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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23. 2017

k팝, k드라마 와 한국요리강습


영혼의 울림이 있어요.

줄지어 있던 한국요리 강습을 마치고 쉬고 있던 어젯밤.. 왠지 오랜만에 한국 노래가 듣고 싶어 졌다.

독일에서 한국말, 한국의 모습, 한국의 소리들이 그리워질 때면 가끔 유튜브에 올려진 짧은 동영상들을 클릭 하고는 하는데.. 어제 내가 본 동영상 은 모 프로그램에 나왔던 채소 장사를 하신다는 일반인 아주머니의 노래였다.

가수 백지영 씨의 곡을 수준급으로 부르시던 그 아주머니는 목소리도 탁월하게 아름다웠지만 그 노랫소리 에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속에서 꿈틀대게 하는 그 뭔가가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분의 노래를 반복해 들으며

문득, 며칠 전 한국요리강습에 왔던 15세 독일 소녀의 말이 떠 올랐다.


어느 날 정말 멋진 음악을 인터넷에서 접하게 된 그녀는 그것이 케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가수, 장르 불문하고 케팝이라는 것은 모조리 섭렵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내가" 누구의 팬이니? "라고 묻자 "케이팝을 부르고 있는 모두요."라고 답했다.

내가 "래?" 하고 놀라며 "케팝이 왜 그렇게 좋은데?"라고 묻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멋잖아요 , 그리고 영혼의 울림이 있어요 " 란다. 15세 소녀의 입에서 나온 말 이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젯밤 나는 어느 아주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그녀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독일 사람들 한국요리 강습을 하다 보면 정말 연령층, 직업, 종교,..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

아직은 낯선 땅, 낯선 음식, 한국요리를 배우러 어떻게 이리 한자리에 모였을까? 싶어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매번 강습을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이번 강습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를 수강생들에게 묻고는 하는데...

요즘 들어 수강생 들 가운데 젊은 세대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것이 케 마니아들 또는 케이 드라마 마니아 들이다.

그들이 한국요리 강습을 찾게 되는 과정은 이러하다.

어느 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멋진 음악 케이팝에 빠지게 되고.. 그들의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기도 하고 가사도 소리 나는 대로 적어 보고.. 한글도 한두 글자 알게 되고.. 그러다 그들 중 그룹 또는 누군가의 팬이 되면서 팬이 된 그 아이돌 그룹 또는 그중 누가 찍은 뮤직 비디오를 보게 되고 자연스레 케이 드라마까지 연결이 된다.


그다음은  케이 드라마에 수시로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식탁에서 보게 된 먹음직 스레 뵈는 한국 요리 들이 도대체 어떤 맛일지 무진장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한국요리에 대한 검색을 해 보다가 문화센터의 한국요리 강습까지 오게 된다.

요즘처럼 인터넷 검색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정보가 빠르고 많은 가운데 그 과정은 가히 KTX급이라 할 수 있겠다.  

강습 전에 장을 보는 아시아 식품점 코너 한 곳 전체가 한국식품으로 되어 있다.
그렇게 케이팝,
케이 드라마라는 쿨하고 새로운
한국 문화에 빠져 들게 된
독일의 젊은 이 들은 자기들끼리의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한 번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여학생과 대학생 은 족히 되고도 남을 20대 중반은 되어 보이는 여성이 친구 라며 함께 한국요리 강습에 온 것이다. 여기가 아무리 나이 구분 없이 친구가 되는 동네라고는 하나 그래도 십 대 청소년 들은 주로 또래의 학교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출석부에 적혀 있던 주소지도 서로 달라 이웃도 아닌 것 같고..

신기한 조합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두 명은 놀랍게도 이론 시간이 시작되고  한국요리 사진이 비머를 통해 뜨기가 무섭게 거의 대부분의 한국 이름들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대표 분식집 메뉴들의 사진이 나란히 뜨자마자 그 두 명은 떡볶이, 김밥, 을 외치고 있었다.

제법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두 명은 , 나는 너무 여러 명이 한꺼번에 우르르 나와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는 방탄 소년단, 엑소, 등등의 숫자 많은 아이돌 그룹의 지민이 귀엽고 백현이 잘생겼고 해 가며 이름도 줄줄 꾀고 있는  니아 이자 특히나 월화 또는 수목에 방영하는 미니시리즈 들을 좋아한다는 케이 드라마 마니아였다.


이렇게 케이팝과 케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넷상 에서 알게 되어 모임을 결성했는데.. 그 모임에서 알게 되어 친해진 두 명이 한국요리 강습을 함께 받으러 온 것이었다.


그렇게.. 식재료 하나하나 설명해 줄 때마다 연신 한국말로 "대애박" "대애박"을 외쳐 대던 그녀들은 강습 때 배운 잡채와 만두를 집에서 만들어 케이팝 틀어 놓고 모임의 사람들과 파티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그리고 이번 강습 때 만난 중년의 여성은 강습에 함께 온 그녀의 고등학생  딸내미가 케팝을 너무 좋아해서 집에서도 매일 케이팝을 듣고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에 있는 한국식당 들도 가족이 함께  두루 다녀왔다며... 모녀는 이번 학기에 채식자를 위한 한국요리 강습부터, 궁중요리 강습까지 내리 3번의 강습을 다 등록해 놓고 기다리고 있으며 내년에 휴가를 한국으로 가보려 한다고 했다.


독일에서 한국요리 강습을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다양한 독일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케이팝, 케이 드라마라는 예술 문화를 통해  한국어가 배우고 싶고 한국요리가 궁금해지고 한국 에 가 보고 싶어 지는 독일의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 가고 있음을 저절로 체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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