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노래홀릭 12화

이별은 서서히 멀어지는 것

홍대광, 소유 '굿바이'

by 글쟁이 써니

1.
재작년 봄에 이 노래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를 들으면 저절로 봄이 떠오르고, 봄이 되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 봄의 화사함과 어울리지 않는 그립고 슬픈 여운이 느껴진다.
헤어진 연인의 이름은 '하늘'인 것으로 추정된다. 어쩌면 '하늘'처럼 절대적인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중의성을 띠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낮은 목소리와 잔잔한 미소, 그리고 향기를 모두 떠나보내야 한다. 둘은 오래된 연인이었던 것 같다. 지갑에 넣어 다니던 사진은 빛이 바랬고 커플링도 많이 닳았으며 함께 쓰던 일기장도 낡았다. 둘은 서로가 첫사랑이었던 것 같다. 기타도 바다도 카페도 모두 처음 함께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떠나간다.

2.
죽을 것처럼 힘들지는 않다. 이별의 모든 과정은 강물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게, 천천히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미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그저 담담히 그녀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다. 그리고 그녀를 부르거나 붙잡는 대신 본인도 돌아선다. 많이 사랑했고 행복했으니 그걸로 된 것이 아닌가 하며.
이 모든 과정은 아주 서서히 진행된다. 그래서 담담할 수 있다. 갑자기 진행되었다면 죽을 듯이 힘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너 없이는 못 산다며 이별을 거부하고 붙잡았을지도 모른다.


3.
그러고 보면 사랑의 가장 큰 적은 갑자기 진행되는 이별이 아닌 서서히 진행되는 이별이다. 이 느린 속도의 멀어짐이야말로 사랑을 끝장내는 가장 큰 적인 것이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멀어진다. 매우 느린 속도로. 아주 천천히 서로에게서 잊혀진다.
하루가 가면 그만큼 더 잊혀지고 멀어진다.
그렇게 서로의 부재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를 들으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초속 5cm' 가 생각난다. 극 중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에게 묻는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얼마인지 알아?"
"얼만데?"
"초속 5cm래."

둘은 서로 첫사랑이었고 눈이 많이 내리는 밤, 먼 곳까지 찾아가서 새벽에 만날 정도로 좋아했지만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한 번에 헤어지라고 하면 못 헤어졌겠지만 매우 느린 속도로, 마치 초속 5cm만 움직이는 벚꽃처럼 서서히 멀어진 것이 결국 영원한 이별이 되었다. 홀로 남은 남자 주인공은 첫사랑인 그녀일 것으로 추정되는 아가씨를 그냥 스쳐 지나가며 이 대화를 떠올린다. 그때의 그들은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둘의 운명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4.
이 노래가 수록된 홍대광 가수의 앨범 이름은 '멀어진다'이다. 첫 만남부터 사랑을 나누던 순간까지 되살려서 회상하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직 미련이 가득 남아있는 것 같다.(마주치던 눈빛, 따뜻했던 손길, 속삭이던 네 숨결) 하지만 이별의 결론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왜냐하면 유심히 들으면 마지막 소절 '마주치던 눈빛' (3분 40초경)부터 노래의 끝까지 남녀 보컬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면서 마치 서로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 서서히 멀어지는 듯한 안타깝고 아쉽고 아련한 느낌이 앨범명과 노래 가사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이별이란 참 어렵고 아프다.


<굿바이 >

- 홍대광
Good bye 나의 하늘
Good bye 너의 미소
Good bye 낮은 목소리
Good bye 남은 네 향기
빛바랜 너의 사진
닳은 은색 반지
낡은 우리 일기장
Good bye Good bye 내 사랑
그대가 떠나간다 바라본다
이대로 돌아선다
많이 사랑했다 행복했다
강물처럼 이렇게 bye bye bye 하늘
처음 배운 기타
처음 만난 카페
처음 갔던 바닷가
Good bye Good bye 내 사랑
그대가 떠나간다 바라본다
이대로 돌아선다
많이 사랑했다 행복했다
강물처럼 이렇게 bye bye bye
기억 저편에 너의 슬픈 한 마디
사랑하니까
하루가 가면 더 멀어질 기억
코 끝이 시린다
그대가 떠나간다 바라본다
이대로 돌아선다
많이 사랑했다 행복했다
강물처럼 이렇게 bye bye bye
마주치던 눈빛
따뜻했던 손길
속삭이던 네 숨결
Good bye Good bye 내 사랑


keyword
이전 11화사랑은 뭘 해줄 수 있냐고 묻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