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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05. 2017

독일 단체 팀과 명이 나물 비빔밥  


문화센터에서 특별히 독일 회사의 부서 회식을 겸한 한국요리강습 이 있었다.

이 팀은 지난가을에 미리 예약이 되어 있던 만큼 부서의 팀장과 미리 전화통화를 하고

그 부원들의 전반적인 음식과 음료에 관한 기호 취향 등을 사전에 검토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덕분에 강습 메뉴를 짜고 식재료, 음료를 계획하고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 고민할 필요가 없어

다른 때 보다 훨씬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단체 예약팀 강습일 경우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오늘의 주 식재료는 요즘 독일 시장에 한참 나오고 있는 신선한 명이나물 되겠다.

명이나물로 채소전도 부치고, 비빔밥도 만들고....

독일에서는 명이나물을 Bärlauch이라 부른다. 이 동네 사람들은 명이나물을

샐러드 또는 파스타 요리에 허브처럼 썰어 넣고 먹거나 

소스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크림치즈에 넣어서 빵에 발라 먹기도 한다.

또는 소시지 안에 치즈와 함께 넣기도 하고 기름 안에 향신료처럼 넣어 쓰기도 하는데

비타민이 풍부해서 건강하고 몸에 좋다고 모두 알고 있지만 

마늘 향이 강한 편이어서 기호를 많이 타는 식재료 중에 하나다.


강습하는 날 제일 먼저 강습 메뉴에 맞춰 음료를 고른다.

시내에 있는 Tea 차 전문점에서 차에 대해 해박한 주인아저씨에게

이번에는 과일차 중에 한국음식과 어울릴 만한 것으로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열심히 고르고 계신다.

요거는 사과 말린 것과 말린 오렌지가 들어간 과일차..

저건 말린 과일에 홍차가 들어간 것...

여러 종류의 과일 차... 냄새도 맡아보고 맛도 비교해 보며

선택한 것은 오늘의 강습 메뉴 와도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되는

몸 에도 좋고 개운하고 상큼하게 입맛을 돋우어 줄

레몬과 오렌지 생강이 섞인 녹색 로이비 차 (남아프리카 로이부쉬 차 종류 중에 한 가지다)를 선택했다.

오늘 써 보고 후기를 주인아저씨에게 알려 주기로 했다.


다음은 크리스토퍼 아저씨네 와인 전문점.. 상점 안을 요리조리 둘러보며

이번에 새로 들어온 와인 들은 무엇이 있을까? 구경하다

요번엔 이탈리아산도 독일 산도 아닌 프랑스 산으로 결정

프랑스 와인으로 결정, 신맛이 적고 포도즙의 신선함이 살아있다고 하니까, 

다른 것 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한번 써 보기로 했다.

세 가지 좋은 포도가 섞여있고 게다 유기농이란다.

좋았어!, 오늘은 요리강습 겸 팀 회식인데 기왕이면 입맛에도 고 분위기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맨 막지막 순서는 언제나 채소 장보기.. 최대한 신선한 것을 고르기 위해 

채소 들은 강습 하는 날 강습 전에 시장을 본다.

바로 위에 사진이 독일산 명이 나물 100g짜리 한 묶음이다. 지금 한참 신선한 명이나물이 제철이다.

조금 있음 언제 나왔었나 싶게 살며시 들어간다. 그러니 있을 때 맘껏 사용해 주고 먹어 줘야 한다. 

독일 사람 들은 주로 샐러드나 파스타의 소스 또는 빵에 발라 먹는 것으로 사용하는 명이나물을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맛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날이 될 것이다.

이름하여 명이나물 데이....



강습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

고기, 생선 류는 정리해서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채소 등의 다른 식재료 들을 미리 실습 인원수에 맞게

나누어 놓은 후에 이론 수업 때 사용할  비머를 설치해 둔다.

강습이 시작되기 전 출석부를 들고 혼자 강습 시간을 미리 준비하는 이 시간

내게 편안한 설렘이 찾아든다.

