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노래홀릭 14화

봄에 하는 이별의 잔인함과 씁쓸함

에피톤 프로젝트, "봄날, 벚꽃, 그리고 너"

by 글쟁이 써니

이 피아노곡은 매우 간단한, 몇 안되는 멜로디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아노로 연주하기도 매우 쉬운 곡이다. 하지만 쉽고 간단한 멜로디임에도 마음을 울린다. 벚꽃이 분분히 날리며 지는 봄이 되면 이 곡이 생각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왼손의 세 박자 반주는 마치 흩날리는 벚꽃잎 아래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른아른한 꽃구름 아래에 벚꽃의 작고 보드라운 분홍잎이 비처럼 내리면 겨울 동안 움츠렸던 세상 모든 사물이 환하게 빛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혼자만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슬퍼하고 있다.

한때 벚꽃 아래서 신나 하는 사람들처럼 행복했던 때가 있다. 처음 그(혹은 그녀)를 만나 어찌할 수 없는 끌림으로 사랑에 빠졌던 때가 봄이기 때문이다. 가끔 싸우기도 했지만 그만큼 서로를 더 알게 되었고 그래서 모든 과정조차 사랑이라 생각했다. 어느 겨울, 너는 겨울이 지겹다는 듯이 들뜬 목소리로 봄이 되면 같이 벚꽃놀이를 가자고 했고 나는 내년 봄이면 둘이 함께 환한 벚꽃 아래를 손잡고 거닐 것이라고 당연한듯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벚꽃을 보러 가자는 약속만, 목소리만 남겨놓은 채 그(혹은 그녀)는 사라져버렸고 모두에게 설렘과 축제의 상징과도 같은 벚꽃 아래에 혼자만 남겨졌다.

둘은 안타깝게도 하필이면 벚꽃이 피기 직전에 헤어진 듯하다. 어리석고 부질없게도 벚꽃이 피기 직전인 이 시기가 아니라 한참 지난 뒤, 다른 계절에 헤어졌으면 덜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겨울의 이별과 봄의 이별은 차원이 다르다. 만물이 소생하고 온 세상 사람들이 누군가와 함께인 듯 행복한 듯 느껴질 때인데, 그 때 하는 이별은 정말 잔인하고 씁쓸하기 때문이다. 혼자만 이 세상에 외롭게 고립된 것 같은 느낌. 살의 일부분이 떨어져나간 듯 아프고 쓰린데 그 고통이 더 배가 되는 느낌. 그 씁쓸함과 그리움이 차분하고 조용한 선율에 녹아있는 것 같다. 제목과 상반되는 다소 슬픈 멜로디는 가사를 보면 이해가 된다.

어쩌면 이 곡은 그 조용함과 잔잔함, 그리고 숨겨진 가사 때문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존재감 없이 스쳐가는 곡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하늘도 꽃도 햇살도 사람들도 모두 눈부신 봄날, 피가 섞여있는 것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봤다면, 그래서 모두들 웃고 있는 꽃나무 아래에서 하염없이 울어보았다면. 풍경과 본인이 정반대인 것 같은 이질감에 누구인지도 모를 존재를 원망해본 적 있다면, 아마 봄이 되면 늘 이 곡이 생각날지도.

"봄날 벚꽃 그리고 너"

- 에피톤 프로젝트
벚꽃이 지고 나서 너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길가에
벚꽃이 내려앉을 그 무렵,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끌렸었고
또 그렇게 사랑했었다
비상하지 못한 기억력으로
너의 순서에 없는 역사를 재조합해야 했으며
전화기 속 너의 말들은 오로지 기록하려 했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나간다는 것은
한줄의 활자를 읽어나가는 것 보다 값진 것
나는 너를, 너는 나를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알아나가며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때론 싸우고 또 다시 화해하며 그게 사랑이라고 나는 믿었었다
벚꽃이 피기전 너와 헤어졌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그래서 너의 벚꽃이 피어나면 구경가자던
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계절은 추운 겨울을 지나
또다시 봄이라는 선물상자를 보내 주었다
우리는 봄에 만나 봄에 헤어졌고
너는 나에게 그리움 하나를 얹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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