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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Oct 09. 2016

떡볶이와 독일 친구 안야


내게 는 안야라는 파릇파릇한 스물세 살의  

젊은 독일 친구가 있다. 안야를 처음 만난 것은 한국 요리강습 수업에서였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다른 사람들은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는데도 끝까지 남아서

뒷정리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무슨 말인가 하고 싶은 듯 쭈뼛쭈뼛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 무슨 질문 사항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자기가 한국 음악과 드라마를 엄청 좋아해서 인터넷을 통해 자주 듣고 보는데 영어 자막 없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꿈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집에서 혼자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가끔 시간 이 되면 자기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줄 수가 있느냐 는 거였다.

나는 자주는 아니 여도 기꺼이 종종 만나서 한국어를 가르쳐 주기로 했다.


우리는 그렇게 가끔 만나서 커피를 마시며 한국어 공부 라기보다는 주로 한국말과 독일말을 섞어서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문득 안야 가 내게 물었다.

자기 가 본 한국 드라마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언니 "라고 부르 더라고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는 거다. 사실 나이로 보면 엄마 나 이모뻘이지만 나는 흔쾌히 "그럼, 나야 땡큐 하지"

라며 웃었다.

그녀는 사실 독일 사람들은 나이 상관없이 친구들끼리 서로 이름을 부르지만

한국 영화 나 드라마를 보니 각기 맞는 다른 호칭을 제대로 붙여 주는 게 예의인 것 같아서 란다.

안야는 한국 드라마와 한국 영화를 통해 그간 한국 문화에 대해 꽤 많은 걸 터득하고 있었다.


그다음 안야의 질문에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한참을 웃었다.

"언니, 근데  언니  나이가 "언니"라고 불리기엔 너무 많은 거 아닐까?"

배꼽 잡고 웃다가 나는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안야, 사실 이 언니가 첫사랑에 실패만 안 했어도 너 만한 딸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 언니 아직 짱짱하다. "



그 이후로 안야는 지금 까지 쭈우욱 나를 부를 때 언니라고  한다.

물론 문자를 찍어 보낼 때는 정확하게 "언니" 만나거나 전화로 말할 때는 발음이 어려워서  "온니"


우리는 만났다 하면 한국 음식 특히나 그녀의 최애 요리 떡볶이를 맛나게

만드는 방법부터 (안야는 집에서 해본 떡볶이는 양념이 너무 짜거나 싱겁게 돼서 강습 때 했던 그 맛이

나온다고 안타까워하곤 했다.) 케이팝, 한국 드라마, 영화 , 찜질방, 씨엔블루, 현빈 등등

한국에 관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예를 들어 지금 한국에서 한참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가 앞으로 결말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해 보기도 하고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 등에 담긴 뜻 또는 인터넷 용어와 신조어들...

그리고 왜 연상연하 커플이라고 부르는지 등등 주로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할 만한 그때그때의 핫이슈들을 가지고 한국어 공부를 했다. 공부라기보다는 폭풍 수다였지만 말이다.



요즘 안야는 내년 봄에 한국으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 가면 콘서트 장에서 같이 조명을 흔들며 노래도 따라 부르고 소리도 지르고

그녀가 한국 음식 중에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도 즉석 떡볶이 집 가서 앞치마 두르고

직접 만들어 먹어 보고 예쁜 옷과 액세서리 사러 시장도 가고 멋진 산 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는

제주도도 가보고 등등

"한국 여행 가서 하고 싶은 것 "이라고 삐뚤빼뚤한 한글로 빼곡히 적혀 있는 리스트에는 안야가 한국 가서

정말 해 보고 싶은 것, 가 보고 싶은 곳 먹어 보고 싶은 것  들로 끝도 없이 채워져 있었다.


리스트를 함께 읽으며 안야는 한국으로 여행 갈 생각 만으로도 좋은지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으며

"아, 핸복해요"를 연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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