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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19. 2016

비 오는 날의 판타스틱 수제비

독일 아이들이 반한 수제비 


이번 주는 날씨가 흐리고 비 오는 전형 적인 독일 날씨로 돌아왔다.

한동안 이상하리 만큼 30도가 넘는 더운 날들의 연속인 늦여름 날씨였는데

이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코끝이 쏴 ~한 초가을 날씨다.

이런 날에는 그저 뜨끈한 국물 요리가 생각난다.

그래서 오늘은 독일 초등학교의 특별활동 반인 한국요리반에서 아이들과 함께

구수한 멸치 육수 국물에 감자, 당근, 버섯, 호박, 양파 골고루 들어간 쫄깃한 수제비를 만들어 보았다.  


먼저 깨끗하게 손을 씻은 아이들과 체친 고운 밀가루에 물과 소금을 차례로 넣어 가며

수제비 반죽의 농도를 맞추었다.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작은 손에 쩍~쩍 달라붙는 반죽이 찰흙 놀이하는 것 같다며

재미있어했다.



우리가 지금 손으로 반죽하는 것이 한국의 손으로 빚어 만드는

누들 중에 하나인 수제비라는 누들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반죽이 다 되면 국물에 하나씩 하나씩 떼어 넣어야 하는 것이라 반죽이 너무 질어도 안되고

뻑뻑하니 되지 않게 동글동글 폭신 폭신한 반죽을 만들어 보라며 샘플을 만들어 보여 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수제비 반죽을 꾹 꾹 눌러보고 옆으로 쭈욱 쭉 잡아 늘려도 보며

각자 물을 더 넣거나 밀가루를 더 넣어 가며 보기에도 쫀득해 보이는

농도의 수제비 반죽을 만들어 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동그랗고 예쁜 수제비 반죽들을 커다란 볼 속에  넣어 두고 마르지 않게 잘 덮어 둔 후에

이제는 국물에 넣을 채소 다듬었다.

편식하는 아이들도 여러 가지 채소들을 골고루 먹어 보게 하려고 감자, 호박, 당근, 양파, 양송이버섯, 파를 아이들이 모두 직접 다듬고 납작 납작 썰어 보도록 했다.

아이들은 평소에 잘 먹지 않는 것이여도 자기 손으로 다듬고 잘라 본 채소 들은 한 번씩 먹어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연신 작은 손 들을 조물딱 조물딱 놀리며 하나 라도 더 다듬고 자르 느라

신이 났다.

학교 실습실 주방에 있는 칼 들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것이라 작고 뭉툭한 것들 뿐이지만 베이지 않도록 유의시켜야 한다. 



채소를 모두 썰어 준비하고 납작한 냄비에 수제비 반죽하기 전부터 미리 끓이고 있던 멸치, 무, 다시마, 로

우려낸 육수를 빈 냄비에 부어서 준비한 채소를 넣어 끓이며 밑간을 했다.

소금을 넣는 것도 간장을 붓는 것도 아이들은 서로 해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공평하게 모두 골고루 해볼 수 있도록 순서를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소금국이 될 판이다. 

끓기 시작한 냄비 안에 수제비 반죽을 떼어 넣는 것도 순서대로 돌아가며 하기 시작했다.

얇고 쫀득하게 쭈~욱 쭈~욱 ~ 늘어난 수제비를 떼어 국물에 넣는 과정을 아이들이 얼마나

재미있어하던지.....


떼어 넣는 수제비가 얇을수록 맛나 다고 설명해 주었더니 아이들은 반죽이 담겨 있던 유리볼 가장자리에 손으로 미리 얇게 늘린 반죽을 널어놓고 있는 센스를 발휘하고 있었다. 

이거 주부 9단 에게 서나 나올 법한 꿀팁이 아니던가

하나를 알려 주면 열을 한다는 말은 이런데 쓰라고 생긴 말일 것이다. 


채소와 수제비를 넣은 국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 하자 아이들은 귀여운 입을 움직이며

저마다 한 마디씩 하기 바쁘다

"음~ 좋은 냄새가 솟아나요~"

"내가 만든 예쁜 수제비가 버섯과 함께 국물 위로 춤추고 있어요~" 정말이지  아이들의 순수하고 어여쁜

표현에 웃지 않을 수 없다.




따끈하고 쫄깃한 수제비 한 그릇씩 떠다 놓고 호호 불어 가며 오물오물 꿀떡꿀떡 잘 도 먹는 아이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오늘의 수제비는 몇 점 짜리 요리 인지까지 서로 이야기한다.

만드는 것도 너무 재미나고 맛도 정말 좋아 10점 만점에 뽀나스 더 얹어 10.5 점을 준단다.

올림픽이었으면 금메달은 나오겠다

독일 꼬맹이들이 반죽하고 채소 다듬어 만든 수제비

그럴듯하지 않은가~?

아이들은 이 손으로 만든 한국의 특별한 누들 수제비를 어떻게든 집에 가져가 식구들에게 보여주려고 도시락 통을 비우고 담아 갈 준비를 했는데 모두가 입맛을 다시며 두 번, 세 번씩 먹는 통에 한 냄비 가득 끓인 수제비가 바닥이 났고 집에 가져갈 것은 없었다.

오늘은 전부 뱃속에 넣어 가는 걸로~~!


아이들은 설거지를 하면 서도 다음번 에는 더 많이 반죽해서 수제비를 더 큰 냄비 가득 만들자고 떠들어 댄다.

녀석들 진~짜 맛있었나 보네....  

아이들을 찾으러 온 엄마, 아빠들이 하나 둘 환하게 웃으며 "김쌤 학교 입구까지 맛있는 냄새가 진동해요 ~"

한다.

비 오는 날의 판타스틱한 수제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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