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요리 강습 이 있었다. 매번 하는 수업이지만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함께 요리한다는 것은
언제나 떨리고 설레는 일이다.
시장 봐온 실습 재료 들을 조별로 나누고 강습에 사용될 주방 기구들을 확인하고
이론 수업을 위한 비머를 설치하고 나면 강습 시간 전 미리 온 사람들이 하나 둘 강습 장소로 모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처음 만나는 독일 사람들과 한국 그리고 한국 요리에 관한 소개를 하고, 그 저녁 함께 요리할 요리들에 관해 간략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론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그날의 강습이 어떻게 어떤 분위기로 진행되어 질지 대략 파악이 가능하다.
매번 다른 수강생 들과 함께 하는 한국요리 강습이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나름 비슷했던 특이사항에 따라
몇 가지 그룹으로 나누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나만의 분류법? 을 살짝 공개하자면
먼저
직장 동료 팀이나 친구들이 주를 이룬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의지와 호기심으로 두 눈을 반짝이며 질문도 많으며 그중에 케이팝 마니아가
두세명 끼여 있다 던가 직장이 현대, 기아, 삼성 등 우리나라 회사와 관련돼서 한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사람들이 끼여 있을 경우 강습의 분위기는 더 업 되며 딱 삼겹살 집에서 회식하는 분위기가 된다.
덕분에 나도 덩달아 신명 나게 강습을 진행한다.
또는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아이들이 섞여 있는 가족 팀과 커플 들 그리고 중년 이상의 부부들이
처음에는 뻘쭘 하지만 실기 시간 조금만 지나가면 다양한 연령 대가 고루 잘 섞이며
서로 돕고 보충이 되는 매우 훈훈한 명절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제도 딱 이런 그룹에 속했다. 거기다 하나 더 추가해서 자기들이 만든 음식 앞에 놓고 서로 사진까지 찍어 주고 있으니 이거 생일 파티가 따로 없었다
그리고
젊은 커플 들과 각각의 친구들로 모인 2인조 들이 많은 이 그룹은 빨리 후딱후딱 알려준 그대로
잘 따라온다.
그러나 조원 들끼리의 친밀한 분위기는 좀처럼 조성되기 어려우며 집에 갈 때까지 주로
각자 플레이 다.
이런 분위기의 그룹일수록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주로 그간 요리강습 중에 재미있었던 일화 등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하나로 모으려
애쓰는데..
4시간, 풀로 떠들고 나면 수다스러운 나도 입 아프다
분류한 마지막 그룹은 무슨 말을 해도 별로 반응이 없고, 뭔가 배워 보려는 의지도 아니 보이고
질문도 별로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빼는 특별한 날 선물로 상품권 받아 온 사람들이 많은 그룹
뭐 딱히 오고 싶지는 않았으나 누군가의 선물로 (주로 아들, 딸 들이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또는 어버이날 선물로 요리강습 상품권을 해 줘서) 본전 생각에 오긴 왔는데, 낯선 요리에 별로 관심 이 없는 사람들과
함께 4시간짜리 수업을 하고 나면 체력 좋은 나도 종종 지친다.
다행히 이런 타입의 그룹은 자주 만나게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렇듯 강습 때마다 매번 새로운 사람들과의 다양한 분위기 속에서도 언제나 공통적으로 활기를 띄는 시점이 있다.
그것이 어느 때 인고하면... 음식을 모두 만들고 난 후에 같이 나누어 먹으며 음식의 풍미와 조리법에 대한 품평을 할 때 다.
간단히 얘기해 "오늘 요리한 음식들 중에 뭐가 제일 맛있었나?"
그 이야기 나눌 때가 어느 그룹을 막론하고 강습 중 가장 활기찬 시간이다.
이 시간만큼은 요리강습의 사막? 인 "결혼 피로연 그룹" 들도
꼭 몇 마디씩 거들며 흥미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식 요리 강습에서 독일 사람들에게 제일 인기 있었던 음식들의 리스트와 이유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먼저, 첫 번째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특히나 오이는 평상시에 누구나 샐러드로 또는 날로도 자주 먹던 야채 종류 중에 하나 라
오이와 젓갈이 만나 이런 감칠맛을 낼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이 새롭고 그 독특한 맛이 독일 사람들을 감탄하게 했다.
물론 매운 정도는 우리의 오리지널 김치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독일로 수입되는 고춧가루도 한국의 내수품 보다 훨씬 덜 매운 것이고 강습 때 사용하는 고춧가루의 양도
원래 우리가 쓰는 양에 비해 아주 적은 양이다
특히 만두, 튀김, 전 종류는 만드는 방법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으면서, 바삭한 것을 워낙 좋아하는
독일 사람들 입맛에 아주 잘 맞는다.
게다가 곁들여 내는 간장소스는 간장 양념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음식이다
독일 사람들이 만든 만두나 전들의 모양새 도 대부분 생에 첫 작품 치고는 제법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곤 한다.
물론 그중 에 가끔 정말 특이하고 창조 적인 모양이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당면의 색이 거무튀튀해서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조리하고 난 후에 맛은 놀라워들 했다.
어떤 사람들은 원래 표고버섯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 먹는데 잡채 속에 들어간
표고버섯이 너무 맛있다며 꼭 집에 가서 표고버섯 사다 만들어 보겠다며 좋아했었다.
특히나 잡채는 고기를 빼고 채식주의자 용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매력으로 꼽았다.
독일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입에 사르륵 녹는 쇠고기 부위를 구하고 썰어 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해서, 나는 자주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이용한 불고기를 메뉴로 선택한다.
이때 간장, 또는 된장, 고추장을 이용해 불고기 양념을 하는데
우리의 얇게 저민 고기에 갖은양념으로 미리 재워 두는 불고기 조리법을 특별하게 생각했고 바비큐 아이디어 로도 아주 탁월하다 했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양념이 진하게 배이게 되는 깊은 맛에 감탄해 했다.
여러 가지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밥 위에 얹어 특별한 고추장 소스에 비벼 먹는 방법을 재미있어했고
비빔밥으로 담아내는 그 어여쁜 비주얼이 일단 눈으로 한번 먹고 입으로 먹는 것이라며
박수를 쳤다.
특히나 돌솥 비빔밥의 바삭한 밥의 식감에 감탄하는 독일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어떤 종류의 밥이던 평소 밥을 즐겨 먹는 사람들에 한 해서다.
음식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때가 많으므로 밥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후한 점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밖에도
꼬마김밥, 떡볶이, 구절판, 신선로, 탕평채, 만둣국, 국수, 등등 한식 강습에서 독일 사람들과 함께 요리하며 호평받은 수많은 다양한 한국요리 메뉴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독일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순서로
비슷한 종류 들로 엮어서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매번 다양한 독일 사람들과 다른 메뉴의 한국 요리를 가지고 강습을 한다는 것은 때로는 준비하면서 힘들 때도 있고 강습을 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지만 아직도 한국을 잘 모르는 독일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음식을 통해 한국을 알릴 수 있다는 자긍심이 그런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넘어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요리를 함께 만들고 나누는 것은 음식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그 나라의 문화와 마음도 함께 나누는 것이기에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다음 한식 강습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