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거닐었다. 덕분에 평소보다 긴 산책이었다. 햇살은 물론이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조차 많이 누그러졌구나. 막바지 추위와 미세먼지가 오락가락하더니 마침내 봄이 온 모양이다. 계절을 보내고 계절을 맞이하는 것이 한두 번도 아니거늘, 마치 처음인 양 먹먹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그럼에도 이 순간이 지나면 나는 또 사는 일이 바쁠 것이다. 다음 계절이 오는 것도 모를 정도로. 그렇다 해도 어쨌든 지금은 만끽해야지. 내게 온 또 한 번의,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