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여름 감기의 위력
시작은 남편이었다.
그는 어느 날 재채기를 하더니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고 목이 조금 아프다더니
급기야 기침을 했다.
이런? 때아닌 여름 감기에 걸려 버린 것이다.
그런 남편을 쳐다보며 나는...
"에휴! 여름에 감기 라니 진짜 자기 체력 많이 약해졌네 " 라며
생강과 레몬을 사러 마트로 달려갔다.
생강차를 끓이며 왠 6월에 감기냐고 구시렁거렸지만
사실 요즘 병원에 감기 환자들이 많다.
그러니 매일 감기 환자들을 만나는 남편이 감기에 걸린 것도 이상할 건 없다.
이번 여름은 조금 특이하다.
비 오다 해나고 춥다가 더운 변화무쌍했던 날씨도 한몫했겠으나 다른 해 와는 많이 다르다.
보통 독감, 감기, 장염등의 계절성 질환은
2월 에서 3월 사이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가려는 시기 또는 11월 에서 12월 사이 가을에서 겨울로 너머 가는 환절기에 자주 발생한다.
여느 때라면, 늦어도 4월 부활절 방학이 지나고 5월이 되면 날씨도 더워지기 시작하고
여름으로 들어서는 6월부터는 개인 병원에 환자들도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기다.
그런데 올여름은 아니다.
지금이 마치 환절기인 것 마냥 감기 환자들과 장염 환자들이 줄을 선다.
특히나 주말 지나 월요일 아침이면 감기 환자들로 병원 앞이 난리도 아니다.
그중에서도 이번 감기의 특징은 독감이나 코로나가 아닌 일반 감기인데도
진행 속도가 빠르며 길다는 거다.
일반 감기라 하면 콧물 나다 기침 나고 며칠 고생 하다 보면 났기 마련인데
이번 감기는 이상하리 만치 염증으로 가는 속도가 빠르고 오래간다.
예를 들어 콧물 나고 기침을 하다 기관지염 또는 폐렴으로 가거나 부비동염 또는 중이염으로 가는 속도가 평소 보다 매우 빠르고 이삼주 이상 길게 가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더운 여름날이 길어 에어컨을 빵빵하게 켜는 한국에서야 냉방병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이 있겠지만 더운 여름날이 비교적 짧은 독일은 에어컨을 켜는
집도 많지 않고 공공기관 또는 대중교통인 버스나 트람에서도 에어컨이 없거나 켜지 않는 경우가 많아 냉방병은 거의 없고 대부분 그냥 감기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독일 병원에서는 웬만해서는 항생제 처방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름은 우리 병원에서도 항생제 처방이 자주 나가고 있다.
그걸 뻔히 알고 있는 나는 남편을 빨리 났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겨울도 아닌데 생강차도 계속 끓이고 운 좋게 아시아 식품점에서 사 온
콩나물에 김치 넣고 얼큰한 콩나물국도 끓이고 감기에 좋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며 긴 주말을 보냈다.
남편은 생강차뿐만 아니라 중간중간에 비타민 C 도 보충하고 생약 성분의 기침약 Soledum 도 하루 세 번 먹고 목감기 기침에 도움이 되는 무설탕 목캔디 Ipalat 그리고 Stilaxx 도 틈틈이 먹었다.
*독일에서는 항생제 대신에 식물성 성분의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생약 감기약 들이 많다
그 덕분인지 남편은 다행히 눈에 띄게 호전이 되었다.
남편의 감기가 거의 끝났고 공휴일이라 운동을 갔던 지난 월요일 오후였다.
어쩐지 몸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운동을 너무 힘들게 했나? 하며 남은 시간은 집 청소도 미뤄 둔 체 푹 쉬었다.
그런데 화요일 아침 눈 뜨고 일어 나니 몸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는 거다.
이러다 온몸이 늘어질 때로 늘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오히려 오전 시간에는
더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몸이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무거워지더니 머리도 아파 오고 몸이
땅을 파고들어 가게 생겼는 거다
안 되겠다 싶어 오후 진료 시간은 조퇴를 하고 집에서 쉬었다.
그 밤부터 목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수요일에는 아예 침대에서 일어날 힘도 없을 만큼 몸 상태가 엉망 이더니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기침 소리가 묘하게 거슬렸다.
목에서 콜록콜록 나는 소리와는 다르게 깊은 곳에서 울리는 듯 쇳소리 비슷한
쿨럭 거리는 소리가 기침 난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거다.
마치 며칠을 기침하다 난 쉰소리 비슷했다고나 할까?
담배 많이 태우시는 할배들의 휘파람 소리 같은 기침 소리였다고나 할까?
그러다 37도 2부 3부 미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7부로 열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벼운 재채기와 콧물로 시작했던 남편의 감기 와는 정말 달랐다.
생강차를 가득가득 마셔도 식물성 기침약을 먹어도 진통소염제를 먹어도
묘한 기침 소리를 내며 온 뼈마디가 속삭거리며 아파 왔다.
37도 7부와 8부 선에서 머무는 미열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거 뭐지? 싶어 더럭 겁이 났다.
팬데믹 때에도 알 수 없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입원을 한 적이 있던 터라 매우 신경이 쓰였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 하다 싶어 코로나와 독감 A형 B형을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는 자가진단 키트를 꺼내 들고 며칠을 해 보았다
그러나 매번 음성이 나왔다 그냥 감기인 거다.
식욕도 없고 힘도 없고 이렇게 아픈데도 말이다.
다이어트한다고 할 때는 그렇게도 빠지지 않던 살이 그 덕분에? 1kg가 빠졌다
며칠 지켜보던 남편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항생제 처방을 해 주었고 아침저녁으로 항생제를 먹고
기침약을 추가해서 먹고 나니 몸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누워서 지내다 이제는 소파에 앉아서 이렇게 글도 쓰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는데 빨래 건조대에 걸려 있던 마른 옷들을 접어서 옷장에 넣을 힘도 생겼다.
물론 아직도 항생제 복용 중이고 37도 4부에서 5분 선의 미열이 남아 있으며 횟수는 줄었으나 쿨럭 거리는 기침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남편은 내가 며칠 만에 말도 많아지고 식욕도 늘었다며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이번 주말을 잘 쉬고 나면 다음 주부터는 출근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일주일간 병가를 냈다. 병원일 시작 하며 병원에 입원했던 때를 빼고
제일 오래 병가를 내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땀 삐질 삐질 나는 여름에 말이다.
매일 집에서 멍하니 누워 있자니 병원일이 그리워질 지경이다.
여름 감기의 위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앞으로는 절대 우습게 볼 수 없을 것 같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누가 그래?
여름 에도 이렇게 빡세게 감기 걸릴 수 있다고!
우리 독자님들 더운 여름 지치지 마시고 특히나 감기 조심 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