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단했던 소리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55년 전 젊디 젊었던 20대의 친정엄마가 나를 낳았던 날이다.
그날 엄마는 나를 낳고 교회의 종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딸은 엄마를 닮는다고 했던가 우연하게도 큰아들을 낳고 분만실에서 입원실 도착 했을 때 나도 밤 12시를 알리는 교회의 종소리를 들었다.
사람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마치 어제 일인 양 생생히 떠오르는 기억 들말이다.
그중 하나가 아마도 모든 엄마에게 있어 출산하던 날일 것이다.
55년이나 지났어도 친정엄마는 나를 낳았던 그날 밤을 또렷이 기억하신다.
나 또한 큰아이를 출산하던 그 밤을 기억한다.
큰아이는 예정일 보다 조금 빨리 세상을 만났다
그바람에 예정일 가까이 오시기로 했던 친정 엄마는 출산 소식을 듣고
급하게 비행기표를 바꿔 바로 다음날 독일에 도착하셨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 아이를 낳아 놓기만 하면 저절로 자라는 줄 알았던 그때
친정엄마는 얼마나 든든한 지원군 이었는지 모른다.
인터넷도 없던 그 시절 모르는 것 투성이었던 초보 엄마에게 친정엄니는 걸어 다니는 육아사전 이요 요즘으로 보면 검색창이었다.
든든히 먹고 기저귀도 젖지 않은 것 같은데 도대체 아기가 왜 우는지?
기저귀에 그림을 그리듯 날마다 다른 모양의 색과 변들은 무슨 이유 인지?
그 밖의 크고 작은 아기가 우는 또는 보채는 수천수만 가지의 이유들과
혼자였다면 깜짝깜짝 놀라고 당황하기만 했을 것들을 세 아이를 길러낸
친정 엄니는 척척박사처럼 척하면 알고 계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첫아이를 낳은 큰딸을 따뜻한 미역국과 맛난 한식으로 건사해 주시고
이제 세상에 태어나 꼬무작 거리는 손주를 보살펴 주시던 친정 엄니가
아이를 안고 계실 때였다.
순간 어디서 천둥이 치나 할 만큼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울려 퍼졌다.
친정 엄니는 당황해하시며 "아이고 녀석 배불리 먹었나 보네 방귀 소리도 우렁차지"
라고 하셨고
혹여라도 민망해하실 장모님을 생각했던 사위는
"괜찮습니다" 라며 낮게 웃었다.
엄마는 그때도 "아이고 아닐세 내가 아니라 요 녀석이네!"라고 하셨고
우리는 부끄러워 않으셔도 된다며 나오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그날 이후 친청 엄니는 간혹 큰 손주 산간 하러 독일 오셨던 이야기를 하실 때면
늘 빠짐없이 이렇게 이야기하시곤 한다.
"난 지금도 정말 억울해 손주 방귀 소리가 너무 커서 안고 있던 내가
오해를 받았지, 날아간 방귀 때문에 말이야!"
날아간 방귀를 쫓아가서 누구 것인지 찾을 수도 없고 아기가 지가 꼈어요 실토할 일도 없으니 그때 아기를 안고 계셨던
친정엄니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계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요 이야기를 하면 울 신랑은 껄껄껄 웃으며 말한다.
"그 조그만 아기한테 그런 큰 방귀 소리가
난다고?”
그럼 그날 그 대단한 방귀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억울한 사람은 있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