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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13. 2017

독일 사람들이 열광한 누룽지탕

언냐는 동네 반장 스타일!



독일 사람들과 함께 한국 채식 요리 강습이 있었다.

그동안 한식을 강습해 오면서 독일 사람 들 중에 꽤 많은 사람들이 채식주의자였고

요즘 점점 더 채식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어서

무언가 새로운 요리 강습을 구성해야겠다는 고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식 강습을 받았던 많은 사람들이 채식주의자를 위한   

또는 건강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한국요리 강습을 꾸려 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3년 전부터 새롭게 신설된 "한국 채식 요리" 강습

몇 년 전부터 이수업을 위해 공들여 준비했고 한국의 채식 요리가

독일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스스로 도 매우 궁금했었다.

시작하고 보니 그 결과 들은 매우 흡족하다.

그동안 한국 채식 요리 강습 덕분에 지역신문에 진출하는 영광도 안았고

두 곳의 문화센터에서 매번 대기자 명단까지 가지고 있는 인기 강습 중에 하나로 링크되고 있다.

이번 학기 문화센터 VHS에서는 공교롭게도 3월 4월 사이에 한국, 중국, 인도, 태국

네 나라의 채식요리 강습이 줄지어 있다.

그렇다 보니 괜스레 신경이 쓰이고 나도 모르게 다른 때 보다 더 긴장하게 되었는데

감사하게도 이번 학기에 채식자를 위한 한국요리 강습이 제일 먼저 꽉 찼고 대기자 명단까지 받았다.

공교롭게도 중국 요리 강습과 번번이 같은 테마에 비슷한 시기로 강습이 짜여서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두 주먹 불끈 쥐고 잘해야 할 텐데..라고 다짐하고는 한다.

물론 사석 에서야 강사들끼리 친하지만 강습을 놓고 서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니

서로 은근히 나라별 요리를 두고 경쟁의식이 솟아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강습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 두부 등의 식재료는 정리해서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채소 등의 다른 재료 들을 미리 실습 인원수에 맞게

나누어 놓은 후에 이론 수업 때 사용할  비머를 설치해 둔다.

한국 요리 강습을 하고 있는 문화 센터 두 군데 중 한 곳인 KFB는 이론과 실습을

따로 나누어 할 수 있도록  공간 배치가 아주 잘 되어 있다.

강습이 시작되기 전 출석부를 들고 혼자 강습 시간을 미리 준비해 보는 이 시간

내게 평화로운 설렘이 찾아든다. 마치 선물을 풀기 직전의 아이 가 된 듯 두 근 반, 세근반 하며...

오늘 한국요리 강습 에는 어떤 사람들이 찾아올까?  이 메뉴들 중에 어떤 음식을 제일 맛있어할까?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KFB 문화센터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마틴 교회에서 저녁 6시가 됨을 알리는 종소리가

땡땡 ~들려오고 본격적으로 강습이 시작되었다.


고심 끝에 선택된 오늘의 메뉴 들은 채소 누룽지탕과 채소 만두

오이김치와 두부 야채 스테이크였는데 가장 히트 친 메뉴는 의외로 누룽지 탕이었다.

사실 내가 예상하기로 는 쌀이 주가 되는 누룽지 탕 보다 는

두부 야채 스테이크 가 더 인기 있지 않을까? 였다.

왜냐 하면 요즘 은 독일 사람들도 웬만하면 두부는 한 번씩 먹어 보았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자주  만날 수  있으며 특히 나 채식주의 자들 에게는

두부 등의 콩 종류는 빼놓을 수 없는 단백질 보충 먹거리 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비해 누룽지는 밥이 주식이 아닌 독일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식감이라

조금 염려했었는데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신선한 채소와 바삭한 누룽지가 만나

촉촉한 국물 안에서 조화로운 맛을 낸 누룽지 탕 의 특별한 맛에 독일 사람들이 그만 반해 버렸다.


이렇게 처음 한국 요리를 만들어 보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낯설고 다양한 조리 방법의

한국 요리 들을 함께 요리하다 보면 제각기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성격들과 특징적 모습들이

순간순간 들어 나게 된다.

물론 천차만별 모두가 다른 각각의 개인을 몇 가지로 달랑 구분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유독 자주 겹치는 캐릭터 스타일들이 있다.

그동안 한국요리 강습을 찾았던 수많은 수강생들 중에 내 나름 대로의 캐릭터 스타일들을 크게 나누어 보았다.

먼저

1. "도를 아세요 스타일 " : 어느 순간 뒤나 옆으로 슬쩍 다가와서는 그날 강습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뜬금없는 이야기로 나를 놀라게 하는 스타일들.. 예를 들어 실기 실습 진행 중에 (남들 열심히 썰고, 지지고 볶고  있는데, ) 수업 사진을 찍고 있는 내게 소리 없이 조용히 다가와 " 아까 그 사진보다 지금 께 더 났네 근데 그거 어디 핸디야?"라고 묻는 사람.... 아고 놀래라 ~~ 소리 좀 내고 와라.


