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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16. 2017

환상의 콜라보 맥적과 구절판

출석부의 비밀과 이삿짐 같은 강습 준비


문화센터 VHS에서는 요리강습을 하기 며칠 전에 강사 들은

메일로 출석부를 먼저 받는다.

수강생들의 이름과 주소지가 적혀 있는 출석부를 훑어보다 보면 그날의 상세한 분위기까지는 미리 파악할 수 없어도 주로 어느 동네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을지 또는 친구들, 직장 동료로 이루어진 팀이 많을지 가족이나

커플들이 많을지 정도의 대략 적인 것들은 알 수가 있다.

어떻게 고런 것을 미리 예측할 수가 있느냐? 하면

쉿! 이건 우리끼리만 얘긴데....

출석부에 수강생 성명과 주소지 기입을 하게 되어 있는 칸이 있다.

보통, 단체로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이 한꺼번에 수강 신청을 할 경우 한 사람이 대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여서 다양한 이름 몇 개가 쪼로미 나열되고 주소지는 달랑 하나다.

반대로 가족일 경우는 성명 란에 성이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커플 또는 부부 일 때는 성이 같거나, 주소지가 같다

요런 것은 강습을 준비하는
강사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무슨 소리 인고하니 여러 명의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이 많을 경우 조별로 조리할 때

일을 빠르게 나누어 할 수 있는 일명 손이 제법 많이 가는 다양한

메뉴 들로 꾸려 볼 수가 있다는 말씀.

한마디로 이미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조를 이룰 경우 손발이 척척 맞아 일을 분담하는 것부터 조리를 끝내는 모든 과정을 빠른 시간 내에 소화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반해 가족이나 커플이 많은 강습에는 2명씩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보통 한 조는 4명에서 5명으로 이루어지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합쳐 한조를 이루어야 하므로

서로 간의 적응되는 시간도 필요하고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의논한 후 일을 분담해야 하므로

앞의 경우보다 요리하는 시간이 배는 든다.

해서 비교적 조리 준비 과정이 짧고 조리 방법이 간단한 메뉴 들로 가짓수를 맞춰 계획한다.


또, 수강생 들은 가깝게는 10분 20분 거리에서부터 멀게는 2시간 가까이 떨어져

있는 동네에서도 강습을 받으러 오신다.

경험에 의하면 가까이서 오시는 분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멀리서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자동차 운전을 하고 오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멀리 사는 분들이 대다수 인 강습일 경우는 Wein와인, Sekt샴페인 등의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음료를 줄이고 Tea 녹차, 둥굴레차, 생강차 등의 차 종류를 그날 강습 메뉴에 맞추어 다양하게 준비한다.

그날의 메뉴와 곁들여지는 음료는 서로의 궁합 또한 매우 중요하므로 이런 기본적인 정보 들은
메뉴를 정하고 음료를 미리 선별 준비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어 주고는 한다.


이번 강습 에는 가까이 사는 카셀 시민 여러분 들 중에 직장 동료 혹은 친구들 팀이 대거 참여한 경우다.

그래서 Riesling리슬링 화이트 와인을 준비했고 ,

예전부터 메뉴로 함께 쓰고 싶었던 맥적과 구절판을 선택했다.

강습이 시작되고....

예상했던 대로 서로 잘 알고 친한 사람들이 조를 이루어 요리를 함께

하게 되니 누구는 고기 잴 양념을 만들고 다른 이는 고기를 재고

또 다른 사람은 구절판에 놓을 밀전병을 붙이고 나머지는 채소를 썰고

등등의 일들이 일사 분란하게 분담되고 착착 진행되었다.

일반적인 돼지 불고기 양념인 간장, 고추장이 아닌 된장에 부추 가

들어가는 맥적은 고기를 양념해서 구워 먹는 것으로 고구려의 대표 음식 중에 하나라고 한다.

사실상 불고기의 원조라는 이야기 들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강습에 자주 소개되는 메뉴인 고추장의 톡 쏘는 감칠맛에 잘 재워진

돼지 불고기에 비해 부드럽고 깊은 맛의 된장 양념의 맥적은 거기에

부추가 들어가고 불에 직접 굽는 직화 구이라는 것이다.

겨울에 구할 수 없는 부추는 두고 라도 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독일 문화센터의 실습실 은 가스레인지 가 아니라

전기레인지를 사용한다. 실내에서 불붙여 그릴을 할 수도 없고.... 고민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집에 있는 한국산 가스버너 일명 부르스타 와

고기 굽는 불고기 판을 따로이고 지고 들고 갔다.

어떻게 하면 비슷한 맛을 내 볼까? 하는 열정이 그런 번거로움마저 감수케 했지만

막상 식재료 만도 만만치 않은데 장비? 까지 꾸려 놓으니 딱 뉘 집 이삿짐이었다.


퇴근한 남편에 막내아들까지 동원해 짐을 실어 날르며 순간, 내가 지금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앉아 있나 싶기도 했지만 이런 후회 섞인 구시렁 거림은 강습에서 수강생들의 "와우 한국음식이 이렇게 맛난 건지 몰랐다"는 감탄사 한 줄이면 언제 그런 적

있었냐는 듯 사라진다.

고기 굽는 것을 해결하고는 부추를 대신해서 이 동네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불에 직접 구워 냈을 때 향과 모양이 남아 있을 수 있는 무르지 않은 파

이 동네의 대파 Porre포레의 초록 부분을 잘게 썰어서 썼더니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었다.


화력 좋은 가스버너 위에서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노릇노릇 구운

맥적을 상추에 싸서

한입에 쏙 ~너무 맛나다는 감동의 찬사가 쏟아졌다.

거기에 매콤 달콤 짭조름 감칠맛 나는 오이김치

그리고 보드라운

밀전병에 각각의 채소, 계란지단, 쇠고기, 새우 등을 돌돌 싸서 먹는 구절판을 곁들이니 풍성하고

제법 폼 나는 상차림 이 되었다.

조별로 독일 사람들이 처음 만들어 본 한국요리 맥적, 오이김치, 구절판..

구절판 그릇을 대신할 큰 접시가 많지 않아 따로 헤쳐 모이긴 했으나

근사 하지 않은가?

맛과 강습 안의 분위기는 훨씬 더 근사하고 멋졌다.

화기애애 한 분위기에 업 된 수강생 중에 한 명은

맥적 넣은 상추쌈에 구절판에 곁들인 겨자 소스까지

얹어 너무 멋진 컬래버레이션 이라며 먹다 턱 빠지지 않을까?

염려 되게 심히 큰 상추쌈을 싸며 즐거워했다.

침샘을 자극하는 고기 익어 가는 냄새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맥적과 구절판의 콜라보가 환상적이었던 강습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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