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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WER Jul 02. 2020

밤, 홀로


 밤이 온다. 나와 네가 그리고 모든 이가 겪을 밤, 그러나 너의 어둠과 나의 어둠은 엄연히 다르다. 짙고 짙은 검은 그림자는 커튼을 타고 흘러온다. 섬뜩한 소름이 온몸에 끼친다. 또다시 이 길고 긴 밤을 홀로 지새워야만 하나. 저기 저 아득히 깊숙한 머리 속 서랍장 안으로 밀어 놓았던, 사념이 생명력을 가득 안고 생념이 되어 찾아온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일은 사력을 다해 뒤집기를 시도하는 아이나 스무 살 넘게 먹은 아이나 모두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 오직 나의 어버이만이 행한 행위. 모세는 드넓은 홍해를 갈랐고, 다윗은 골리앗을 죽였다. 성경에서만 일어나는 일.

밤은 나에게 그러한 능력을 요구한다. 때론 왜 나에게만 이런 밤이 찾아오는지 회의에 가득 담겨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졌다. 내가 나약하기 때문인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토록 두렵고 무서운 일이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것일까?


  늦은 저녁, 가벼운 술 한잔을 걸친 채 발걸음을 돌릴 때, 어김없이 그녀는 찾아온다. 숨 한가득 뿔이난 그녀는 오늘도 사정없이 몰아칠 테다. 나의 과오를 그녀가 조용히 읊는다. 난 그저 가슴과 머리가 시켰을 뿐이다. 난 이렇게 생겨먹은 인간일 뿐이라 응대한다. 그녀의 호된 꾸짖음, 네게 남은 이와 떠나간 이 그리고 너 자신을 온전히 보라고 말한다. 벌써 몇 번이나 반복된 상황, 이번 질문은 그녀에게 줄 일말의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 며칠, 몇 달이 지나가야 할까. 까다로운 질문. 하루는 횡설수설, 하루는 부탁이니깐 사라져, 무슨 답을 내놔도 그녀는 만족하지 못한다. 제발 이 정도면 됐잖느냐고 애원해보아도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항상 그들에게,  어느 누군가에게나 최선을 다했다. 진심을 다했다고 믿었다. 내 진심이 그들에게도 전해지길 간절히 빌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만인이 서있는 광장에 가면을 쓴 채 서있는 삐에로 마냥 난 그렇게 타인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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