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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r 15. 2024

독일에 유기견이 적은 이유

이름이 쉐도우 에요?


개도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집 멍뭉이 나리와의 산책길에서 오랜만에 쉐도우를 만났다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두 놈이 인사하고 한바탕 신나게 놀았다 쉐도우는 검은색과 갈색이 섞인 11살이라 추정되는 남자 믹스견이다.

특이하게도 이 동네에서 주로 불려지는 개구쟁이 같은 수컷의 이름 막스, 발루, 루키, 찰리, 등의 이름과는 달리 왠지 호위무사? 느낌의 그림자. 쉐도우라는 이름을 가졌다


또 신기하게도 11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다른 강아지 들과 곧잘 어울려 논다.

물론 개들도 견종마다 다르고 또 개마다 달라서 개는 딱 이래!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두 집 건너 한집은 강아지가 있고 하루에 세 번 이상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는

독일에서 수많은 개와 견주들을 만나도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개 들도 나이가 들면 걸음걸이부터 달라지고 많은 것이 바뀌더라는 거다.

평균적으로 개 나이 5세가 넘어가면 산책을 할 때도 천천히 걸으며 풀밭에서 냄새를 맡더라도 조용히 음미하듯이 한다. 다른 개를 만났을 때도 비교적 차분해진다.

고개를 사방팔방 흔들어 가며 귀를 수시로 쫑긋 거리며 알고 싶은 것도 많아

부산스럽게 냄새를 맡으며 세상을 알아 가기에 급하던 어릴 때 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렇다 보니 서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킁킁 거리며 적극 적으로 하던 인사도 대충 하고 가는 개들이 많다.

사람으로 보자면 에너지 넘치는 10대 20대의 젊은이들이 동네에서 친구를 만났을 때

"헤이~요!" 해가며 손바닥 마주치고 어깨 스치고 깨발랄하게 인사하는 것과 40,50이 넘어가는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동네 산책 하다 지인을 만났을 때 "어머나 오랜만이에요" 하며 차분히 인사하는 차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사람도 60 넘어도 여전히 발랄하고 에너지가 뿜뿜인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우리 집 6살짜리 멍뭉이 나리가 그렇고 저 집의 11살짜리 쉐도우가 그렇다

아직도 어찌나 에너자이져 들인 지 특히나 우리 집 똥꼬 발랄 나리는 처음 만나는 견주들은 이렇게 묻고는 한다

"얘가 아직 어리죠?"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조금 차분해질 때도 되었건만..

하는 것은 6년 전 16주의 아기 강아지 때와 별반 차이가 없으니..

나리는 여전히 모든 게 궁금하고 쒼나는 강아지다.


태어난 지 16주 된 아기 강아지 나리

이름이 쉐도우 에요?

천방지축 나리와 제법 꿍짝이 맞는 쉐도우를 처음 만났을 때였다

우선 11살이라는 나이에 놀랐다

보통 개들의 나이를 사람의 나이와 비교할 때 7년을 더 한다고 한다.

사람 나이로 치면 6살인 우리 집 똥꼬 발랄 나리는 이미 불혹이 넘어간 40대요 11살인 쉐도우는 으르신 이다.

거기다 이름도 특이하다 덕분에 잘못 들은 줄 알고 "이름이 쉐도우 에요?"라고 다시 묻게 되었다


리드줄을 쥐고 푸근한 미소를 보낸던 독일 아주머니 아저씨는 "그런 질문 많이 받아요" 라며 “이름이 조금 특이하죠? 우리도 왜 쉐도우 인지 정확한 이유는 잘 몰라요 우리가 지은 이름이 아니거든요"라고 했다

그럼 누가 지었을 까요? 하는 표정으로 내가 "네? 진짜요?" 했더니

그분들이 쉐도우를 만나게 된 전후 사정을 들려주었다.


원래 쉐도우는 그분들과 정원 울타리가 나란히 붙어 있는 옆집 노부부가 키우던 강아지 라고 한다.

쉐도우라는 이름은 할머니가 그림자처럼 늘 함께 하자는 의미로 지어 주셨다고

전해 들었단다.

몇 년 전 할머니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혼자 남으신 할아버지는 쉐도우와 산책도 다니고 정원에도 함께 나와 계셨다고 한다.


할아버지와 늘 함께였던 쉐도우는 오랜 세월 아주머니 아저씨네와 자주 만났다고 한다.

정원에서 풀 뽑고 잡초 뽑다가도 만나고 꽃 심다가도 만나고..

그렇게 자주 만날 때마다 반가워 꼬리를 흔들어 대는 귀여운 옆집 강아지였단다.


살갑게 구는 쉐도우가 귀여워 쓰담쓰담도 해주며 친하게 지냈고

언젠가부터 할아버지는 쉐도우 걱정뿐이었다고 한다

연세가 있으셔서 혹시라도 어느 날 할아버지 마저 쉐도우 곁에 없게 될까 봐 그런 날이 오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할아버지는 자식도 없으시고 지인들 중에는 딱히 쉐도우를 맡아줄 사람이 없노라고..

그렇게 이웃할아버지가 쉐도우 걱정을 하실 때면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 사시면 되죠!"라고 했단다.



독일에 유기견이 적은 이유


그러던 어느 날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혹시라도 나중에 쉐도우가 혼자 남게 된다면

데려다 함께 해 줄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해 보았다고 한다.

강아지를 입양하게 되면 생활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해 두 분이서 심사숙고했고 결국엔 그렇게 할 수 있겠다로 결론이 났다고 했다.

이렇게 강아지를 입양하기 전에 심사숙고하는 것이 나는 독일에 유기견이 많지 않은

첫 번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독일 사람들은 강아지를 입양하기 전에 다각도로 현실적인 것들을 일일이 고민해 보고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아 예쁘다 키우고 싶다 해서 하루 이틀 만에 뚝딱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세 번 이상 나가야 하는 산책은? 휴가를 갈 때는? 강아지가 아프게 되면? 이럴 경우 저럴경우 감당이 가능할까? 에 대한 구체적인 것들을 미리 검토해 보고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면 그제야 강아지 입양을 위해 유기견센터도 가 보고 부리더 도 알아보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입양한 강아지를 파양 하거나 유기하는 일이 드물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정정하시던 옆집 할아버지가 거짓말처럼 돌아가셨고 갈 곳 없는 쉐도우를 입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며 둥글둥글 한 얼굴의 정 많게 생긴 아저씨는 코끝을 찡긋 거리며 말했다.

"그때 우리가 강아지를 입양할 수 있는지에 대해 미리 고민했기 때문에 우리는 쉐도우가 우리 가족이 되는 것에 있어 망설임이 없었어요.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남은 시간은 우리가 함께 하기로 했지요."


이야길 듣다 보니 어쩌면 할아버지가 쉐도우를 위해 새로운 가족을 미리 준비 하셨던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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