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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an 22. 2017

난리 부르스 닭볶음탕


지난주 월요일의 일이다.

한국요리 강습을 하고 있는 두 개의 문화센터 중 한 곳인 kfb의 사무실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다.

갑자기 수술을 받게 된 동료 강사가 아직 회복이 덜되어 시작해야 하는 블록 세미나의 첫 요리강습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요점은 그 강습을 위한 대타 강사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것도 바로 며칠 뒤인 목요일 저녁에...

이런 이를 어찌한다...

망설 이는 내게 전화를 걸었던 사무실 직원 에드가는

"김쌤.. 잘 생각해 보고 전화 줘.. 급하게 이런 부탁 해서 미안해

더 이상 연락할 때가 없었어"

라는 그녀의 힘 빠진 목소리에 결국 나는 그 팀을 맡아 한국요리 강습을 진행하기로 했다.


문화센터 kfb에서는 특별히 1월부터 3월 사이에 3주 또는 5주에 걸친

블록 세미나 형식의 다양한 요리 강습들을 진행 한다.

말하자면 다채로운 테마의 요리 캠프 같은 것이다.

그 프로그램들에 참가하는 수강생 들 중에는 개인도 있고 단체 팀들도 있고.

그중 더러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그룹을 이루어 참여하는 팀 들도 있다

이번에 내가 땜빵 강습을 하게 된 팀도 그중 하나 다. 1999년부터 한결 같이 독일 요리 만을

고집? 해 오셨다는 연령 지긋하신 남성 들로 이루어진 남성 실버 그룹 되시겠다.

그렇다 보니 강습 준비 기간도 짧고.. 강습 대상도 녹록지 않아? 아마도 맡아 주려고 든 강사가 없었던가 보다라고 간단히? 생각했다.


물론, 한국 음식을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멋지게 한 상 차려 내서 드셔 보시게 하는 것과 직접 본인들이 움직여 한국 요리를 만들어 보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것이므로 메뉴 선정에 있어 고민을 많이 했다.

마치, 이틀 만에 정신없이 준비해서 시골 노인정 어르신 들 모시고 서양요리를 함께 만들어야

하는 심정 이었달까?

그러나 평소 내 생활 모토 중에 하나인 걱정은 대충, 준비는 철저히 를 내세우며

하나하나 작은 것까지 눈썹이 휘날리게 강습 준비에 돌입했다.

그동안 요리는 독일 음식이 다였던  
독일 어르신들에게
한국요리로 음식의 다른 세계를 보여 드리겠어...라는
투지를 불태우며 말이다.

그. 런. 데.. 그런 내 투지를 가뿐히 들었다 놓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강습 시작 30분 전부터 미리 오시기 시작하신 부지런하신 할아버지 들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오늘 우리 정말 한국요리하는 거냐?"며 지금 막 들어오며 사무실에서 듣고 왔다
또는 전혀 모르고 왔노라 "오늘 내가 요리 강습실을 잘못 찾아 온건 아니지?" 라며 깜짝 놀라는 분들 까지..

다양한 표정과 리엑션 못지않게 강습 전 준비할 시간도 빠듯한데... 계속해서 여러 가지 질문들을 쏟아 놓으시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결국 몇 가지 밑손질이 필요했던 식재료 들 조차도 강습 중에 라이브?로 때우기로 하고

호기심에 두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시는 할아버지들께 성실히 답변해 드리며  

"아 오늘 강습은 내게도 무지 모험스럽겠구나"
라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강습의 시끌 시끌 중구난방 했던 이론 시간을 뒤로하고 드디어 실습 시간!

오늘의 첫 번째 도전 한국요리인 만두를 빚었다.

16명이니 4개의 조로 나누겠습니다 이야기하고 조별 실습 자리와 식재료 들을 나누고 돌아서니

본인은 꼭 혼자서 만드셔야겠다고 뻗대시는? 할아버지 두 분 덕분에 갑자기 조가 자동으로
6개로 늘어 있었고 다시 조정해야 하는 실습 자리와 식재료.. 한바탕 법석을 떨며 실습장을 정리하고 시작했야 했다.