강습받을 사람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하고 오늘은 단체팀이라 자기들끼리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 소개할 것도 없이 화기애애 계모임 분위기로 강습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단체팀이어서 서로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서로 말들이 많아 강습에 집중시키기가 중간중간 힘든 타이밍이 찾아온다. 

그럴 때 수강생 각각의 특징을 잘 파악한다면 좀 더 분위기를 빨리 집중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1. 알고 싶은 게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다 타입

들이 주를 이룰 때는 질문 시간을 늘리고 여유 분으로 준비한 이론 시간을 늘린다.  

2. 그까짓 거 그냥 하는 거야~

뭐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타입들이 많은 날이면 이론 시간을 확 당겨서

짧게 마치고 바로 실습에 들어간다. 필요 한 이론 들은 실습

시간에 첨가해 적절히 더 풀어 준다.

3. 나 쫌 어디서 해봤거든 ~~

난 아무래도 요리에 재능 좀 있는 듯 타입 이 많은 날은 고난도 실습을 앞으로

당겨서 기선제압을 먼저 하고 난이도 조절을 해 가며 실습한다.

4. 뭐든 좋사오니 일단 먹고 합시다. 

배부터 채우고 보자 타입들이 많아 보이는 날에는 실습 가짓수를 줄이고

식사 시간을 늘려서 재료 손질이 간단해서 빨리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부터

진행한다.

5. 페북에 올릴 사진 좀 찍고 가실 게요~~ 타입

뭐든 사진부터 찍고 보는 타입들이 눈에 많이  띄는 날에는

데코레이션 방법을 먼저 소개하며 촬영 시간을 길게 준다.

같은 내용을 가지고도 늘 새로운 사람들과 강습을 하다 보면

강습 안에서 사람들의 타입에 맞게 강습 내용과 순서를 그때그때 

요령 있게 적절한 타이밍에 조절해 주는 것이 강습 분위기의

키 포인트 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런 현장감들이 바로 생긴 건 아니다 그간 많은 실수와 다년간의 경험으로

나름 대로의 노하우가 생겼고 그를 통해 나도 모르게 사람들의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촉이 생겼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일 것 같다.  

이번 단체 팀 에는 1번과 4번이 대부분 이였던 관계로 

이론과 실습의 적절한 시간 안배가 관건이었다.

계속해서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질문해 대는 사람들의 질문을 적절하게 받아 주며...

명이 나물 장아찌에 대한 이야기도 한참 해 가며....

뭐든 좋사오니 일단 먹고 합시다 사람들을 위해 빠르게 먼저 맛볼 수 있는 명이 나물 된장무침을 시작으로

명이나물 채소전, 명이나물 비빔밥 등을 신나게 만들어 맛나게 먹었다. 

주로 생으로 잘라 사용하는 명이나물을 삶아 데쳐서 된장에 무치는 방법과 맛에 독일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날로 먹었을 때 비해 매콤한 마늘 맛이 덜 강하고 단맛이 돌며 부드러운 명이나물에 밥과 고기 각각의 채소

를 돌려 담아 고추장 소스 얹어 먹는 비빔밥은 환상적이 라고 했다.

그중 한 명은 교환학생으로 갔던 미국의 학교에서 한국 학생이 룸메이트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 한국 음식을 종종 얻어먹었었는데 그 맛을 기억하고 있었다.

다음 주에 그 친구가 독일을 방문한다는데 직접 비빔밥을 만들어 주고 싶다며 행복해했다. 

이렇게 매번 새로운 독일 사람들과 우리의 맛난 한국요리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 

일 하다 보면 때로 강습을 준비하느라 힘들고 준비한 식재료 들이 이삿짐을 방불케 해이고 지고 남편과 막내까지 들어 나를 때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강습 시간을 스스로  즐거워하고 있다는 사실 일 것 같다.

누군가 그랬다

능력 넘치는 사람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그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그놈의 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당할 재간이 없다고 말이다. 

그러니 나는 새로운 독일 사람들과 함께 할 즐거운 한국요리 강습 시간을

내일도 기쁘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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