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쯤은 홀로 남겨지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불쑥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붙잡고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오직 그 시간 속에서만 만들어지니까. 그것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대신해서도 안 되는, 오롯이 홀로 감당하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다.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의 끝에서 나를 기다리는 건, 오직 그 시간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나 자신. 그건 세상 무엇보다 값지다. 그 시간 전의 나와 그 시간 후의 나로, 삶의 양상은 판이하게 달라질 테니까.
나는 일찍이 그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홀로 남겨지는 것에 지레 겁먹고 도망다녔다. 덕분에 각성이 늦어 뒤늦게 고생 중. 하지만 시기는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 시간 속으로 뛰어드느냐 마느냐, 그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