그런데 그 각개전투?를 원하시던 두 분은 남들 다 만들고 만두 구워 낼 때까지 세월아 네월아 만두소 만들며 내속을 태우셔서 급기야 다른 조 에서 헬퍼를 모집? 해 드렸다.


그럼에도 끝이 나지 않아 다른 분들 먼저 드시게 하고 그때까지도 만두를 굽고 계시는 한 분의 여유 있는 할아버지 덕분에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야 할 시간에 보통 강습 끝내고 하는

색종이에 한글로 이름 써 드리는 순서를 당겨 왔다.

그제야 만두를 다 구워서 드시기 시작하시는 할아버지 한 분을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할아버지들 성함을 한글로 한 자 한 자 써 드리며 중간중간에 한글과 한국음식 문화와 다른 강습 때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들을 섞어 가며 지루 하지 않게 시간을 끌었다.  

덕분에 평소 에는 뚝딱 하고 끝나는 첫 메뉴 시간이 몇 개의 강습을 합쳐 놓은 것처럼 늘어지고 힘들게 진행 됐지만 한글로 씐 그림 같은 이름표를 받아 들고 상장받은 아이들처럼 좋아하시는 모습들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실습 주방 안에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아직 시작도 못한 닭볶음탕, 야채전, 오이김치 의 식재료가 나란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두 분의 할아버지를 달래고? 을러서? 각기 조에 포함시키고 보통은 수강생들이 알아 서들 나누어 맡아하게 되는 요리에 따른 일감? 들을 일일이 분담시켜 드렸다.

예를 들어

네 명의 조원들이 야채전에 들어갈 각각 야채 다듬고 썰고, 밀가루 풀어 전 부치고

고기에 칼집 내고 양념에 재워 둔 후에 감자, 당근 등의 야채를 다듬어 썰고 그리고 오이를 썰어 소금에 절이고 등등의 일들 말이다.

이렇게 세 가지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 손질과 조리법 들을 빠른 시간 내에 마칠 수 있도록

일거리를 세분화시켜 나누어 드렸더니 조리 시간은 눈에 띄게 단축시킬 수 있었으나

계속 왔다 갔다 하같은 요리에 대한 같은 설명을 조별로 끊임없이 무한반복해야 하니 체력 좋은 나도 나중엔 허덕 일 지경이었다.


그나마 설명 들은 대로 따라와 준 조들은 다행히 별 문제? 가 없었으나 계량스푼을 사용하시라고 그렇게 말씀드렸건만 이까짓 꺼 간장 이려니 하고 일단 들이부으시던 분, 먹고 죽진 않을 거야 라는 생각으로 고추장 푹 떠서 풀어 대시는 바람에 같은 조원들 사색이 되게 하신 분, 간장 대신 젓갈 넣고 계신 분, 다른 조원이 먼저 넣은 것 모르고 고춧가루 더 넣고 계신 분,. 등등 실로 다양한 종류의 저지래? 와

저지르고 뒷수습 중인 다른 조원을 대신해 두배는 더 다듬고 썰고 해야 할 일이 많아져 구시렁거리는 분들까지 실습 주방 안은 난리 부르스가 따로 없었다.

 팀의 강습 대타를 뛰어줄 강사를 섭외 하기가 쉽지 않았을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동료강사가 건강히 다시 나오면 내 꼭 웃으며 물어보리라

그동안 이 팀과 요리강습 어떻게 진행해 왔느냐고 말이다.

좌충우돌 난리 법석 끝에 간신히 모든 강습을 끝내고 즐거이 식사를 하며 천진난만한? 표정의 할아버지 들은

한국음식이 이렇게 만난 것인 줄 상상도 못 했다며 엄지를 치켜드셨다.

그 화기애애 한 분위기 속에서 날리신 어느 분의 한 말씀이

나를 급 당황케 했다.  

"오늘 김쌤 이랑 맛난 한국요리 진짜 재밌게 배웠는데 우리 다음번에도 한국요리 또 함께 만들고 싶지 않나요?"

오마이 갓뜨 이런 땡큐 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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