과 함께 버너 위에서 국자를 들고 어떻게 달고나를 만드는지 직접 보여 주고 나니  

두 눈을 반짝이며 아이들은 빨리 해 보고 싶어 들썩들썩했다.


그러나 아이들과 요리할 때는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나 오늘처럼 불 가까이에서 뜨거운 것 들을 다룰 때는 더더군다나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설탕이 녹으면서 굉장히 뜨겁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주의를 주고는 두 명씩 한조로 나누고

양쪽에서 돌아가며 실습을 시작했다.

국자에 설탕을 담고 갈색으로 녹아 날 때 재빠르게 소다를 탁탁 찍어 돌리고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달고나를

밀가루 살짝 뿌려진 판에 붓고 모양 틀을 얹고 누르 개로 누른 후에 굳기 시작하는 달고나 뽑기를 긁개로

살짝 떼어 내는 작업 들을 아이들은 마치 예술 작품을 만들 듯이 모양 망가 질까 조심조심

심혈을 기울여 하나하나 잘 따라 해 주었다.



독일 아이들이 처음 해보는 달고나 뽑기 꽤 그럴듯하지 않은가? 맛도 예전의 추억 돋는 달고나 맛 그대로

달콤 쌉싸름하게 혀끝에 착감기는 것이  

"바로 이 맛이야"손뼉을 치며 추억에 젖어들게 했다.


어린 시절 나는 달고나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조그만 국자 안에서 설탕이 부풀어 오르고

그 말랑하고 달콤한 달고나를 젓가락으로 콕 찍어 먹는 맛은 그 어떤 과자보다

맛있었으며 끊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동네에 달고나 할머니의 현란한 손동작으로 탁 하고 모양까지 찍혀서 동그랗게 나온 뽑기를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아껴 잘라먹고는 손끝에 침 묻혀 가며 그 모양선 그대로 잘 오려 내고는

하나 더 보너스를 곧잘 받고는 했었다.

그중에 동그라미와 세모가 합쳐져 있는 사람 모양은 보기보다 고난도를 요했다.

중간 부분에서 조금만 옆으로 잘못 들어가면 동그라미가 똑하고 떨어지고 말기 때문이다.


뽑기에 내공이 마구 쌓이던 어느 날 멀리서도 잘 보이던 나지막한 달고나 할머니의 하얀 텐트가 사라져 버렸다.

알고 보니 우리 동네에 오시던 달고나 할머니가 영업장소를 우리 옆동네로 옮겨 가신 거다.

조금 멀지만 그 동네까지 걸어가서 달고나를 먹고 오고는 했었다.

그날도 달고나 먹으러 가야 하는 내게 엄마가 집에서 동생 잘 데리고 놀고 있으라며 시장을 가셨다. 그 틈을 타서 나는 엄마 몰래 동생까지 데리고 옆동네로 달고나 원정?을 갔었다.

그날 동생은 신나게 달고나를 먹다 젓가락에 뭍은 뜨거운 달고나 때문에 눈꺼풀이 살짝

데고 말았다.

다행히 동생이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그 후로 나는 더 이상 달고나를 먹으러 갈 수 없었다.


그리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한국에 다니러 갔던 어느 날 인사동에서 달고나 뽑기를 다시 만났다.

아련하고 반가운 마음이란....


내게 향수 어린 과자 달고나 뽑기를 독일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다. 아이들은 진짜 진짜 맛나 다며 입맛을 다시고는 다음 주에 또 만들자고 난리였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너희들 만할 때 한국에서는 이 과자를 모양대로 잘 오려 내서 먹고 부서지지 않은

것을 보여 주면 하나 더 보너스를 받고는 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아이들은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서로 앞을 다투어 모양이 깨지지 않게 성공적?으로

먹어 보려고 손가락에 침 묻혀 가며 야금야금 먹었다 예전에 내가 그랬듯이.....


그 귀여운 모습들을 바라보며 역시나 아이들 입맛은 국적을 초월하고 세월의 흐름과도 무관하게 언제 어느 때나 비슷하구나 싶었다.

독일 아이들과 한국요리에 대한 또 하나의 추억이 생긴 날이었다.

오래된 나의 어린 시절 추억과 방금 생긴 아이들의 추억이 오버랩되며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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