2. " 동네 아파트 반장 아줌마 스타일":  요리 강습 시간에 대부 분에 4-5명이 한 조 를 이루는데 꼭 진두지휘를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스타일들이 있다 예를 들면 (친구나, 직장 동료, 가족이면 모를까 ) 처음 보는 사이들끼리 인 데도 성격대로 휘두르며 " 자, 아줌마는 채소 다듬으시고 학생은 간장 양념하고 아저씨는 버무려요"라며 교통정리를 하신다. 이런 스타일 들은 목소리도 크고 일도 시원하게 잘해서 그 조가 제일 먼저 음식을 만들고 정리도 빨리 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은 하라는 것을 하지 않고 빼먹거나 엉뚱한 것을 만들어 나를 당황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3. "열공하는 수험생 스타일":  강습 끝나면 레시피 나누어  준 다고  일일이 쓸 필요 없으시다는 이야기를 들어 놓고도 꿋꿋하게 하나하나 다 적어 가며 간장 통, 고춧가루 봉지 사진까지 곱게 다 찍어 가는 스타일 그러나 정작 봐야 할 요리 과정을 놓쳐서 꼭 옆 사람에게 물어 물어 요리하는 사람 들


4. "소개팅 주선자 스타일 " : 부지런히 여기저기 다른 조를 오가며 어쩌다 한 두 명 있을 법한 특이 한 취향과 입맛의 소유자들을 한 데 잘 엮어서 다른 사람들과 불편 없이 식사할 수 있게 해 주는 스타일 예를 들어 버섯을 먹기는 하는데 익혀 먹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샐러드에 꼭 기름이 들어가야 제 맛이 다라고 느낀다거나, 이런 특이 한 입맛의 사람들을 자기 가 나서서 " 저쪽 조에 쟤는 버섯 익힌 거 싫어 한데, 너랑 샐러드 같이 만들 어서 나누면 되겠다."라며 자연스레 엮어주는  스타일.


뭐니 뭐니 해도 제일주의를 요하는 5. "네가 선생님 하세요 스타일": 아는 게 많아 드시고 싶은 것도 많고 말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들 꼭, 강습 이론 시간 중간중간받은 질문에 내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좌악 ~~ 연 이어 그와 비슷했던 경험 담과 어디서 읽었던 이야기 등을 줄줄 풀어 대는 분들... 이런 스타일 들은 적당한 타이밍에 살짝 끊어 주고 가지 않으면 이 밤이 새도록 떠들어 댈 수도 있다!  
그러나 강습 시간은 정해진 시간에  끝내야 하으므로 꼭 시간 조절이 필요한 스타일 들이다.


이번 한국요리 반에서 는 위의 스타일들이 골고루 한 명씩 포진되어

엉뚱 발랄하며 때로 는 진지 하기도 피곤하기도 했지만, 무리 없이 한데 잘 어우러져

재미있는 분위기로 시종일관 웃으며 강습을 신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전반 적으로 들어가는 양념이 많지 않고 일반 적이지 않아 처음 접해 보는 사람들에게

자칫 무슨 맛인지 애매할 수도 있는 한국 채식요리를 독일 사람들은

익숙하고 강렬한 양념의 맛은 아니지만 먹을수록 맛나고 식재료의 순수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매우 좋은 건강한 요리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나, 누룽지 탕 은 바삭한 밥의 맛과 신선한 채소의 아삭한 맛이 놀랍도록 조화 롭고,

씹을수록  밥에서 우러나는 고소함과 채소의 단맛이 양념을 대신한다는 평이었다.

오이김치는 아삭 하고 시원한 식감에 보기보다 맵지 않아 자꾸 먹게 되는 샐러드라는 평이었고

두부 야채 스테이크는 두부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 덕분에 들어간 야채들의 단맛을 살릴 수 있어

더 좋았다 고 했다.

채소 만두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지만 처음 먹어 보는 잡채 당면과 쑥주, 두부, 버섯 , 파 가 어울려

풍성한 맛을 내며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구워냈을 때 그 바삭한 식감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이야기했고

간장 고춧가루 식초로 만든 초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정말 환상적인 맛을 낸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새로운 테마와 새로운 메뉴 들은 다양한 독일 사람들과 의 강습을 위해 먼저 많은 시간을 준비해야 하고

강습이 끝나고 나서도 아쉬움이 남지만 다음번의 또 다른 강습을 위해 즐겁고 신나게 준비할 수 있는

멋진 동기를 부여한다. 다음 시간에 있을 한국 채식요리 강습을 위해 더 많은 맛난 메뉴들을 골라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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